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센싱 전문가 조태봉 회장, 라이센싱의 안쪽과 앞날

새로움을 탐닉하는 사람, 그리고 그들을 저격하는 콘텐츠와 캐릭터의 접점. 그 사이 라이센싱의 미다스 손, 한국문화콘텐츠 라이센싱협회 조태봉 회장이 있다. 그가 밝히는 라이센싱의 알파와 오메가, 그리고 그 너머의 대화들.

Who is 조태봉 회장?

‘김&장’ 로펌 회사에서 지식재산권 관리 업무를 한 그가 개인 사업을 시작한 건 지난 2001년. 2년 후 해외 여러 나라에 드라마 <대장금>을 라이센싱을 진행한 뒤 2008년에는 코콘 그룹을 설립해 다양한 라이센싱 컨설팅과 비즈니스 사업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그의 지평은 해가 갈수록 점점 넓어졌다. 2005년 문화콘텐츠라이센싱협회를 설립한 후 2012년부터 지금까지 협회장의 자리를 유지해온 것. 그는 스스로 첫 맛을 보고 전파한다는 의미로, ‘라이센싱 브로커’라 부른다.

Q. 라이센싱 업무 자체가 생소한 사람도 많아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건가요?

라이센싱은 기본적으로 지적소유권자가 가진 브랜드 혹은 콘텐츠를 각자의 사업 목적에 맞게 허가해주고, 그에 맞는 대가를 주고받는 거예요. 일반적으로 잘 아는 캐릭터 뿐 아니라 브랜드, 콘텐츠, 드라마, 애니, 게임 등의 라이센싱은 물론 라이선스와 관련해 조언하는 지식재산권 컨설팅 업무를 합니다. 이 뿐만 아니라 브랜드나 콘텐츠의 가치를 더 높이고 성장시키는 역할도 하죠. 더불어 브랜드의 사회적 이미지를 건전하게 만드는 컨설팅 사업도 하고 있어요.

Q. 라이센싱 전문가의 삶을 선택한 계기나 이유가 따로 있나요?

대학생 때 법학을 전공한 뒤 ‘김&장’이라는 로펌 회사에서 일하면서 라이센싱을 알게 됐어요. 당시 지식재산권(IP) 관리와 관련한 업무를 담당했죠. ‘유나이트 피처 신디케이트’라는 회사의 스누피와 아놀드 파마 등을 한국에서 라이센싱하는 업무를 맡았는데, 이때 캐릭터란 것이 엄청난 부가가치가 있다는 걸 알았어요. 자연스럽게 라이센싱 사업을 하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Q. 본격적인 첫 발을 들일 때 여러 시행착오가 있을 거로 예상되는 데요.

개인 사업을 시작할 때, 라이센싱 업무보다 경영적인 측면에서 시행착오가 많았어요. 콘텐츠 비즈니스로 확장하려다가 할리우드 영화의 배급권을 2편 가져왔었죠. 1편을 먼저 배급하다가 사정이 좋지 않게 되어서 막대한 손해를 입었어요. 그래서 아직 남은 1편은 배급 자체도 시도하지 못하고 제 금고에 잠들어 있습니다. 경영상의 어려움을 맞기도 하고, 잘못된 판단에 따른 책임감과 시련 등 여러 일이 많았어요. 그 외 직원 관리나 육성도 아쉬운 부분이 많았고요.

Q. 스스로 ‘라이센싱 브로커’라 지칭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요?

‘브로커’라는 용어가 우리나라에서 왜곡되어 쓰이고 있어요. 미국에서 라이센싱 비즈니스 계약을 할 때, 브로커 어그리먼트(Broker Agreement)라고 하거든요. 브로커의 어원은 사실 프랑스에서 와인을 가장 먼저 맛보고, 첫 맛을 보게 하는 사람(brocour)이에요. 코르크 마개를 따는 사람, 즉 세상에서 가장 먼저 맛을 볼 수 있는 사람인 거죠. 남보다 가장 먼저 새로운 맛을 보고 어떤 맛인지 감별사 기능을 하는 동시에 이 맛을 전파하는 역할을 하죠. 그래서 전 라이센싱 브로커라고 부르고 싶어요.

Q. 브로커의 의미가 흥미롭네요. 가장 먼저 맛을 보는 사람인 만큼 보람 역시 크겠죠?

그렇죠. 그간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브랜드나 캐릭터를 소비자에게 알릴 때, 혹은 제가 마케팅하고 기획한 지식재산권, 콘텐츠, 브랜드가 널리 알려졌을 때 보람을 느끼죠.


