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자인┃즐거움이 낳은 클라이머

옛님은 일찍이 이런 말을 했다. “알기만 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 이는 세계 랭킹 1위의 영광을 안은, 작은 거인 김자인 선수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일지도 모른다.

한낱 취미, 인생의 정점이 되다

스포츠 클라이밍(인공암벽등반)은 자연암벽이 아닌 인공암벽을 맨손으로 오르는 스포츠다. 도전적이고 강인한 스포츠의 세계여성랭킹 1위의 선수라면 쭉쭉 뻗은 긴 팔과 다리를 지녔을 거란 꽤 신임도 있는 선입견이 생길 것. 하지만, 지워라! 도리어 충격으로 다가왔던 그녀의 첫인상은 152cm의 키와 가냘픈 체구였다. 그럼에도 세계 클라이밍의 정점에 서 있다니, 그 위용이 더욱 빛나 보였다.

부모님이 산악회에서 만나 결혼하실 정도로 산을 좋아하셨어요. 자연히 가족끼리 놀이공원 대신 인공암벽공원을 갔죠. 두 오빠들이 어려서부터 클라이밍을 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되었어요.

클라이밍을 접하기는 쉬운 환경이었지만, 처음부터 그녀의 암벽타기 재능이 환하게 꽃피운 건 아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장난으로 암벽에 올라봤어요. 너무 무서워서 울면서 내려왔어요(웃음). 하지만 이런 가족 환경 때문에 초등학교 6학년 때 다시 올라봤는데 끝까지 올랐어요. 그때의 성취감이 기억에 남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죠.

그녀의 가슴 속에서 클라이밍이 두려움에서 새로운 성취감으로 환원된 그 시점, 클라이밍을 향한 도전은 가속화되었다.

반짝 스타가 아닌 대기만성형 노력가


하지만, 떡잎부터 다른 건 아니었다. 그녀가 치른 첫 대회의 우승 경력은 초등부 5명 중의 3등. 꼴찌에 가까운 이 성적은 그녀가 혜성처럼 화려하게 등장하는 뭇 스포츠 스타와는 다른 출발이었다.

중학생이 되어서 중등부를 나가다가 사람이 별로 없어서 일반부에서 바로 활동하게 되었죠. 처음에는 조금 건방지다는 소리도 들었지만 계속 도전했어요.

그녀는 조급해하지 않았다.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전진한 결과 일반부에서 1, 2등을 석권했고, 바로 세계 대회를 노렸다. 하지만 또 한 번의 41등이란 벽이 그녀 앞에 놓였다. 처음의 두려움이 그녀를 자극했듯 탈락은 그녀의 승부욕을 제대로 불태웠다. 이내 도전한 아시아 무대를 정복하고 미디어 월드컵에도 승전고를 울리는 결과는 모두 그녀의 한 길을 향한 꾸준함 덕분이었다.

클라이밍을 시작할 때는 상상도 못했어요. 월드컵 결승만 들어가도 행복하게 생각했는데 저도 모르게 성장한 것 같아서 신기해요.

그녀는 일주일에 5일, 5시간씩 운동을 한다. 몸무게가 300g만 늘어나도 느껴지는 체중 조절을 위해 식단을 조절해야 함은 물론이다. 좋아하는 음식을 마음껏 먹지 못하는 대신, 암벽 위의 요정이 되었다.

다른 선수는 운동을 조금 쉬어도 기존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 같은데, 전 하루만 놀아도 몸이 달라진 걸 느껴요. 그래서 단 하루도 쉴 수가 없죠. 클라이밍 선수지만 보통 대학생과 똑같이 수업을 듣고 서술형과 실기 시험을 치러요. 그래도 훈련을 쉴 순 없죠. 제가 절 알기 때문에.

초크 가루로 새하얀 그녀의 가냘픈 손은 힘줄이 툭툭 튀어나왔고, 지짐대가 되는 발은 굳은 살이 자리 잡은 지 오래였다. 세상에서 가장 고달팠고, 동시에 가장 아름다운 손과 발 앞에서 적은 노력으로 좋은 결과를 얻고 싶은 마음 한구석이 주체할 수 없이 부끄러워졌다. 그녀에게 편법, 지름길이란 말은 없었다.

