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션그래퍼 김신영ㅣ몽환적인 꿈 속에 빠지고 싶나요?

일러스트는 단순히 한 장의 이미지가 아니다. 정적인 그림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마치 몽환적인 꿈 속에 빠진 듯, 한 순간을 그려내는 사람 김신영 디자이너를 만났다. 지금, 그녀의 환상적인 공간으로 당신을 초대할게요!


다양한 직업명으로 불리는 ‘김신영’ 디자이너. 이 일러스트 한 장으로 그녀의 작업 스타일을 함축적으로 느낄 수 있다.

김신영, 당신의 이름은.
Q. ’김신영’이라는 이름은 일러스트레이터 외에도 애니메이터, 모션그래퍼, 디자이너, 작가라고 불리기도 해요. 혹시 스스로를 정의하는 방식이 있나요? 소개를 부탁합니다.
저는 주로 저를 소개할 때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애니메이터로 활동 중인 김신영’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최근 들어 일러스트레이션 기반의 작업들을 많이 해서 ‘일러스트레이터’를 먼저 언급하긴 하는데요, 대학생 때 영상 디자인을 전공하기도 했고 일러스트보다는 영상을 먼저 시작한 편이라 저의 근본은 영상 쪽이긴 합니다. 몇몇 분은 제가 영상을 하는지 모르기도 하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어쩐지 아쉬움이 드는 걸 보면 저는 저 자신이 ‘영상을 하는 일러스트레이터’라고 정의하는 게 좋은 거 같아요. 하나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도 좋지만 그 이미지에 율동감 있는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 또한 저에겐 너무 즐거운 일이거든요.

Q. 처음 일러스트 혹은 모션그래픽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고등학교 시절, 다양한 그림들을 볼 수 있는 인사동 갤러리에 가는 걸 좋아했어요. 풍경화 혹은 추상화보다는 인물이 있는 그림들을 좋아했는데요, 아마 그림 속 인물의 표정, 포즈를 통해 저만의 스토리를 상상할 수 있었기 때문에 큰 매력으로 다가왔던 거 같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픽사애니메이션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을 무척 좋아했는데 스토리가 전해주는 큰 울림에 항상 감탄했어요. 그 때문에 한 장의 그림을 그리기보다는 스토리 전달이 잘 되는 영상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Q. 감각적이고 다채로운 색감의 2D 혹은 FAKE 2D 일러스트 스타일을 구축하게 된 특별한 이유나 과정이 있다면요?
저도 한국의 전형적인 입시미술을 겪은 사람인데요, 입시 미술에서의 절대적 가치는 얼마나 사실대로 그려내느냐의 문제였고 저 또한 그런 가치에 따라 그림 기술을 훈련했습니다. 대학에 진학해 알게 된 사실은 내가 가진 능력이 다른 사람과 다를 게 없다는 것이었어요. 나만의 특별함을 찾고 싶은 갈증이 컸고 그것을 찾고 싶었죠. 그림 스타일이든 스토리를 푸는 방식이든 ‘나’라는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데 관심이 많았거든요. 다행히 저는 제가 좋아하는 걸 명확하게 알았고, 그걸 제 작업에 녹여내려고 했습니다. 늘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어떤 걸 그리고 싶은지 고민하곤 있지만요.


대학원 졸업 전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한 벽화 작업 중인 김신영 디자이너.

당신의 네덜란드
Q. 지금의 김신영으로 성장하기까지 어떤 길을 걸어오셨나요? 특히 영향을 받은 순간이 있을까요?
어렸을 때부터 그림에 관심이 많아 자연스럽게 계원예술고등학교를 진학하게 되었고, 한국예술 종합학교에서는 멀티미디어영상과에서 공부했어요. 아마 대학생 때 교환학생으로 다녀온 네덜란드 생활이 제 인생을 바꿨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처음 해보는 외국 생활이기에 모든 게 신기했고 모든 순간이 소중했어요. 학교를 다니면서도, 소규모 디자인 회사에서 인턴 생활을 하면서도, 심지어 길을 걸으면서도 많은 영감을 받았어요. 궁금한 게 많았고 그 궁금증을 풀어보고자 글을 쓰기도 했습니다. 네덜란드의 디자인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평소 좋아하던 아티스트와 인터뷰도 했는데, 그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자양분이 됐어요. 운이 좋게도 이 이야기들은 한 권의 책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다른 무엇보다 저의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던 1년 동안의 네덜란드 생활을 진솔한 기록으로 남길 수 있어서 저에게 큰 의미가 있어요.