그의 라이센싱 역사상 가장 기억에 남는 <대장금>. 계약서의 서류만도 작은 성을 쌓는다.

Q. 진행한 라이센싱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요?

2003년에 진행한 ‘대장금’이에요. 제가 라이센싱한 첫 작품이면서 지금까지도 사라지지 않는 브랜드죠.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이미 유명한 작품을 라이센싱했다고 생각하겠지만, 천만의 말씀이에요. 대장금 시나리오가 나올 때부터 다양한 다양한 라이센싱 전략을 계획하고 그에 맞춰 실행에 옮겼거든요. 당시 드라마는 길어봐야 6개월 수명의 콘텐츠란 인식이 있었지만, 1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으니 볼 때마다 입가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Q. 올해 크게 주목 받은 ‘오버액션토끼’도 빠질 수 없는 것 같은데요.

현대백화점에서 ‘오버액션토끼’ 팝업스토어를 열었어요. 다양한 상품과 콘텐츠 라이센싱을 진행했죠. 그 무더운 여름에도 줄을 서서 인형을 살 만큼 우리조차 예상하지 못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어요. 모객 기능용으로 세워둔 팝업스토어가 백화점 매출보다 높아졌으니, 그 인기가 대단했죠. 현재도 다양한 라이센싱을 진행하고 있고, 곧 중국과 일본으로 진출할 예정이에요. ‘오버액션토끼’가 원래 일본 캐릭터인데, 일본에 다시 역으로 팔고 있으니··· 이보다 흥미롭고 매력적인 것이 있을까요?


발 딛을 틈 없는 팝업스토어 전경과 팝업스토어 앞 ‘오버액션토끼’ 대형 인형

Q. 역수출이라니, 명쾌한 기분이 드네요. 수익적인 측면도 라이센싱의 큰 매력 중 하나겠죠?

잠을 자고 있어도 누군가 나를 위해 수익을 가져다 주죠(하하). 대부분 비즈니스는 아무리 잘되더라도 한계치가 있거든요. 하지만, IP와 라이센싱 비즈니스는 그 한계가 없어요. 물론 국제적인 업무가 주를 이루다보니, 커뮤니케이션 등에서 어려움이 따르는 경우도 있어요. 위험도, 어려움도 따르겠지만, 그만큼 보상이 이뤄지고 보람도 남는 게 가장 큰 매력이에요. 이를 위해서는 남이 했던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을 찾아야 해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보다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어야 하죠.

Q. 라이센싱과 관련한 미래는 예상대로 밝을까요?

성장 가능성이 많은 시장이고, 성장해야 하는 시장입니다. 그만큼 아직 개척되지 않았고 인식되지 않은 블루오션이라 보고 있어요. 2004년에 문화콘텐츠라이센싱협회를 만들 당시부터 한 이야기지만, 라이센싱을 비즈니스 단위에서 나아가 산업(industry)으로 바라보는 게 필요해요. 미국은 라이센싱 산업이라 부르며, 체계화된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죠. 일본은 물론 중국 역시 IP 비즈니스, 산업이 거론되면서 준비를 잘 해가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그 중요성을 알지만, 아직 체감하지 못하는 듯해요. 라이센싱을 개별 산업으로 분류, 시스템화하고 어떻게 부가 산업을 진행할지 생각해봐야 해요.

Q. 미래의 라이센싱 전문가를 꿈꾸는 이들이 갖춰야 할 역량이 있다면요?

개인적인 역량이 중요한 것은 여느 분야에서나 마찬가지겠죠? 라이센싱 관련 일을 해보고 라이센싱 전문 지식을 쌓으면서 그와 관련한 법률 등을 아는 것도 중요하고요. 하지만, 이건 기본이에요. 콘텐츠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전문가 수준의 관련 지식이나 역량이 있어야 하고, 인간관계도 중요해서 사교성이 좋아야 해요. 다양한 경험에 따른 여러 사람과의 네트워크가 필요하죠. 콘텐츠는 흥행하고 나서 진행하기엔 늦기에, 콘텐츠를 보는 안목도 필요합니다. 미리 기획 단계에서부터 라이센싱 전략을 펼쳐나가야 하거든요. 앞서 말한, 퍼스트 무버를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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