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메시지]제2화 뉴욕이어서 아름다운 겨울


사랑하는 아내와 그리고 엄마 뱃속에서 36주 되는 사랑스런 축복이(태명)와 본인이 함께 사는 곳은 뉴저저에 있는 Palisades Park이라는 도시다. 예전엔 뉴저지를 Garden State라고 불렀다. 푸른 숲이 많아서 그렇게 불렀다 한다. 산이 많은 지역이 Mountain State라고 불려지는 것 또한 같은 이유에서 일 것이다. 오래된 자동차 번호판에는 아직도 New Jersey와 Garden State라는 명칭이 같이 적혀 있다. 이 도시는 Fort Lee, RigdeField, Leonia, 그리고 RidgeField Park이라는 도시들로 둘러 싸여 있다. 시라고 하지만 도시 끝과 끝을 자동차로 달리면 채 10분이 되지 않는 크기다. 이렇게 많은 도시가 모여 하나의 County가 되고 여러 개의 County가 모여 하나의 State가 된다. 이곳은 예전에 한국 주재원들이 많이 살았던 동네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사람들이 무척이나 많다. 뉴욕 맨하튼까지 G.W Bridge(조지 워싱턴 다리)를 통해서, 또는 Lincoln 터널을 통해서 가면 30분이면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겠다. 이곳에서 내가 다니는 학교까지는 약 1시간 정도 걸린다.
10월, 11월, 그리고 12월은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만큼 빨리 지나간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10월 마지막 밤의 할로윈 데이, 11월 셋째 주 목요일의 땡스기빙 데이, 그리고 12월 25일의 크리스마스와 새해 맞이 같은 굵직한 행사가 많아서 그런 것 같았다. 10월에 접어들면서부터 뉴저지뿐 아니라 미국 전역은 잭 오 랜턴(Jack-o’lantern)이라고 불려지는 붉은 호박 등으로 환하게 밝혀 진다. 10월1일부터 시작된 집 전체의 장식이 할로윈 데이 전날까지 계속 되는 집도 있다. 신나고 재미난 할로윈 데이는 아이들의 축제로 바뀌어 가는듯한 느낌을 준다. 호박 등이 놓여져 있는 집들은 거의 외국인 집인 경우가 많다. 할로윈 데이에 아이들은 마녀 분장 또는 요정 분장을 한 체로 호박 등이 놓인 집 앞에서 ‘트릭 오어 트릿(Trick or Treat: 과자 안주면 장난 칠거야!!)’을 외친다. 그러면 집주인은 미리 준비한 사탕이나 쿠키 또는 풍선껌을 그 아이들이 들고 다니는 커다란 비닐 봉지에 한 움큼씩 넣어 주며 아이들과 얘기 하고, 그 아이들의 부모들과도 얘기 한다. 조금 더 큰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떼를 지어 다니고 어린 아이들은 부모들이 직접 데리고 다니면서 이런 문화를 몸으로 체득하게 한다. 전통이나 문화의 계승은 수고로움 없이는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절감하게 된다. 이렇게 10월이 지나면 땡스기빙 데이 준비로 11월을 맞이하게 된다.


올해 11월 셋째 주 목요일, 땡스기빙 데이에는 비가 왔다. 유학 첫 학기의 마지막을 즈음하여 한 가정으로부터 비 오는 땡스기빙 데이에 점심 식사 초대를 받았다. 역시 터키 요리가 준비되어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었다. 얇게 썬 고기에 소스를 묻혀 먹어본 터키 고기는 아주 맛있었다. 외국인의 집에서 홈스테이 방식으로 거처를 정한 유학생들의 경우에도 아마 집 주인으로부터 초대를 받았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유학생들은 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해 먹었을 것이다. 땡스기빙 데이 당일에는 거의 모든 음식점들이 문을 닫고 쉬기 때문이다. 플로리다에 있는 한 친구는 작년에 땡스기빙 데이 전날 장을 봐 놓지 않았다가 그 다음날 하루 종일 굶었다고 한다. 미국에서의 큰 명절 전날엔 반드시 장을 봐 놓을 것을 권한다.


10월의 할로윈 데이, 11월의 땡스기빙 데이를 보내고 나면 드디어 12월의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로 온 미국이 분주해진다. 가장 먼저 시작되는 일은 맨하튼의 록펠러 센터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식일 것이다. 3만개의 각종 아름다운 색등으로 장식된 높이 71피트(약 22미터)의 노르웨이 산 가문비나무의 화려한 크리스마스트리가 수 천명의 뉴욕시민들과 전 세계에서 온 수 많은 인파가 지켜보는 가운데 그 환상적인 빛을 발하게 된다. 그와 함께 모든 도시의 아파트나 하우스(가정집)는 반짝이는 전구로 자기 집 전체를 둘러가며 장식한다. 루돌프 사슴모양의 조명과 아기 예수님과 동방박사 인형으로 앞마당을 수놓아 환하게 밝혀 놓는다. 유학생들은 기말고사가 끝난 겨울방학 동안 시험 성적이야 어떠하든 일단 접어 두고, 저마다 여행 계획을 세우거나 한국에 들어 갔다 올 계획으로 분주한 때다. 본인이 출석하는 교회에는 유학생들로만 만들어진 모임이 있다. 이 모임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유학생 출신인데, 지금은 한두 명만 빼고 모두 직장인으로 자리 잡고 잘 살아가고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엔 가장 집이 넓은 사람 집으로 인당 20불 상당의 선물을 준비해서 모인다. 저녁 식사는 반찬거리를 한가지씩 준비해 와서 나눠 먹는 potluck style로 가진다. 거의 한 시간에 걸친 선물 교환식 이후에 각자 준비해온 음식으로 맛있는 저녁을 먹고 재미있게 시간을 보낸다.



한 해의 마지막이 되면 언제나 그랬듯이 한 해를 돌아보며 반성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아마 모든 유학생들의 상황이 동일하리라 생간 된다. 이곳 유학생들 모임에는 새해를 맞이하는 독특한 전통이 있다. 바로 만두 빚기이다. 그 해의 마지막 날인 31일에 역시나 가장 넓은 집에 모여 상당히 많은 양의 만두를 빚는다. 한 해를 돌아보며 반성도 하고 덕담도 나눈다. 각자 빚은 만두로 배를 불리며 재미나는 시간을 보낸다. 어떤 이들은 31일 오전이나 오후부터 타임스퀘어로 나가서 그 근처 햄버거 가게에 자리잡고 앉아서 새해 맞이 카운트다운을 할 준비를 한다. 본인도 아내가 임신 중만 아니었으면 그곳에서 새해를 맞이 했으리라. 그 많은 인파를 헤치고 움직일 자신이 없고 그렇게 오랜 시간을 기다릴 엄두도 나질 않아 타임스퀘어에서의 카운트 다운에 참석하지는 못했다. 아쉽지만 타임스퀘어에서의 카운트 다운은 내년으로 기약해야겠다. 만두로 채운 배를 두드리며 닭의 해에 태어날 아기를 기대하며 사랑하는 아내의 손을 꼭 잡고 예배 중에 맞이하는 새해도 그렇게 썩 나쁘지는 않다. 이렇게 시작된 한 해. 다시 열심히 뛰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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