즐길 줄 알기에 진정한 챔피언

하루도 거르지 않는 운동, 지속되는 잔 부상, 그리고 철저하게 조절해야 하는 식단••• 어찌 보면 고통스런 일상으로 보이는 그녀의 얼굴은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는다. 도대체 그녀를 오르고 또 오르게 하는 힘은 무엇인 걸까?

그냥 재밌고 좋아요. 클라이밍을 할 때는 딴생각이 전혀 안 들죠. 떨어지면 안 된다는 사력으로 몰입하게 되는데, 그 순간 벽과 내가 하나가 되죠.


가끔 부상을 당할 땐, 다쳐서가 아니라 운동을 못해서 힘들다는 그녀. 발목부상을 당할 당시엔 한 발로 운동을 했고 심지어 그 건강한 한 발만으로 대회를 나간 적도 있다. 이런 깡다구는 거리를 지날 때도 계속된다. 빌딩을 보면 본인이 얼마큼 올라갈 수 있을지 상상한다는 것. 이 클라이머, 즐거운 에너지를 주체할 수 없어 보인다.

제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기억되는 건,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 준우승했을 때예요. 결승전 코스를 완등하는 게 제 평생의 꿈이었거든요. 이때가 처음이었죠. 내려올 때 펑펑 울었어요.

그녀에게 더욱 고무되는 점은 진실로 랭킹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부상없이 본인이 오를 수 있는 한 계속해서 대회에 도전하고 싶은 꿈. 더불어 대회를 즐기는 이에게 좋은 클라이머로 기억되고 싶은 갈망.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 시대에 귀감이 되는 그녀야말로, 진정한 인생의 챔피언이 아닐까? 옛말은 틀린 법이 없다.역시 즐기는 사람 앞에 장사 없다니까!

Mini Interview
1. 당신에게 클라이밍이란? 인생이다!
2. 취미는? 자전거 타기와 트위터(@climbjain)
3. 운동하면서 서러울 때는? 무관심! 클라이밍을 더 많이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4. 20대에게 하고 싶은 말은? 팔팔하시잖아요(웃음). 클라이밍에 도전해 보세요. 어렵고 위험해 보이지만 오히려 안전하고 매력적이죠. 잔 근육이 많이 생겨 ‘몸짱’이 될 수 있어요.
5. 인공 암벽장을 추천한다면? 서울 시내 곳곳에 많지만 수유동 실내암장을 추천할게요. 다음카페 등반세계(http://cafe.daum.net/theclimbingworld )에서 정보를 얻으실 수 있어요.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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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매력적으로 생기신거같아요히힛 김자인선수퐈이팅이에여~
  • 으헣

    @가을바람
    네 진짜 귀여우세요 ㅎㅎ
    별명이 암벽의 김연아 래요! ㅋㅋ
  • 귀여우세요^^
  • 엠제이

    아름다운 발과 손! 강한여성이네요 앞으로도 홧팅
  • 으헣

    @황경신 기자
    그러고보니 가인이라 비슷하네요 ㅋㅋ
  • 으헣

    @오성윤 기자
    그러니깐요, 저런 Baby face에 저런 근육이라니 정말 노력했겠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ㅋㅋ
  • 으헣

    @홍석준 기자
    하핫 정말 귀여우면서도 강인한 분이였어요 ㅎㅎ
  • 황경신

    손가인 닮으셨어요! 상큼상큼 ㅋㅋㅋ 마지막 사진들 진짜 멋지네요~
  • N

    홍석준기자, 인터뷰이한테 힛온하지마세요. 남자도 하기힘들다는 익스트림스포츠의 정점 클라이밍...너무 대단한것같아요 @.@ 손발사진과 재기발랄한 표정이 대비되면서 묘한 감정을 주네요ㅎㅎ김자인 선수 앞으로도 파이팅!!
  • 조세퐁

    미소가 참 해사한게 텍스트에 찌들어버린 이 마음을 다 밝혀주는구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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