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진 ㅣ 절대 위험하지 않은 롤러코스터

포토그래퍼 _ 고영관(phos studio)

SBS <붕어빵>의 녹화가 끝난 직후 그는 깔끔한 수트 차림과 동그란 안경을 낀 말쑥한 신사의 모습으로 눈앞에 등장했다. 미처 그에게 반가운 얼굴을 비추기도 전에 정중하게 고개숙여 인사하는 모습, 그의 겸손한 인성은 몸에 밴 듯 지극히 자연스러웠다.

90년대 대한민국 최고의 개그맨이었던 그는 브라운관으로 돌아와 새로운 트렌드로 무장한 예능에 적응하며 SBS <붕어빵>, KBS <남자의 자격>, MBC <라디오스타> 등 세 개의 방송국을 휘어잡으며 그의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그가 말했듯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는 롤러코스터처럼 우여곡절이 많았다. 5개 이상의 고정 프로그램에 출연하던 최고의 신인 개그맨에서 영구적으로 연예인 명단에서 제명되기도 했고, 다시 대한민국 최고의 개그맨에 오르자 골프와 사업 등의 연이은 실패가 이어졌다. ‘흥이 있으면 망이 있고, 길이 있으면 흉이 있다,’는 그의 말처럼 그는 지금도 20년째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내려가는 속도만큼 올라올 자신이 있다는 그에겐 더는 세상의 두려움 따윈 사라진 듯했다.

최고의 자리에서도 도전하라

KBS <남자의 자격>으로 살짝 비친 사실이지만, 그는 뜻밖에 영어영문학과를 전공했다. 졸업 후 제1회 KBS 대학 개그제 신인상으로 브라운관에 모습을 드러냈고, 어린 시절의 꿈이었던 방송 MC까지 역임하게 된다. 하지만, 그의 꿈은 멈추지 않았고 더 발전된 삶을 향해 항해한다.

꿈이었던 MC를 하고 나니, 더 크고 다른 것을 경험하고 싶더군요. 미국식 개그와 우리나라의 개그를 잘 융합할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김용만 씨와 함께 미국으로 1년간 유학을 갔죠. 토크 공부를 하러 갔지만 삶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느꼈던 시간이었어요. 지금도 당시의 선택에는 후회가 없죠. 그리고는 한국에 돌아와 개그맨으로서 더는 올라갈 곳이 없는 정점을 찍었어요. 그러니 이런 생각이 드는 거에요. 다른 꼭대기에 가보고 싶다고.

큰 것을 보든 좋은 것을 만나든 왜 그런 것인지 이유를 캐묻고 싶어 가야 한다는 그의 삶은 언제나 무한도전이었다.

목숨을 걸 정도의 고집을 부려라

그는 KBS 공채 7기 개그맨인 김국진과 김용만, 박수홍, 김수용으로 이루어진 이른바 ‘감자골 4인방’의 맏형이다. 당시 방송에 입사하여 마주하게 된 기라성 같은 선배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강해져 동생을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홀로 고민한 적도 많았다.

제 삶의 멘토는 연개소문 장군입니다. 연개소문 일대기를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북진정책을 추구해요. 본인이 작아지지 않고 큰 꿈을 가진 그의 기개와 배포 그리고 고집이 마음에 들더라고요. 요즘 대학생은 보면 안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너무 안전만 택하다 보면 어느덧 불안전한 길을 걸을 수도 있어요. 그리고 안전한 길만 선택하다 보면 어느 순간 더 선택할 것이 없어지죠. 대학 시절에는 이것저것 많은 것을 경험하세요. 그리고 거기서 고집 있게 목숨을 걸 정도로 온 힘을 기울여보세요. 삶에서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질 거에요.

정정당당하게 이긴 자가 강한 것을 명심하라

그의 좌우명은 ‘강한 자가 이기는 것이 아니고 이긴 자가 강한 것이다. 정정당당하게’다. 그는 유독 정정당당을 강조했고 사람의 인성 역시 손꼽았다. 생각해보면 그가 롤러코스터처럼 바닥까지 내침을 당했다가 다시 올라올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남다른 인성이 아닐까 싶다.

