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아래의 마술사, 하우스매니저
















오늘의 공연은 이집트의 신비로운 전설을 담은 뮤지컬 ‘아이다’. 3시 공연 일정에 맞춰 한 시간 이른 출근을 한 후 이것저것을 확인, 지시하기 시작한다. 오늘은 여자손님이 많으니 여자 화장실에 핸드페이퍼를 더 많이 배치해두고, 공연 시작 전 간단한 모임을 위해 음료바에 와인을 준비시킨다. 공연이 시작되면 늦게 도착하는 손님들을 무대감독의 사인에 맞춰 들여보내고, 공연 후에는 주차정산 등의 편의를 돕는다. 모든 일이 끝나는 11시, 집으로 오는 길은 모든 일을 무사히 끝낸 안도감과 다음 공연 준비에 대한 설렘으로 마무리된다. 이것이 LG 아트센터 하우스 매니저 이선옥 씨의 하루 일과다. 이렇게 하우스매니저의 손이 닿는 범위는 공연장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넓다. 즉, 관객의 편의를 위해 극장 안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을 책임질 뿐 아니라 공연 전 각종 시설 점검, 직원 서비스 교육, 관객불만처리 등의 일까지 맡고 있는 것이 하우스매니저이다.




그러나 공연과 함께한다는 화려한 겉모습과는 달리 사람을 상대로 하는 일이기 때문에 견디기 힘든 일도 많다. 이선옥 씨 역시 처음 이 직업을 갖고 매일 눈물을 흘렸을 정도라며 환상은 버리라고 말한다. “사람을 대하는 일은 정답이 없어요. 같은 일이 벌어지고 같은 행동을 해도 사람이 받아

들이기 나름이니까요. 가장 문제가 많이 생기는 경우가 손님들의 늦게 입장하는 경우입니다. 공연이 시작되면 공연이 방해 받지 않는 시간외에는 입장할 수 없게 돼 있는데, 대부분의 손님들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나 하나만 눈감아주지’ 라는 태도로 일관하죠. 물론 매너 좋게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손님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이렇게 자신의 권리만 내세워 곤란을 겪곤 합니다.” 그러나 힘든 일 하나하나보다 성숙한 공연문화를 만드는 성취감이 더욱 커 이 직업의 매력에서 벗어나올 수 없다는 이선옥 씨다.





최근 공연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공연이 좋아 하우스매니저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이선옥 씨는 생각보다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 공연에 대한 막연한 애정만으로는 할 수 없는 직업이라고 단언한다. “하우스매니저에 관심이 있다면 쉽고 간단한 일부터 접해보는 것이 좋아요. 예를 들면 작은 실무를 접할 수 있는 공연장 관련 아르바이트나 특정 공연 서포터즈 등의 활동이죠.”
최근에는 이 직업을 알리기 위해 1세대 하우스매니저들이 모여 ‘하우스매니저 협회’를 만들었다. 협회를 통해 하우스매니저를 알리고 이 직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위해 정기적인 교육 세미나도 개최할 예정이라고 한다. 협회 사이트 ()를 통해 하우스매니저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와 자유게시판을 제공하고, 그리고 앞으로 이뤄질 교육프로그램 일정이 공지될 예정이다. 이렇게 직업에 대한 열정으로 뭉친 하우스매니저들의 마법은 아직 시작에 불과할 뿐이다. 그래서인지 성숙한 공연문화를 주도할 하우스 매니저들이 선보일 마법, 그 결과가 더욱 주목된다.




Q 국내 하우스 매니저의 고용 현황은?
현재 우리나라에는 하우스매니저의 역사가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필수인원으로 채용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우스매니저가 없는 공연장은 직원들이 당번제로 돌아가면서 그 역할을 하고 있죠. 아직까지 하우스매니저의 역할이 중요시되는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에 아무리 많은 무대를 갖고 있는 큰 공연장도 한 두 명의 하우스매니저 외에는 채용하지 않고 있어요.

Q 하우스 매니저업에 종사하게 된 계기는?
저는 방송연예과를 졸업하고 공연관련 분야에서 일을 했습니다.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기획팀 인턴으로 활동하기도 했고요. 이런 경력을 인정받아서인지 LG아트센터가 생긴 2000년 하우스매니저로 활동할 생각이 없느냐는 러브콜을 받았죠. 책임감과 사교성이 요구되는 이 자리가 부담스러워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저의 능력을 믿어보기로 했죠. 이것이 제 직업의 시작이었습니다.

Q 하우스 매니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교육훈련이 필요하며, 채용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공연장 관련 아르바이트 등 쉽게 접할 수 있는 일을 통해 작은 실무부터 익혀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전문적으로 하우스매니저의 실무에 대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에 몸으로 체험한 경험이 무엇보다 요구되는 것이죠. 공채형식으로 채용되는 경우는 희박하지만 대부분 4년제 대학 졸업 이상, 관련학과, 서비스업 경험자 우대 등으로 채용자격이 주어지고 있어요. 물론 공연장의 특성에 따라 학과나 학력을 제한하지 않는 곳도 있고요. 하지만 현재까지는 공채보다 극장 관련 업무 종사자 중 추천으로 채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Q 하우스 매니저의 급여와 근무환경은 어떤가요?
급여수준은 공연장 별로 차이가 있지만 공연업계의 특성상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닙니다. 중소기업 대졸 신입사원 연봉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우아하게 손님들을 안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육체적으로도 굉장히 힘든 일이죠. 공연장이기 때문에 근무환경이 그렇게 나쁘다고 말할 수 없지만 육체적,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많습니다.

Q 하우스 매니저가 되고 싶은 대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
공연을 사랑하세요. 하지만 공연을 좋아하기 때문에 공연 관련 분야에서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버렸으면 좋겠네요. 아이러니하게도 하우스매니저가 마음 놓고 공연을 관람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 공연을 무사히 무대에 올린 후의 성취감과 다음 공연을 준비하고자 할 때의 설렘을 느껴보고 싶다면 과감히 도전해봐도 좋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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