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규┃발끝으로 비상하는 꿈의 발레리노

지난 베를린 국제 콩쿠르에서 대상을 거머쥐어 주목받는 발레리노가 있다. 국제 대회입상에도 우쭐대지 않는 겸손함, 발레의 대중화를 꿈꾸는 의젓함, 그리고 처음 만난 사람과도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누는 유쾌함까지, 그의 삼박자는 내내 저장하고 싶은 희망의 단면이었다. 그의 높은 점프는 비단 육체적인 것이 아닌 미래를 향한 돋움 그 자체였다.

늦게 배운 발레에 날 새는 줄 모른다


한국예술종합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김명규는 베를린 국제 콩쿠르 대상, 동아 콩쿠르 대상 등 화려한 경력을 가졌다. 어린 시절부터 신동 소리를 들으며 무용했을 듯한 그는 예상 밖의 늦깎이 발레리노였다.

발레는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편이에요. 축구를 하고 있었는데 부득이한 사정으로 그만두고 부모님의 권유로 발레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용돈을 받는 대신 시작했지만, 동아 콩쿠르를 본 뒤 마음을 다잡게 되었죠. 한국무용, 현대무용 등 여러 공연을 보다가 발레를 보는데 정말 전율이 느껴지더라고요. 이게 제 것이라는 생각으로 모든 걸 쏟아붓고 싶었어요.

그런 그도 처음에는 모든 것이 생소했다. 사람들이 일명 ‘쫄쫄이’라고 말하는 타이즈도 처음에 쑥스럽기만 했지만, 지금은 속옷보다 타이즈 안에 입는 서포트support가 더 편하다고.

처음엔 부끄러워서 안 한다고 했더니 부모님께서 용돈을 더 올려주시겠대요(웃음).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무대에서 타이즈를 입지 않으면 무용하는 맛이 안 나요. 정확히 슈즈와 타이즈를 입어야 마음가짐도 달라지는 것 같아요.

그는 아침 9시에 와서 자정까지 학교에서 보낸다. 집에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보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다. 늦게 들어가 부모님의 잠을 깨워 그저 죄송할 뿐이라는 김명규. 하지만, 학교에 있으면 하나라도 더 배워 좋은 기운이 자신에게 오는 것 같다고 했다.

경쟁자의 코를 납작하게 해준 점프! 실력

인터뷰할 만큼 대단하지 않다며 겸손하던 그에게 제일 자신 있는 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다른 애들보다 잘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자신만이 느끼는 것은 있다고 했다.

축구시합을 할 때 골을 넣을 때 세레머니를 하면서 방방 뛰잖아요. 저는 늘 그 기분으로 점프해요. 즐기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연습량보다는 한번을 얼마나 힘있게 하느냐가 중요하죠. 그리고 저는 키가 작은 편이라 더 높이 뛰어야 하고 많이 돌아야 해요. 그래서 한번 뛸 때 더 힘있게 뛰고 남들보다 한 바퀴 더 돌아요.

이런 ‘방방 뛰는’ 그에게 베를린은 대상이란 쾌거를 보상해줬다. 하지만, 그때를 돌이켜보면 동양인이란 이유로 예선에서 무시를 당했다는데•••.

베를린에 가서 나라마다 리허설 시간이 있어요. 예선 때 우리나라 팀은 미리 가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구석으로 가서 연습하라고 하더라고요. 게다가 원래 리허설이 한 시간인데 늦었다면서 무대 사용시간을 30분밖에 안 줬어요. 그때 친구들과 얘기했어요. 지금은 대우가 이럴 지라도 무대가 끝난 뒤에 다들 놀랄 것이다. 본때를 보여주자.

그는 지금까지 연습했던 것 그대로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했고 하나의 경험이라고 여겨지자 마음이 편해졌다. 지금까지 한 것 중 최고의 실력을 보여준 무대였다고 회상했다.

