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주게 잘 노는 축제에 골인하는 법

중간고사 기간, 흐드러지게 핀 벚꽃들을 애써 외면한 채 도서관에서 공부하며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이번 시험만 끝나면 축제 때 제대로 놀아야지!” 그러나 시험도 축제도 끝난 지금, 뭔가 공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단순한 흥미 위주의 행사 속에 진부한 것을 새롭게 바꾸려는 노력 없이 매년 되풀이되는 행사들… 대학문화를 가장 잘 드러내는 지표인 축제의 진정성이 사라진 현실 앞에 그저 눈감을 순 없는 일이다. 자, 어디 가슴으로 답해보라. “이번 축제, 정말 즐거웠습니까?”

해를 거듭할수록 그 수나 규모 면에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대한민국 축제. 그 한 축을 이루는 대학 축제는 이런 큰 맥락 가운데에서 재고되어야 한다. 여기, 국내외 롤모델 사례에서 찾아본 대학 축제의 가야할 길. 돌다리를 두들기고 신나게 놀아보자.

사진 제공 _ 상상공장(cafe.daum.net/ideamasters, www.worlddjfest.com)

축제 약소국이었던 대한민국에서도 최근에는 매해 새로운 축제 컨텐츠가 쏟아지고, 기존의 축제들은 점점 더 스케일이 커지고 있다. 그 가운데 대학 축제는 다른 일반 축제에 버금가는, 활성화되고 함께 어우러진 컨셉트를 지향한다는 묘안으로 ‘스타 가수 모시기’라는 수를 뒀다. 하지만, 이런 양상 가운데 ‘축제의 진정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빠른 발전만큼 그 과정에서 잃지 말아야 할 점을 잊고 있기 때문이다.

Check1.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간직하고 있는가?

최근 성황리에 막을 내린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에서는 그 이름에서 느낄 수 있는 세련된 느낌과는 달리 다양한 종류의 감수성, 재치들을 느낄 수 있었다. 강강술래와 일렉트로니카의 오묘한 만남, ‘강강예술래’의 경우에는 젊은이들은 물론 외국인들에게도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대학생들이 진도까지 내려가 강강술래를 배워 만들었다는 강강예술래는 ‘전통성’ 이외에도 젊은이들의 관심사와 열정까지 잘 담아내고 있었다. 그 외에도 다양한 국내 단체에서 영감을 얻거나, 젊은이들의 기획안을 반영한 여러 컨텐츠들로 가득했다. 바다 건너 온 축제인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이지만, 그 축제에서는 ‘즐기는’ 우리들의 정서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의 ‘강강예술래’(좌)와 ‘축제마을’(우)

Check2. 모두가 어울려 즐기는가?

영국의 프린지 페스티벌은 축제의 기본 정신을 담고 있는 표본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에딘버러 페스티벌 행사장을 중심으로, 그 외곽에 아마추어에서부터 예술인에 이르기까지 자유롭게 자신의 공연과 전시를 하다가 에딘버러 페스티벌보다도 유명해져 버린 프린지 페스티벌.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의 경우에도 이같은 시도가 돋보였다. 무대 양쪽의 부스들을 각종 동아리나 문화 단체에 무료로 제공하는 과감한 시도를 통해, ‘축제마을’을 만들었다. 그 덕에 다양한 연령층의 참가자들은 다양하고 참신한 컨텐츠를 즐기며 한데 어울릴 수 있었으며, 동시에 ‘디제이 페스티벌’이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고 그 색깔을 뚜렷하게 보여줬다. 축제에 참여했던 김우현(25)씨는 ‘음악을 잘 몰라서 어울릴 수 있을까 많이 걱정했는데, 모두 어울려 노는 분위기라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있었고 그 때문에 DJ음악에 대해서도 많이 관심을 가질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Check3. 우리의 감성에서 시작하여 우리의 감성으로 끝나는가?

축제가 공연이나 박람회와 구별되는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 정답은 바로 축제가 갖고 있는 ‘다방향성’에 있다. 주체에서 객체, 한 방향으로 전달되는 공연이나 박람회와 달리 주체와 객체의 뚜렷한 구분 없이 그 모든 참가자가 ‘축제’를 생산해 내고 동시에 소비하는 것이 바로 축제의 묘미인 것. 스페인의 토마토 축제인 <라 토마티나>나 일본의 <요사코이 소란 축제>에는 단 한 명의 구경꾼도 없다. 그 모든 구성원과 여행객이 하나가 되어 축제를 만들고, 그 모두가 그 축제를 즐긴다. 반면 우리나라의 여러 축제 컨텐츠들은 아직까지 ‘준비하는’ 측과 ‘소비하는’ 측이 너무 극명하게 나누어져 있는 형태를 지닌다. ‘연예인 누구 오는데?’라는 첫 질문으로 대변되는 우리의 대학 축제 문화를 볼 때에는, ‘축제’에서 ‘공연’으로, 다방향성에서 일방적 방향성으로의 역행을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우려가 나온다. 그 어디에서 대학생의 감성을 느낄 수가 없다면, ‘대학 축제’라는 이름을 붙일 수가 있을까?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 기획팀의 조현호 (24)씨는 이렇게 말한다.

요즘 대학가 축제만 봐도, 너무 상업성에 물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유명 가수 초빙에만 급급하고 죄다 주점밖에 없고… 그 어디에서도 젊은이들의 문화라는 건 볼 수가 없죠. 일본의 경우 대학 축제에 유명 가수를 초빙하는 건 그 대학의 젊은 문화가 발달하지 않았다는 징표라 수치스럽게 여긴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문화 경쟁력 같은 거창한 얘기를 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즐겁기 위해’ 열리는 대학 축제는 물론 재미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 주체 역시 남이 아닌 대학생 스스로가 되어야 하고, 각 대학만의 아이덴티티가 분명해야 한다. ‘대학 축제엔 온통 주점 뿐이다.’ 혹은 ‘스타를 기용하기에만 급급하다.’는 지탄 대신, ‘건강한 축제 문화’를 위해 지금부터 어떤 방향성을 가질 지에 대한 대답과 관심이 필요할 것이다.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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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indy 신디님 얘기를 듣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어쩌면 대학이라는 장소의 '젊은이들의 문화 산실'이라는 기능을 다시 찾을때까지는 그런 일은 어렵지 않을까 하는 회의적인 생각도 드네요...
    하지만 월디페를 찾아가보니, 감정적 근거라 기사로 표현하긴 어려웠지만 우리나라 축제에도 큰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었어요ㅎㅎ대학축제들, 정말 지탄만 할게 아니라, 개선방안부터 찾아내는게 중요할 것 같아요
  • 해외의 다양한 축제들 사례들만 봐도 정말 우리나라에서 실현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가장 먼저 들 정도로 우리나라의 축제는 획일화되어있는것같아요.
    음악을 잘 몰라도 어울릴수 있는 그런 편안한 축제! 언제쯤 모든 학교에서 그런 워너비 축제가 열리게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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