Q. 네덜란드에서의 삶을 한권의 책으로 묶어낼 정도라면 그 경험이 남달랐을 듯해요.
네덜란드와의 인연은 네덜란드의 디자인 대학원까지 진학하게 만들었어요. 사실 좀 똑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어떤 작업을 할 때,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데 기초가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결과물은 그럭저럭 잘 만들어 냈지만 ‘어떤 걸 만들지?’ ‘왜 만들지?’와 같은 작업의 뿌리가 항상 약하다고 생각했어요. 생각하는 법에 대해서 배우고 싶다는 생각으로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고, 결과에 집중했던 전보다는 리서치를 기반으로 한 과정에 더 많이 시간을 투자하며 나름의 큰 성장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김신영 디자이너가 네덜란드에서 지내며 겪은 다양한 경험들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책. 그녀의 작업물과 일상은 홈페이지 shin0kim.com, 인스타그램 @shin0kim_ 계정에서 더 많이 만나볼 수 있다.

당신의 작업물
Q. 모든 결과물에 애착이 가겠지만,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을 꼽아 본다면요?
각 작업마다의 매력들이 있지만 아무래도 작업을 하면서도 그리고 끝나고서도 저에게 많은 배움을 주었던 <Eden>이라는 뮤직비디오가 제일 인상 깊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학교 졸업 작품으로 만든 <Eden>은 작업자로서 가치관과 방향성을 세울 수 있게 해주었고, 또한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비주얼 스타일의 시작점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추구하던 것, 좋아하던 것들을 모두 담은 정말 저만의 스타일을 보여준 작업이라고 생각하기에 제작한지 4년이 넘은 지금도 제일 좋아하는 작업입니다.

Q. <Eden>은 어떤 작품인가요?
<Eden>은 성경에 나오는 아담과 이브라는 이야기를 재해석한 내용의 3분짜리 뮤직비디오입니다. 성경에선 아담과 이브가 유혹에 넘어가 저지른 원죄에 집중하지만 저는 그 둘 사이에 피어 올랐던 감정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최초의 인류, 최초의 사랑(The beginning of mankind and the very first love)이라는 부제에 담겨 있듯이 이들의 이야기는 모든 인류의 첫번째 사랑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으로 풀어간 작업입니다.


2015년 작업한 <Eden> 뮤직비디오.

Q. 그 외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와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2018년에는 특히 색다른 작업들을 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저는 CMYK형보단 RGB형 인간이었거든요. 디지털 작업이 많던 저였기에 작년에 했던 ‘하겐다즈’나 ‘롯데월드몰’ 3D 작업물은 스크린을 통해서 뿐만 아니라 직접 제 디자인을 만지고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특별했던 것 같아요. 다만 아쉬운 건 다 제가 한국에 없을 때 전시되었던 작업들이라 크게 실감은 못 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주변 지인들이 간간이 인증 사진을 보내줘서 대리만족했답니다.




2016년 작업한 온유 X 이진아 ‘밤과 별의 노래(Starry Night)’ 뮤직비디오.


2017, 2018 하겐다즈 모찌 에디션 패키지 디자인


2018 롯데월드몰 봄맞이 캠페인으로 작업한 포토존 설치물

당신의 철학
Q. cobb 스튜디오에 소속된 경험이 있는데,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나요?
대학교를 졸업하고 이라는 작품을 vimeo에 올렸었는데요, 그걸 cobb 스튜디오 실장님께서 좋게 봐주시고 연락을 주셨습니다. 저 또한 cobb 스튜디오의 작업물이 너무 좋았기에 함께 일할 수 있다면 영광이라고 생각했어요. 한편으로 저는 주로 2D 스타일의 작업을 많이 했고 cobb 스튜디오는 3D를 주로 작업하는 스튜디오라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걱정도 되었지만 이런 기술적인 건 문제가 되지 않더라고요. 제가 가진 색깔을 존중해 주신 게 감사했어요.

Q. 스튜디오에서 배운 게 있다면요?
회사에선 개인으로는 할 수 없는 프로젝트가 많았기 때문에 새로운 영역의 일이나 스타일로 작업할 수 있었어요. 3D 툴을 이용한 영상 작업도 해 볼 수 있었고 또 프레젠테이션을 정갈하게 준비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많이 배운 것 같아요. 그리고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는 법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요. 혼자 일을 하다 보면 이런저런 조언을 구하고 싶을 때가 많은데 그런 걸 옆에서 함께 고민해 주는 동료가 있다는 게 얼마나 든든한 것인지 느꼈습니다. 유학을 가게 되어 회사를 그만두고 지금은 개인적으로 일하고 있지만 스튜디오에서 쌓았던 경험들이 튼튼한 근본이 되었다는 걸 많이 느껴요.

