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대장정] 8월의 시작 그리고 가까워지는 종착지,…

 

 
 
    8월의 첫날이다.
이제 남은 기간은 오늘합쳐 4일. 우울하다. 아쉽다. 그리고 내 맘을 잘 모르겠다. 집에 가고 싶은 맘도 굴뚝같고, 지금
우리의 첫 출발지인 해남서부터 다시 시작하라고 해도 시작할 수 있을만큼 많이 아쉽다. 해남서부터 어떻게 이까지 왔던가.
정녕 여기가 강원도가 맞기는 한가? 느낌상으로는 한 일주일 된거 같은데. 벌써 25일째에 접어든 것이다. 그렇게 지나가는
시간이 못내 아쉬워 천천히, 그리고 더욱 꾹꾹 눌러 발걸음을 옮겨본다
   
1조로써 행진 선두에서 대열에 오르다. 무던히 걷다가 운동화 끈이 풀어졌다.
끈을 묶고, 다시금 배낭을 고쳐 메다보니 어느새 행진 제일 끄트머리에 섰다. 저만치서 심하게 다리를 절뚝거리면서오는
득남이가 보인다. 동갑내기 친구. 맘이 잘 맞는거 같다.
 
성격 좋고, 사려 깊고, 게다가 센스까지 있으니.^^ 그런 득남이가 요즘 많이 힘들어한다.여기저기 아픈 곳이
자꾸만 발생하는 것이다. 습진도 생기고,
발은 항상 퉁퉁 부어있고, 간헐적으로 배도 아파오고. 대장정 후유증이말이 아니다.살며시
다가가 손을 잡아 부축해본다. 다리에 심한 통증이 생겼단다. 왼쪽 발목이 퉁퉁 부어올라 말이 아니다. 의료차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건 어떻냐는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걸으러 왔지, 차를 타러 온건 아니라는 말을 한다.
득남이도 이제 며칠 남지 않은 시간이 아쉬운가 보다. 그리고 이 땅을 밟아보겠다는 일념은 더더욱 강해지나 보다.
결국 설득하기를 포기하고 같이 걷기로 작심했다. 한걸음 한걸음 옮길때마다
위태롭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다. 하지만 결코 포기하고 싶지 않은 그 마음을 알기에 더더욱 힘을 주어 부축해주었다.
에휴, 이런 더위속에서 다른 사람을 부축하며 걷자니 내 몸도 말이 아니다. 같이 몸은 굳어오고, 나도 역시 다리를 절뚝절뚝.
하지만 함께 잡은 그 손을 놓지 않았다. 우리는 하나의 목표를 가진 국토지기 가족이기에 ^^V
 
 
KBS 라디오에서 취재를 나왔었다.
함께 부축하며 걷는 우리 모습이 눈에 띄였는지 덕분에 간단한 인터뷰를 했다. 뒤에서 보니 너무 힘들어보이는데, 지금은
어떻느냐라는 질문. ‘당연히 힘들죠~ 정말 힘들어요~’ 왜 대장정을 시작하게 되었느냐, 행진은 할만한가 등등의 질문이
이어진다.
그렇게 인터뷰하며, 하루종일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내 한 어깨를 내주며 도착한 숙영지. 속초에
있는 엑스포공원. 어제에 이어 오늘까지 이어진 세찬 바람 덕택에 결국 텐트 치는 것은 포기해버렸다.
그리고 엑스포 공원 작은 무대 위에서 너무나 익숙한 손놀림으로 매트리스와 침낭을 폈다.
하늘이 그대로 보이는 곳. 하늘을 이불 삼아, 하늘을 책 삼아, 하늘을
거울 삼아 이런저런 잡생각에 빠지다. 간간히 보이는 별. 여전히 부는 모래바람. 그 속에서 자신을 생각해보았다. 대장정이
끝나면 어떻게 변해있을까?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가 나는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대하고 있을까? 몹시도 변화했으면 하는 섣부른
기대에 스스로 흡족해하며 엑스포공원 노천에서 잠을 청했다.
 
