문화 없는 대학의 현주소

중간고사 기간, 흐드러지게 핀 벚꽃들을 애써 외면한 채 도서관에서 공부하며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이번 시험만 끝나면 축제 때 제대로 놀아야지!” 그러나 시험도 축제도 끝난 지금, 뭔가 공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단순한 흥미 위주의 행사 속에 진부한 것을 새롭게 바꾸려는 노력 없이 매년 되풀이되는 행사들… 대학문화를 가장 잘 드러내는 지표인 축제의 진정성이 사라진 현실 앞에 그저 눈감을 순 없는 일이다. 자, 어디 가슴으로 답해보라. “이번 축제, 정말 즐거웠습니까?”

과연 지금의 대학축제의 현주소는 어떠하고, 그 문제의 근원은 무엇일까. 홍대 ‘클럽데이’와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 등을 기획하며 문화기획가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류재현 상상공장 대표로부터 그 실체를 잔인하게 파헤쳤다.


‘학생은 시대를 창조한다. 어느 시대이든 새로운 시대를 꿈꾸고 그 도래를 알리고 그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학생이다.’
– <대학생과 학생운동>의 스즈끼 히로오

시대를 창조하고 이끌어야 할 대학생. 그 대학생의 축제에 문화가 실종됐다. 요즘 대학축제를 보면 시대를 이끌기는커녕 기존의 오락문화를 답습하기에 급급하다. 매년 축제 시즌만 되면 각 학교의 총학 측에선 인기 연예인을 모시기 위해 분주하다. 그 섭외비용으로만 해도 한 팀당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기꺼이 지불한다. 이는 대학축제의 평균적인 예산이 5천만 원 내외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축제의 균형이 연예인 공연으로 쏠리다 보니, 정작 진정으로 필요한 각종 특강이나 토론회, 동아리공연 등 학생의 문화행사에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대학축제에 대해 조사하는 가운데 최완규(홍익대 경영학 06)는 “축제는 그 학교 학생들에게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데 요즘은 술과 연예인 공연 등 유흥 쪽으로만 맞춰진 것 같다.”라는 대학생의 공통된 입장을 대변했다. 바로 지금이 근본적인 변화가 이루어져야 할 때다.

조급함이 끌고 온 철학의 부재

류문수 축제연구가는 축제가 축제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문화적 일탈’, ‘문화적 소통’, ‘어우러짐(대동)’이라는 3가지 요소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즉 축제는 현실에서 쉽게 체험할 수 없는 일탈의 경험을 통해 지친 일상에 활력을 제공해주고, 축제를 매개로 다양한 문화적 소통의 기회를 마련해 줄 수 있어야 하며, 다 함께 어우러져 놀고 즐기면서 ‘하나’라는 집단적 일체감 내지 공동체 의식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의 축제는 이 세가지 중 어느 하나라도 충족시켜주는 부분이 없다. 바로 ‘철학의 부재’ 때문이다.

대학축제에는 그 학교만의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는 철학이 있어야 합니다. 당장 관객들 모으기에 급급해서 관심만 끌려고 한다면 철학을 담아낼 수 없죠. 꼭 사람이 많이 와야 성공한 축제인가요? 진짜 축제다운 축제를 만들기 위해선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이 필요한 거에요. 그리고 그 과정이 쌓여 전통이 되는 것이고요. 외국의 유명한 축제도 시작부터 크고 화려하진 않았어요. 50년, 100년 시간이 흐르다 보니 그렇게 된 거죠. 결국 그러한 전통이 문화가 되는 겁니다.

대학축제의 상업화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1970~80년대에는 대학축제의 정치화가 화두였다면, 2000년대에는 대학축제의 상업화가 화두다. 요즘 대학 축제를 가보면 마치 박람회에 온 느낌이다. 기업들은 학교 곳곳에 홍보 부스들을 설치하고, 더 나아가 축제 전반에 걸쳐 참여하기도 한다. 국내의 S기업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몇 개 학교를 정해 축제 물품을 지원하고 교내에 라운지를 설치하는 등 학교 전체에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벌였다. 이러한 상업 자본의 유입에 대해 대학 내 찬반논란이 일고 있다. 기업의 지원으로 축제를 보다 풍성하게 만들 수 있다는 의견과 이러한 지원은 결국 마케팅의 일환이기 때문에 대학축제의 순수성을 훼손할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지형지물을 잘 이용해야 돼요. 기업은 이익이 없는 곳에 절대 투자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받아온 만큼 그들에게 돌려주되, 우리가 해야 할 것을 지켜나가는 주체적인 자세가 중요한 겁니다. 상업화를 덮어놓고 비판만 할게 아니라 상황에 맞게 활용해야 한다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더 큰 문제는 대학생들 자신에게 있습니다. 지금 대학생들은 자기 학교 축제에 관심이 없어요. 단순히 관객으로서의 관심이 아니라 주인공으로서의 관심이요. 축제에 참여하는 주체가 되어야 하는데 그럴 생각이 없는 거죠.

