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해외탐방]제6화 한러 대학생 좌담회 : 러시아 대학생을 만나다





  상트 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교 내의 한 강의실. 오후 2시경, 다섯 명의 한국어과 러시아인
학생들과 좌담회가 열렸다. 그들의 자기 소개는 비록 간단했지만 한국말이었고 다섯
명 모두 개인적으로 지은 한국식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통역을 통해 몇 마디 말이 오가자 ‘眞多慧’라는 한국식
이름을 가진 일레나가 대뜸 “Can I speak English?” 라며 영어로 직접 대화할 것을 제안했다. 그 후 토론은
주로 영어로 진행되었다.

 

시장경제가 도입되고 삶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나요.


외국문화들을 보다 많이 접할 수 있게 되었고 삶이 자유로워졌어요. 자유는 가장 소중한
가치
라고 생각해요. 실업이 걱정이지만 상황은 계속 좋아지고 있고, 1997년 모라토리엄을 겪은 이후 경제
역시 상황이 나아진 편이죠.


하지만 대학졸업 후 직업을 얻기 위해 많은 대학생들이 경제학 등 실용적인 학문에치중하고
전문적인 직업을 선호
하는 것은 사실이죠.


우리는 바쁘게 준비하고 있어요. 세계의 강대국들과 같은 경제적 레벨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풍부한 자원, 넓은 영토, 많은 인구, 국민들의 높은 창의력 등 많은 잠재력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현재 러시아 인구의 2/3 가 가난하죠. 지금 찾아온 길이 옳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고, 잘못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러시아 대학생들이 영어를 배우는 것도 자본주의의 소산인가요.


단지 자본주의 때문은 아니고요, 영어는 세계의 언어이기 때문에 배우는 거죠. 소련
붕괴 이후에 7살 때부터 영어를 가르치는 교육 시스템을 채택
했기 때문에 젊은 세대들은 기본적으로 영어를 구사할
수 있어요.

갑작스러운
체제 전환에 따라 러시아의 실업률과 물가가 치솟았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 때문에 지난 시절을 그리워하는 젊은
러시아인은 아무도 없다. 그들은 그들이 겪고 있는 과도기적인 현상들을 경제 발전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나는 작은
고난으로 여기는 것 같았다.

 
21세에 세계 각국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지나친 수준까지 가고 있다고 보는데요.
과거 미국을 견제하던 강력한 국가였던 러시아의 입장은 어떤가요.


미국이 다른 나라에 과도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에는 반대해요. 러시아는
미국과 경제적으로, 나아가서는 정치적으로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체제 전환이라는 중대한 결정을 한 것이라고 봐요.



다른 국가들과 함께 노력한다면 미국도 얼마든지 우호적인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거에요. 코카콜라와 맥도널드로 대표되는 경제적인 점에 대해선 특별한 느낌은 없어요. 이미 익숙한걸요.


모두가 미국의 독주를 싫어해요. 이라크 전쟁, 일방적인 영향력… 하지만
전세계 모든 젊은이들이 코카콜라 마시고, 어메리칸 스타일로 옷을 입죠. 영국식 영어가 아니라 미국식 영어를 공부하고요.

내심
가장 조심스러웠던 질문에 러시아 학생들은 의외로 담담했다. 미국의 지나친 영향력을 우려하는 점에서는 우리나라
학생들과 같은 공감대가 형성되었지만, 경제적인 부분까지 결부시키는 것 같지는 않았다. 러시아 인들의 삶에 경제
대국으로서의 미국은 배척해야 할 그 무엇이라기 보다는 경쟁해야 할 파트너에 가까워 보였다.

 
‘한국’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김치가 가장 먼저 떠오르죠.


축구요. 안정환…?


산이요. 러시아는 산이 없어서 그런지 한국의 산이 참 예뻐요.


동북아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비전이 있는가?


….with Korea


러시아는 유럽과 러시아의 중간에 있는 국가로 동방과도 가깝죠. 그래서 한국과의 관계가
더욱 중요
하다고 생각해요. 정부 역시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한국과 10년 동안 교류해 왔다고 생각해요.



길을 걷다 보면, LG같은 한국 기업들의 광고를 쉽게 볼 수 있어요. (그러면서
LG휴대폰을 직접 보여주면서 웃음을 자아냈다.)
한국이 러시아에 투자하면 서로에게 도움이 될 거에요.

한국을
러시아의 경제적인 파트너로 보는 시각이 보편화 되어 있느냐고 묻자 러시아에 투자하면 자신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들은 이미 동방의 작은 나라 한국도 동등한 파트너로 대할 수 있는 실리적인 시각으로 무장해 있었다.

러시아의 젊은이들에게 자본주의냐 공산주의냐는 이념 논쟁은 이제 의미가 없어 보인다. 그들은 경제적인 도약을 꾀하고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 공부를 통해 세계화에 발맞추려고 노력 중이다. 러시아 인구의
2/3가 아직 가난에 시달리고 있지만 우리가 만난 대학생 중 누구도 사회주의로의 회귀를 바라지는 않았다.

러시아는 변하고 있다. 아니, 스스로 변하는 것이 아니고 젊은이들의
노력과 준비에 의해 변화되고 있다. 아냐의 말처럼 그들은 21세기를 ‘바쁘게 준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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