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에서 죽으련다! – 연합 동아리 극단 ‘자유무대












밖의 날씨는 유난히도 더웠지만 무대에서 내뿜는 배우들의 열기만큼은 아니었다. 홍대 근처의 소극장 무대에서 막바지 연습 중인 ‘Freie Buhne(자유무대)’를 만나보았다. “배우들간의 호흡은 어느 정도 맞추었지만 이제 관객과의 호흡을 맞춰야 하지 않겠어요?” 지난 몇 달간의 연습에도 부족을 느끼는 모양이다. “이번 저희들의 정기 공연작은 맥베스 입니다. 하이네 뮐러의 맥베스는 셰익스피어의 것과 다르죠. 파괴적이고, 역동적인 무대가 될 겁니다. 색다른 멕베스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겁니다.”
최주봉, 길용우, 예수정이란 이름을 들어봤는가? 연극연출자로는 고금석, 양정웅, 김승수 (전 MBC드라마국장)과 방송작가 위기훈씨, 한국민족극운동협의회 이사장 최창우씨는 물론 각 대학의 독문과 교수님들 중 연극과 관련된 분들은 대부분 이곳 동아리 출신이다. 사회의 각계각층에서 이 극단의 선배들은 과거 무대에서 몸에 익혔던 열정들을 태우고 있었다. 1967년 12월 27일, 지금은 돌아가신 고려대학교 독문과 박종서 교수님이 전국의 독문과
학생들을 주축으로 독일문화원의 후원을 받아 극단 Freie Buhne(자유무대)를 만들었다. “무대가 많지 않던 시절 배우라면 한번쯤은 거쳐갔던 코스 중 하나가 바로 자유무대에서의 공연이었죠.” 연극이란 문화활동은 당시에 일반인들이 누리기 힘든 장르 중 하나였다. ‘자유무대’ 출신이란 말만으로도 각 대학의 독문과 교수님들은 최고의 학점을 약속했다 하니 1970년대와 80년대의 독문과 출신이라면 이 극단을 모를 리 없다는 말이 이해가 간다.








독일의 연극평론가 오토브람(Otto Brahm)의 이야기에서 따왔다는 극단의 이름 ‘Freie Buhne(자유무대)’. 자유무대는 우리나라에서 독일 연극을 소개하는 데 앞장서 왔다. 영화배우 추상미씨의 아버지 故 추성웅씨를 일약 스타로 만들었던 그의 대표작 ‘빨간 페터의 고백’은 이 극단에서 ‘어느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라는 제목으로 초연을 했었던 것이었다. 연극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관객모독’ 역시도 이 극단의 34회 정기 공연에서 초연되었던 작품이다.
극단 Freie Buhne(자유무대) 는 올해 하이네 뮐러의 ‘맥베스’란 작품으로 ‘2005년 프랜지 페스티벌’에 참여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흔들리는 대학생들, 가치관을 상실한 채 스스로를 속이며 사는 우리 젊은이들의 모습을 주변인들의 축제라 할 수 있는 프랜지 페스티벌에 올리고 싶었죠.”
적어도 두 달, 그 이상의 연습시간 끝에 정기공연을 올린다는 자유무대. 실용적인 것을 추구하고, 당장의 결론에 급급한 대학생들에게 이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무대는 결코 장식이 될 수 없고, 연기는 장난이 아니다. 자유를 느낀다는 것은 그만큼의 책임이 뒤따르는 법이다. 젊은 날의 낭만과 무대에서의 열정만이 좋은 연극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전통은 단순한 시간이 쌓여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고, 그 시간을 채우는 열정과 고민, 젊은 날의 갈등으로 다져진 것이죠.” 회장과 회원들의 한마디 한마디에는 무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에너지가 대사처럼 전달되고 있었다.






Freie Buhne(자유무대)는 독일연극만을 고집한다. 38년이란 전통은 아직까지도 이 동아리의 모습을 규정짓고 있다. 독일 연극 속에는 고민이 살아 있고, 자유에 대한 외침이 들어 있다. 하지만 Freie Buhne(자유무대)는 단순한 독일 연극 동아리가 아니라 학술적인 성격이 강한 모임으로 거듭나려 한다. 이번 공연 ‘맥베스’ 역시도 각 대학의 독문과 학생들과 독일 연극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많이 참여했으면 하는 차원에서 초대권을 배포했다고 한다. 현재는 독일 연극의 번역도 많이 나오고 소개도 많이 되었지만 아직까지도 진정한 독일연극의 소개와 작품의 진정한 주제를 살리기에는 학술적인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기획자는 말한다. “9월부터는 남산에 있는 독일 문화원에서 정기적인 집회를 하게 될 겁니다. 독일 희곡과 연극에 있어 권위자들을 모시고 특강을 진행하거나 희곡을 읽고 토론을 해보는 활동을 진행하려 합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발전하는 학생극단으로써의 모습을 보여야겠지요.” 열정 가득한 무대는 식지 않을 듯 하다. 그런 무대를 만드는 이들에게는 박수소리는 높아만 갈 것이다. 그들이 만들어 갈 ‘자유’ 가득한 ‘무대’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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