Q. 소속된 스튜디오에서의 작업과 독립적인 프리랜서의 작업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아무래도 회사에서 일할 때는 어디에 소속되어 있다는 안정감이 좋았던 것 같아요. 규칙적인 생활에 따라오는 안온함도 좋았고요. 그에 비해 혼자 일을 하게 되면 자유롭기는 하지만 언제 일이 끊길지 모른다는 불안함이 항상 뒤따릅니다. 일을 통한 성취감이 더 크긴 하지만요. 각각의 장단점이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Q. 작업물의 계약, 진행, 최종 납품까지 스스로 이끌어갈 수 있는 나만의 팁이나 방법이 있을까요?
음… 특별한 팁이라고 할 건 아니지만 시간 약속은 꼭 지키려고 합니다. 작업 시간이 충분치 않아 촉박하게 일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아 자연스럽게 생긴 습관 같아요. 시간 약속을 어기면 신뢰가 깨지는 것 같아 제 마음이 너무 무겁거든요(웃음). 그리고 서면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클라이언트가 사전에 작업물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끔 디자인을 보낼 때는 ppt로 깔끔하게 정리해서 보내는 편이에요.


포털사이트 NAVER의 봄 로고 스케치. 김신영 디자이너는 꼭 연필로 스케치를 한다. 디지털 형식의 스케치가 불편하기도 하고, 연필로 직접 드로잉북에 스케치를 해야 거침없이 아이디어를 펼치는 기분이 든다고!


스케치의 결과물로 탄생한 2019 NAVER 봄, 여름 로고.

당신의 방향
Q. 다양한 작업을 진행하며 개인 작업에 집중할 시간이 줄어들 것 같은데요. 스스로를 예술가와 디자이너 중 한쪽으로 정의한다면?
저는 강력하게 제가 디자이너라고 생각해요. 저만의 만족을 위한 작업보다는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작업을 하는 게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거든요. 클라이언트와 미팅하고 의견을 나누며 하나의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나가는 그 과정이 재미있어요. 물론 대중들의 피드백을 보는 재미도 좋고요. 아마 제가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이어서 그런가봐요. 호호.

Q. 작가로서 가져야할 가치관 혹은 나만의 디자인 신념은?
No pain, No gain. 이건 그냥 요즘의 저에게 자주 거는 주문 같은 건데요(웃음). 많은 양의 작업을 하거나 체력 소모가 많은 일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엔 스스로 합리화하며 그냥 놓아버리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럴 때마다 ‘No pain, No gain’을 생각하면서 저의 정신을 다잡습니다. 무언가 열심히 끝까지 최선을 다하면 결과도 그만큼 좋더라고요.
반면 적당히 하면 결과적으로 만족도가 그리 크지 않았어요. ‘뭐를 하나 하더라도 나중에 후회하지 않게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자, 할 수 있다면 그냥 하자.’ 가 요즘 저의 정신을 다스리는 신념 같아요. 정말 작은 차이이고 대세에 큰 영향을 주지 않지만 무언가 해야 될 것 같다고 생각이 들면 시간이 더 들더라도 하는 게 나은 것 같아요. 이런 게 완성도의 차이를 주고 결과적으로도 더 만족감을 주거든요.

Q. 앞으로의 작업 계획 혹은 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앞으로 제가 어떤 길을 걷게 될지 저도 잘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좋아하는 작업,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행복한 디자이너가 되었으면 해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프리랜서로 일을 하면 안정성이 떨어져 불안감이 저를 옥죄어 올 때도 많은데 그럴 때마다 조급해하지 않고 차분히 마음을 다스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안정적으로 작업을 꾸준히 할 수 있는 게 지금 저의 목표인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작가님과 같은 길을 꿈꾸고 있는 많은 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현실적인 조언을 하자면, 본인의 작업물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포트폴리오 정리를 잘해 두면 좋아요. 반드시 남에게 보여주는 용도가 아니더라도, 온라인 사이트가 아니더라도 본인 스스로 작업을 분석해 볼 수 있다면 충분할 것 같아요. 그럼 자신이 잘하는 게 무엇인지 부족한 게 무엇인지 생각하며 그 다음 방향성이 생기거든요. 그리고 본인만의 이야기를 만들면 좋을 것 같아요. 단순히 화려하고 예쁜 피상적인 작업은 그 빛이 얼마 가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많이 고민하고 실천해보면 그 노력은 더 빛이 날 거예요. 이건 물론 제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여러분 화이팅! 나도 화이팅!

LG Social Challenger 177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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