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라이터

광고는 절대 한 사람의 아이디어로 만들 수 없다. 하지만, 인상적인 광고는 다른 어떤 효과보다도 단 한 줄의 문구로 각인되기 마련. 그 한 줄로 광고의 승부수를 거는 카피라이터, 그 매력적인 직업의 진실은?

글, 사진_서은홍/제14기 학생 기자(성신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06학번)
바리케이트 없는 카피라이터의 길

한 편의 광고는 수많은 스태프의 손을 거쳐 탄생한다. 그렇다면 이 과정 중에서 어느 때 카피라이터가 빛을 발할까? 간단히 살펴보면, 광고는 광고주의 의뢰로 출발해 전략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AE를 거쳐, 시장과 소비자의 트렌드를 분석하는 마케터와 만난다. 전략 방향 수립 후, 카피라이터와 디자이너들 그리고 피디가 모여 아이디어를 내면, 여러 미디어를 담당하는 사람들이 의견을 조합해 제작을 하게 된다. 때문에 카피라이터는 단순히 ‘카피를 쓰는’ 과정뿐 아니라 한 편의 광고가 완성되기까지 디자이너, 피디, 여러 미디어 담당자 등과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광고 제작의 전반적인 과정 전체에 참여하게 된다.

HS Ad의 나은정CD의 말에 의하면 ‘카피는 하나의 글’이기 때문에 전공과 상관없이 인문학적인 지식을 두루 갖춘 사람이라면 누구나 만들 수 있다. 실제로 카피라이터가 되는 길은 정형화되어 있지 않다. 광고의 전문 분야이기는 하지만, 지원시 요구되는 특정 학과나 특정 자격증이 없기 때문에 광고 관련 학과를 나오지 않더라도 도전하는 데에는 제약이 없다. 다만 요즘은 광고업계에서 신입 카피라이터를 채용하는 빈도수가 낮아 카피라이터가 되는 길이 좁아졌기 때문에, 광고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다양하고 넓은 방면의 경험과 지식을 두루 갖추어 두는 것이 좋다.

통상적으로는 대행사에 입사해 카피라이터가 되는데, 광고업계에서 자신의 꿈을 더 크게 펼치고 싶다면 보다 큰 규모의 대행사에서 출발할 것을 권한다. 특히 훗날 프리랜서로 전향하려는 계획이 있다면, 다양한 경험을 두루 거쳐 능력을 인정 받아두는 것이 좋기 때문에 그런 기회가 좀 더 많이 주어지는 곳에서 시작하는 것이 유리하다.

카피? 제품에서 아이디어 뽑아내기부터

카피라이터들은 인상적인 하나의 카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범람하는 광고의 홍수 속에서 사람들에게 단번에 각인되는, 그리고 오래 기억에 남는 카피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갈구한다. 그렇다면 이런 기발한 아이디어들은 어떻게 얻을까? 현직 카피라이터들은 제품 속에서 그 아이디어를 찾는 것이 정답이라 말한다. 한 제품에 대해 ‘이건 왜 그럴까?’하는 의문을 통해 제품의 제작 의도를 파악하고, 동시에 최근의 트렌드를 바탕으로 이 제품이 사람들에게 관심을 살 수 있을만한 부분에 대해 분석한다. 때문에 카피를 만드는 사람에게는 물건을 보고 기발하고 특이한 생각을 떠올리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가장 기본적으로는 사물에 대한 논리적인 통찰력으로 물건 속에서 소비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요소를 짚어 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퇴근은 몰라요, 무규칙 카피라이터

대행사에 속한 카피라이터라면 대개 일반 직장인들과 같은 사이클로 하루를 보낸다. 창의적인 활동을 위해 일 주일에 한 번은 영화관으로 출근 하도록 하는 회사도 있고, 휴일 배분을 자율적으로 하도록 하여 업무의 효율을 높이는 회사도 있지만 이런 경우는 좀 특이한 회사이고 대개는 평범한 직장인처럼 생활한다. 그래도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이므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근무 시간 중 영화를 보러 간다거나 만화책을 보는 등의 융통성은 허용된다고. 제시간 내에 일 처리가 이루어져 다른 업무에 지장만 없다면 그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은 순전히 그 사람의 조율 아래 자율적으로 쓸 수 있다. 물론 광고는 혼자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약속된 시간은 지킨다는 조건에서 통용되는 이야기라고. 그런 반면 광고주가 원하는 시간 내에 작업을 끝내야 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새벽까지 이어지는 야근이 매우 잦기도 하다. 당연히 체력도 뒷받침되어야 할 부분. 때문에 겉모습이 화려해 보인다고 해서 무작정 뛰어들었다가 몸서리치며 물러나는 사람도 꽤 있다. 카피라이터를 꿈꾸고 있다면 이 직업이 갖고 있는 장단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충분히 고려한 후에 도전해야 할 것이다.

Mini interview : 나은정 CD와의 카피라이터 탐구

카피라이터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HS Ad의 나은정 CD를 만났다. CD가 뭐지? 알고 보니 ‘Creative Director’의 약자란다. 넓은 광고계의 카피라이터이자 CD로 활약중인 그녀에게서 듣는 광고계의 속사정.

럽젠Q : CD라는 직책이 생소합니다. 어떤 직업이죠?

앞서도 잠깐 소개했지만, CD(Creative Director)는 제작총괄뿐만 아니라 광고주와의 미팅 및 전략수립에도 관여하는 직책으로써 즉 ‘광고제작 최고책임자’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카피라이터나 아트디렉터로써 오랜 기간 쌓은 경험을 토대로 능력을 인정받아야 CD가 될 수 있지요.

럽젠Q :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은 겉보기에는 화려해 보이지만 고충도 많을 것 같아요.

다들 힘들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감동을 줘야 하는 광고를 만들 때가 힘들어요. 반짝하고 재미있게 표현해야 하는 광고는 사람들과 머리를 맞대고 모여서 즐겁게 일하는 와중에 나오기 때문에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 않지만, 감동을 주는 광고는 스스로의 깊이가 없다면 절절한 감동을 끌어내기가 어렵거든요. 그만큼 깊이가 있는 광고는 확실히 오래 남기도 해요. 생활 속에서 편안하게 여기는 부분에서 표현하는 광고가 오히려 조용하게 큰 목소리를 내야 하기 때문에 만들기가 힘들죠. 이럴 때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으면 조용히 내 자신의 능력에 반문을 제기하기도 해요. ‘아 이게 적성에 맞나?’ 하고요. 야근이 잦다 보니 개인적인 시간을 쉽게 못 내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에요. 연락이 뜸해진 친구도 꽤 많아요.(웃음)

럽젠Q : 야근도 잦고 휴일도 들쭉날쭉, 육체적으로 힘들 텐데 그런 기색이 별로 안 보이세요.

광고를 하겠다는 사람은 굉장히 열정적이에요. 성격이 조용하고 시끄럽다는 개념이 아니라 사람 속에 있는 열정이 넘쳐난다는 것이 보여요. ‘뭐든지 하겠습니다.’의 자세를 갖추고, 일에 있어서는 물러서지 않는 열정을 갖추고 있는 사람들이죠. 물론 가끔 철야에 지쳐 쓰러졌다는 사람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그렇게 육체적인 힘듦 때문에 후회를 느껴본 적은 없어요. 하고 싶은 일이 있고, 그 일을 하면서 지치지 않는다는 건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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