더 나은 대학축제를 위한 생산적 담론

대학축제에 대한 비판적 담론들은 이전부터 끊임없이 생성되어 왔다. 그러나 이는 생산적인 변화로 이어지는 동력으로 작용하지 못하고 매번 되풀이되기만 했다. 이제 비판은 단순한 비판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더 나은 다음을 위한 밑거름이 되어야 한다. 모두가 즐거운 대학축제를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대학축제에도 목적의식이 있어야 해요. 주점을 하더라도 거기서 뭘 얻을 것인지 생각해봐야죠. 단순히 돈 버는 거? 아니잖아요. 만약 그렇다면 그건 대학생이 아닌 거죠. 대학생만이 가질 수 있는 뚜렷한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또 스스로가 즐거워야 합니다. 기획하는 사람부터 재미없는데 남들이라고 재미있을까요? 시작부터 끝까지 일상이 축제가 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스스로 즐길 줄 아는 누군가가 나서서 대안을 만들고, 그것을 모두가 욕심부리지 않고 차근차근 쌓아나가는 것. 그것이 중요합니다.


문화가 실종된 대학축제를 대학생이 만들었듯, 젊고 참신한 문화로 가득한 대학축제 또한 대학생이 만들 수 있다. 올해 몇몇 대학축제에서 ‘봉사, 나눔’ 등을 주제로 한 의미 있는 행사들이 열려 주목을 받았다. 비록 그 규모나 학생들의 참여도면에서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었지만, 이렇게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들이 차근차근 쌓여나갈 때, 우리 대학축제의 수준도 그만큼 높아질 것이다. 대학생만이 할 수 있고, 캠퍼스에서만 할 수 있는 축제. 그러기 위해선 대학생 본인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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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세퐁

    @아티제 >> 이번에 취재하다보니 학교 당국에서는 축제에 대한 물질적 지원 외에 아무런 관심도 갖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심지어 학교 홈페이지에 축제를 알리는 글조차 없는 곳이 대부분이더라구요!
  • 조세퐁

    @cindy 와우! 기대하고 계셨군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 연예인으로 흥미를 끄는 것도 이제는 한계점에 다다른 것 같에요. 학교 밖에서도 똑같은 걸 볼 수 있으니까~ 대학교에서만 즐길 수 있는 놀이문화가 필요한 때죠.
  • 조세퐁

    @미래소년 >> 네, '우리 모두'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진다면 분명 변할 거에요!
  • 아티제

    배우는 신성한 장소에 축제는 하나의 활력소 였는데 오히려 그걸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네요... 학생이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축제가 아닌 학교에서 운영하는 축제는 조금 아
    닌거 같아서 안타깝네요... 좀 더 다양하고 창의적이고 학교 특성에 맞는 축제도입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기대하고있었던 기사가 드디어 올라왔군요~
    요즘의 대학 축제에 대한 비판을 정확하게 꼬집어내셨어요.
    저 역시도 연예인들이 온 축제를 좋아라하지만, 축제인데, 우리 학교학생들의 시간인데
    연예인들이 많이 와서 그냥 연예인을 구경하는 그런 축제인게 더 강한것같아요
    축제한다고 하면 "누구와?"가 가장 먼저나오는 답변이잖아요.
    그런점에서는 멋진, 대학생다운, 그런 축제가 되도록 노력해야할것같아요^^
  • 정말 맞는 거 같아요.. 대학생들만의 젊음과 패기를 볼 수 있는 축제는 온데간데없고,
    유명 연예인 콘서트가 주를 이루고, 홍보 부스들로 인해 도대체 누가 축제의 주인공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되었지요..
    대학 축제는 대학생이 만들어 나가야 하잖아요. 주도적이고 적극적으로 하면 정말 좋을 거
    같은데, 그런 생각은 많이 하되 실천하지 않는 게 문제인 거 같아요.
    대학축제에 대한 비판적인 생각만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개선방안을
    생각하고 실천하는 대학축제문화로 바꿔나가야 할 것 같아요. 모두 노력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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