실제로 공연이 끝나고 상황이 180도 바뀌었죠. 관객들이 우리나라 팀을 알아보고, 본선 가서는 한국 먼저 연습하게 해줬어요. 실제로 수상도 한국이 가장 많이 했고요. 예선 때 구석에서 연습하라고 했던 감독이 와서 먼저 사진 찍자고 하더라고요.

인생은 로또? 발레는 예외

매주 금요일마다 로또를 산다는 그는 1등이 나오면 교수님이 발레단을 만들어 주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발레의 대중화가 이루어지고 가능성 있는 학생들이 활동할 수 있는 많은 발레단이 만들어지는 것이 자신의 목표라는 것. 현재 비인기 종목인 피겨가 비록 김연아 선수에서 비롯되었더라도 대중적으로 좋아하게 되었듯이 발레 역시 다른 나라와 비교하며 얼마나 잘하는지 관심이 주목되는 날을 꿈꾼다. “러시아는 우리가 영화 보듯 돈을 내고 발레를 봐요.”라는 부러움의 눈이 그의 꿈을 대변했다.


하지만, 그가 로또에 거는 남모르는 큰 희망과는 별개로, 꿈을 향한 무용은 로또처럼 한 번에 풀리지 않는다.

이런 설이 있어요. 일주일에 하루 연습하면 일반인, 이틀 하면 취미반, 3일 하면 고등부, 4일 하면 대학생, 5일 하면 ‘무용 좀 한다’, 6일 하면 전문가, 그리고 7일하면 예술가라는 말이요. 남들이 보기에 매일 홀에서 연습만 하니까 청춘이 아깝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중에 꼭 보상받고 돌아오리라 믿어요.

인터뷰를 마친 그날도 그는 콩쿠르 준비에 시간을 잊고 있었다. 청춘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샤무엘 울먼이 말했듯 어느 기간이 아닌 강인한 의지와 불타는 열정의 마음 상태. 한계에 도전하는 용기로 밤늦도록 그는 여전히 깨어있다. 그의 숨은 팬으로서 영원히 응원을 날릴 것이다.

샤무엘 울먼의 ‘청춘’
우린 청춘에 대해 많은 오해를 범합니다. 졸업생이 될 즈음, ‘내 청춘은 지나갔다.’라고 유악함을 드러내는 것처럼요. 여기 ‘청춘’에 대해 되새김할 수 있는 좋은 시구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당신이 정의하는 청춘이란 무엇인가요? – 편집자주

청춘이란 인생의 어느 기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그것은 장밋빛 얼굴, 앵두 같은 입술,
하늘거리는 자태가 아니고
강인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는 열정을 말한다.

청춘이란 인생의 깊은 샘물에서 나는 신선한 정신
유악함을 물리치는 용기, 안이를 뿌리치는 모험심을 의미한다.
때로는 이십의 청년보다 육십이 된 사람에게 청춘이 있다.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사람이 늙는 것은 아니다
이상을 잃어버릴 때 비로소 늙는 것이다.

세월은 사람의 주름살을 늘게 하지만,
열정을 잃지 않은 마음을 시들게 하지는 못한다.
고뇌, 공포, 실망 때문에 기력이 땅으로 들어갈 때
비로소 마음이 시들어 버리는 것이다.

사람에게는 육십 세 이든, 십 육 세 이든
그 가슴속에는 언제나 놀라움에 끌리는 마음,
젖먹이 아이와 같이 미지에 대한 한없는 탐구심
인생의 환희를 추구하는 열망이 있는 법이다.

그대는 남에게 잘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다.
아름다움, 희망, 희열, 용기, 힘에서 오는 영감,
이 모든 것을 갖고 있는 한
언제까지나 그대는 젊음을 유지할 것이다.

영감이 끊어지고 정신이 희미해져 눈에 파묻히고
비탄이라 얼음에 갇힌 사람은
비록 나이가 이십 세라 할지라도 이미 늙은이와 다름없다.
그러나 머리를 드높여 희망이란 파도를 탈 수 있는 사람은
팔십 세 일지라도 영원한 청춘의 소유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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