정정당당하게 이기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어요. 아무런 즐거움도 없고 성취감도 느낄 수 없죠. 악으로 이긴다면 더 큰 악에 무너질 거에요. 저는 20대 학생들이 지금까지 말한 무엇보다도 좋은 인성을 갖추고. 마음껏 하고 싶은 것을 누렸으면 좋겠어요. 나쁜 마음을 가지고 무언가를 시작하면 다시 돌아오기가 정말 어려울 거에요.”

얼마 전 KBS ‘<남자의 자격> 청춘에게 고함’편에서도 이야기했지만, 그는 방송에 다시 복귀하기 전 5년 동안 끝이 보이지 않는 내리막을 달린 바 있다.

그 5년 동안 제 손에 닿는 모든 일이 실패했어요. 사업도, 골프도 그랬죠. 그렇게 점점 내려가는데 이런 생각이 드는 거에요. ‘내려갈 테면 어디 한 번 내려가 봐라!’ 그때부터 깡패 같은 오기로 포기하지 않고 실패해도 계속 도전했죠. 그리고 이렇게 내리막을 달릴 때 다시 올라갈 준비를 했어요. 기회는 다시 온다고 생각했죠. 기회를 못 잡아도 좋아요. 또다시 올라오면 되니까요. 그러자 제게 지금 세 개의 방송사에서 고정 프로그램을 하는 현재가 왔죠. 지금 다시 롤러코스터의 오르막에 있어요.

다른 사람의 이야기인 듯 본인 인생의 성공과 실패를 무덤덤하게 말하던 그는 본인의 롤러코스터를 진정으로 즐기는 사람 같았다. 그는 지금 또 무언가를 도전하기 위해 준비한다며, 5년 후면 알게 될 거라고 비밀 선전포고를 했다. 하긴 우리는 나이가 들면서 어린 시절에 가진 멋진 꿈과 포부를 여러 현실적인 조건 앞에 점점 지워가곤 한다. 혹은 단 한 번의 도전과 실패로 안전이라는 열차에 탑승한다. 시작과 도전이란 단어 앞에서 유난히 눈빛이 반짝이던 김국진. 헤어지기 위한 마지막 인사에서 그는 또 한 번 고요한 충격을 남겼다.

“보이지 않는 안전 바를 믿고, 잊었던 꿈과 함께 본인만의 롤러코스터에 탑승하십시오.”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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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셨네요!감동입니다~
  • MARU

    롤러코스트는 올라갔다 내려갔다는 반복하지만 우리에게는 안전벨트가 있다.. 그 말이.. 기억에 남네요.. 오랜 기간 힘드셨을텐데..이제부턴 좋은 일들이 가득하시길..
  • 리틀러너

    기사 읽으면서 김국진씨의 롤러코스터 정신에 놀랐어요~!실패를 아는자가 성공할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김국진씨 멋져요 !ㅋㅋ
  • 조세퐁

    다시 기사를 보니, 어제 배웠던 시가 생각나네요!
    요즘 문학소년으로 변신하려 노력 중입니다. 하하하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_정현종
    그래 살아봐야지
    너도 나도 공이 되어
    떨어져도 튀는 공이 되어

    살아봐야지
    쓰러지는 법이 없이 둥근
    공처럼, 탄력의 나라의
    왕자처럼

    가볍게 떠올라야지
    곧 움직일 준비 되어 있는 꼴
    둥근 공이 되어

    옳지 최선의 꼴
    지금의 네 모습처럼
    떨어져도 튀어오르는 공
    쓰러지는 법이 없는 공이 되어
  • 뿌리다

    보이지 않는 안전 바라- 아, 롤러코스터의 인생에 좀더 충실해야 할 듯!
  • 야구박사신박사

    한기자님 드디어 수면 위로 떠오르셨군요... ㅎ
    얼마전 TV에서 방영한 남격에서도 김국진님에게 적잖은 감동을 받았었는데,
    글도 마찬가지로 김국진님의 말씀을 잘 전해 주신 것 같아 제가 다 뿌듯합니다!
    저도 화이팅 입니다~~~ *^^*
  • 성취감.. 그건 굉장한 감정인 것 같아요. 안전한길로만 다녀왔는데, 쿵쾅쿵쾅 부딪혀도 봐야 되나 싶기도 하네요..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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