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대학 때 뭐했어? 하고 싶은 건 다 해봤는데요












내년 2월에 졸업하는 류민정 씨의 이력서의 일부다. 다른 친구들에 비해 과도한 면이 없지 않지만, 중요한 것은 많은 대학생들이 위와 같은 이력에 대해 전혀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동경한다는 것이다. 이는 비단 졸업을 목전에 둔 고학번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요즘 대학생들은 입학을 하자마자 취업 걱정을 하고, 대학 생활에 적응하기도 전에 작은 사회부터 경험하고 싶어한다. 류민정 씨 말을 빌리자면, 대학은 졸업 후 미래에 대해 채 절반도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한다. 곧, 대학은 이제 대학생들에게 작은 사회가 아니다. 대학은 대학생들과 괴리되어 있다. 과연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지방에 있는 모 대학을 다니는 최경식 군은 올초 프랑스의 INSA 대학교 교환학생에 신청, 합격했다. 당초 한 학기를 목표로 떠난 최 군은 그러나, 지난 여름에 자신의 학교에 교환학생 기간 연장 신청서를 메일로 제출했다. 그리고 지금도 프랑스에서 자신의 생활을 즐기는 중이다. 그에게는 당장 눈앞에 닥친 졸업 문제가 현실성 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지방대 출신으로 대학 졸업장만 가지고는 인생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는 프랑스에서 무언가 특화된 것을 배우고 싶다고 말한다. 전공인 컴퓨터 공학을 잘 살리면서도 국내에는 아직 미비한 무언가를 찾으려는 노력. 그는 그것을 프랑스에서 찾으려 하고 있었다. 자신에게 다가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확실히 시대가 달라졌다. 대학 졸업장만 가지고서는 사회에서의 경쟁력이 제로에 가깝다. 지난 해 모 대학원 입시에서 아무런 이력 없이 학점만 3.9/4.3 이었던 학생이 낙방한 것이 좋은 예다. 물론 경쟁률이 높은 대학원, 학과였다고 하지만, 이는 진학 또는 취업을 앞둔 고학번들에게는 한동안 엄청난 충격이었다. 졸업 GPA(평점)가 모든 것에 우선하는 시대가 끝난 것이니까. 때문에 올 한해 인턴십과 공모전에 참여하려는 학생의 수가 크게 늘었다. 학교 내에서 위와 같은 경력을 쌓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니나다를까, 취업 및 진학에 학교 외부활동이 미치는 영향은 대단하다. 물론 수요가 크게 늘어 최근에는 그 풍토가 많이 변했지만, 어떤 회사의 인턴십 경험은 졸업 후 그 회사에 지원했을 때 상당한 플러스 요인이 된다. 이미 검증된 재원이기 때문이다. 비단 이런 기업체 관련 활동이 아니더라도 마찬가지다. 최근 기업체가 추구하고 있는 글로벌 마인드, 사회 환원 활동 등이 곧 교환학생(어학연수)이나 봉사활동과 연결된다. 곧 학교에서 벗어난다 함은 졸업 후 사회가 원하는 모습을 미리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요즘 대학생들이 단순히 경쟁심 때문에 학교 바깥으로 나가는 것인가.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이들의 활동 영역은 인턴십이나 공모전과 같은, 철저하게 기업과 연결된 것 이외에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가 바로 봉사활동이다. 봉사활동은 자신의 이력에도 긍정적으로 반영되면서 자아의 성장에도 도움을 준다. 계산이 빠르고 약은 현대의 대학생이라 한들, 봉사활동을 단순히 목적의식만 가지고 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들에게 있어 학교를 벗어나는 것은 개인의 보람과 직결된다. 곧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다. 어학연수, 배낭여행, 교환학생 등도 마찬가지다. 어느 누가 이력서에 한 줄 더 넣고 싶어서 비행기를 타겠는가?




바쁘게 살아가는 대학생들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면, 대답은 거의 다 한가지로 귀결된다. 바로 ‘내 인생을 내가 만들어 나가는 거니까 안타깝게 바라보지 말 것.’ 설령 경쟁사회라 남들이 다 바쁘게 사니까 나도 바쁘게 사는 것이라고 한들, 어쨌든 자신의 인생을 위한 투자니까 후회는 없다는 것이다. 우리네 부모님 세대가 대학생을 ‘무한한 지식의 수혜자’ 정도로 회상하고 있다면, 우리들 세대는 ‘자신을 완성하는 기회가 주어진, 그러면서도 실패에 굴하지 않는 사람’ 정도로 받아들이면 되지 않을까. 어차피 시대는 변하는 것이고, 그에 따라 이 사회가 원하는 인간형도 다른 법이니까.
아주대 3학년 권영호 씨는 ‘많은 학생들이 단순히 경쟁의식에 사로잡혀 학교 바깥으로 돌아다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많은 친구들은 학교 바깥에서 일어나는 일 또한 대학생이기 때문에 경험해 보아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대학생은 실패에 대한 리스크가 적다. 실패하더라도 그들이 얻은 것은 그들의 미래에 요긴하게 활용될 것이다. 대학 입시에 지친 그들이 또 힘들어하는 모습이 안쓰럽다고? 걱정은 마시길. 그들은 이미 자신의 생활을 즐기고 있으니까.

글,사진_박태진 / 11기 학생기자
카이스트 수학전공 02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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