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것의 저력, <노 네임No-Name> 군단

잡지로 자신의 독특한 시각을 발현하는 작은 거인의 움직임이 럽젠의 레이더망에 포착됐다. 그들은 패션과 향수, 디자인 등 각자의 전공 분야에 진군하며, 직접 매체가 되어 세상과 소통했다. 셀프 프로모션Self-promotion에 열성을 기하는 이 못 말리는 청춘, 어찌 응원하지 않을 수 있으리요!


더하거나 빼지 않는다. 애써 예쁘게 포장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다만, 있는 그대로를 보여줄 뿐이다. 7명의 경희대예술디자인 계열 08학번 동기들이 모여 만들어낸 패션 디자인 잡지 <노 네임No-Name(이하 No-Name)>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그들의 모습이었다. 각자의 전공이 제각각인 점에 착안해 이름 붙였다는 <No-Name>의 모토는 ‘키치스러움’. 의도된 조악함 속에 스며든 세련미는 기존 패션잡지와의 차별화를 추구하는 <No-Name>만의 뚜렷한 색깔이다. 어설프게 흉내 내지 않고, 없으면 없는 대로 ‘척’하지 않는 솔직한 구성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발매되기 전부터 No-Name은 입소문을 타고 알려졌고, 덕분에 창간호는 꽤 성공적이었다. 이는 더 새로운 것을 담아내야 한다는 즐거운 부담이 되었다. 신촌의 한 카페에서 두 번째<No-Name> 프로젝트 준비에 한창인 편집자들을 만났다.

럽젠Q : <No-Name>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저희가 전부 디자인 계열 학과라서 팀작업이 많았어요. 같이 작업하면서 서로 느꼈던 점들이 많았죠. 그러다 장난처럼 ‘우리끼리 책이나 한번 만들어볼까?’라는 말이 나왔고, 그래서 시작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그냥 저희의 얘기만 담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하다 보니까 욕심도 많이 나고, 좀 더 많은 사람과 생각을 공유해보고 싶어서 일이 점점 커지게 되었죠.

럽젠Q : 학생신분에서 자기 사비를 털어가며 잡지를 만든다는 게 그렇게 단순한 일은 아닌 것 같은데요. 원래 잡지 쪽에 관심이 있었나요?

다들 패션 쪽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긴 했지만, 완전히 빠져서 이거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진 건 아니에요. 저는 패션잡지라는 게 꼭 패션 좋아하는 사람들만 모여서 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패션에 그렇게 관심이 많지 않아도 디자인이나 사진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여러 작업할 수 있는 게 잡지가 가진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잡지를 만들면서 패션에 대해 더 관심이 생긴 거는 분명한 거 같아요.

럽젠Q : 잡지가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읽히기 위해서는 단순한 관심 이상의 식견이 필요할 텐데요.

그 부분을 처음에는 간과했어요. 누가 터치하는 것도 아니고, 저희 마음대로 만드는 거였으니까요. 그런데 읽어주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묘하게 책임감 같은 게 생겨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까 각자 학습을 하게 되고, 또 잡지를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공부가 되는 것 같아요. 화보를 만들면서 외국 사이트나 잡지 같은 걸 찾아보게 되고, 그러면서 조금씩 알아가게 되는 것 같아요.

럽젠Q :잡지를 보면 톡톡 튀는 부분들도 많지만, 중간마다 학생들이 만들었다고는 보기 어려울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부분들이 많습니다. 외부에서 따로 도움을 주신 분들이 있나요?

저희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저희가 했지만, 저희가 할 수 없는 부분. 특히 화보 사진 같은 부분은 저희만으로는 하기 어려운 작업이었어요. 사진 하나가 잡지 전체의 퀄리티를 좌우할 수 있는 거니까요. 그런데 정말 감사하게도 많은 분이 도움을 주셨어요. 권혁민이라는 포토그래퍼는 먼저 연락을 주셔서 창간호에 실리는 화보 사진을 찍어주셨어요. 페이도 안 받으시고요. 그분 덕분에 스튜디오 촬영도 할 수 있었고, 전체적인 잡지의 완성도가 높아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럽젠Q : No-Name이 디자인을 강조한 패션잡지지만, 전체적으로 완성도 있는 구성을 위해서는 이미지 외적인 부분의 완성도, 예를 들면 기발하고 깊이 있는 피처 기사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창간호 때 문제를 꼽으라고 한다면요. 솔직히 디자인에는 개인적으로 만족해요. 그런데 전체적으로 보면 기획력 부분에서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싶어요. 디자인하는 친구들은 전공분야이기도 해서 어느 정도 기본적인 실력은 있었어요. 그런데 글 쓰는 부분은 그렇지가 못해서 아쉬운 점이 많았죠. 저희는 양쪽을 다 가져가려고 하기보다는, 저희가 관심이 있고, 잘할 수 있는 분야인 패션을 중점적으로 다루기로 했어요.

럽젠Q :기존의 패션잡지에서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에디터들이 수많은 아이템을 다뤄왔어요. 이를 벗어나 새로운 아이템을 찾는다는 게 절대 쉽지 않을 텐데, 어땠나요?

저는 잡지를 만드는데 약간 ‘오타쿠’적인 기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남들이 모르는 부분을 잘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죠. 좋았던 게 저희가 모두 조금씩 그런 기질이 있었어요.(웃음) 각자 혼자만 알고 있었던 사람이나 생각들을 쏟아낼 수 있었고, 그중에 보석을 찾을 수 있었죠. 이런 부분들이 기획하는 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럽젠Q : 각자 개성들이 강한 만큼 그로 인한 갈등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편집장님이 어려움이 많았겠어요.

간사하고, 비굴하게 나갔죠.(웃음) 그래서 만드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렸던 것 같아요. 표지디자인만 해도 원래 여러 가지 시안을 놓고 고민했었어요. 여러 사람이 일하다 보니까 갈등이나 충돌은 있을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저희가 배운 것도 많았고요.

럽젠Q : 각자 하고 싶은 내용을 끄집어내 잡지를 만든다고 했는데, 궁극적으로 잡지를 통해 전하고 싶은 공통적인 메시지는 있을 것 같아요. 그건 무엇인가요?

열정인 것 같아요. 이 잡지가 전문적으로 완성도가 뛰어나고 그런 건 아니잖아요. ‘하면 한다.’ 이런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저희는 잡지를 통해 어떤 거창한 메시지를 전달한다기 보다, 계속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싶었어요. ‘같이 놀자!’ 이런 느낌?

럽젠Q : 앞으로 <No-Name>을 어떤 방향으로 진행하고 싶은가요?

처음에 <No-Name>은 프로젝트성 공동체였어요. 그 시작이 잡지였던 거에요. 앞으로 No-Name이란 이름으로 다양한 걸 많이 해보고 싶어요. 일단 단기적으로는 잡지를 통해 많은 분들께 찾아뵐 거에요. 깜짝 선물처럼 다가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나올 때마다 관심을 둬주셨으면 좋겠고. 많은 ‘후원’ 부탁드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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