세찬 바람 때문에 텐트도 치지 못하고 노천에서 그대로 잠들어야했던 밤.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말이 아니다.
   
모래바람 때문에 온몸은 모래로 끈적거리며, 새벽 이슬 때문에 온 몸은 찬기운이 돌고,
밤새 뒤척인 탓에 오늘 아침은 특히나 일어나기가 힘들다. 그래도 어찌하리. 오늘의 행진은 마쳐야하거늘.. 평소와 똑같이
5시 30분에 기상해서 7시 30분까지 식사준비, 배낭 정리, 주변 정리 모두를 마쳤다. 그런데 너무 덥다. 그냥 덥다라는
말로는 표현이 안될 정도로,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땀이 비오듯 흐르는 것이다. 제대로 자지 못해 다들 몸 상태가 말이 아닌데,
이러한 무더위까지 겹친다면 오늘 행군은 정말 힘들어지는 것이다.

급히 회의가 시작되었다. 지금 출발할 것이냐, 아니면 그 무심한 태양이 조금 누그러질 늦은 오후에 행진을 해서 야간행진을
감행해 볼 것이냐.. 여러 의견 수렴 후, 야간행진을 하자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오후 4시 출발. 그 전에는 8시 20분
어제 인터뷰 해 간 라디오 청취를 하고, 그 이후에는 간단한 이벤트, 그리고 자유시간을 갖도록 했다.

라디오 청취. 옹기종기 모여 앉아 귀를 기울였다. 귀에 익은 목소리들.. 왜 대장정을 시작하게 되었나? 언제가 가장 힘들었나?
세상에 내비친 우리의 당당한 목소리가 전파를 통해 흘러나온다. 이벤트 시간. ‘골든벨’이 시작되었다.
기획팀장과 회장의 사회로 진행된 골든벨. 대부분이 연예, 스포츠, 오락

   

문제이긴 했지만 유쾌한 시간이었다.그리고 이어진 자유시간. 속초의 엑스포 공원에서
자전거 타고 팥빙수 먹으며, 오후의 무더위를 잠시나마 잊을수 있었다.
드디어 오후 4시. 행진 시작이다. 다행히 한껏 비켜선 태양 덕분에 비교적 선선하게
행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서둘러 길을 가야한다는 강박관념. 더 늦기전에 숙영지에 도착해야한다는 의지 하나로
단숨에 8Km를 걸었다. 그리고 어둠을 더듬으며 또다시 이어진 야간행군. 야간에 걷는건 적응이 안되어서일까,
실은 강한 태양 보다 더 힘든 것이 무거운 내 다리였다.

무거운 다리로 절뚝절뚝 거리며 자정이 되어서야 당도한 곳은, 고성의 한 공설운동장. 오늘도 역시 텐트를 칠수가
없단다. 또 새벽 이슬 맞으면서 추위에 떨며 잠을 자야하는 우리들. 깊은 밤이어서일까. 못내 서러운 맘 감추며
침낭 하나에 의지한채 잠을 청해본다.
 
 
스물일곱번째 행진. 15.2Km. 지독히 맑음.
오늘, 내일 이틀이면 우리의 대장정도 막을 내리게 된다. 길게도 이어온 우리의 대장정. 정말 끝이란 말인가? 어느결에
해남서부터 이까지 왔단 말인가? 도무지 믿기지가 않는다.

15.2Km의 짧은 행진거리. 대신 화진포 해수욕장에서의 물놀이가 기다리고 있다해수욕장에서 밥 해먹는 일이 너무 번거로울
것 같아 점심으로 주먹밥.을 만든 후 행진 출발~



여전히 태양은 우리만 좇고 있는 듯, 오늘따라 더위가 더더욱 심하다. 강원도 해변도로를 따라 걷는 우리의 행렬.
피서철이라 피서객들이 넘쳐난다. 그래선지 우리를 반기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다. 자연스레
터져나오는 우리의 구호, ‘젊음이 있기에 도전이 있고, 도전이 있기에 국토지기가 있다!!’
 
 
 
점심때쯤 도착한 화진포 해수욕장.  
드라마 ‘가을동화’로 유명세를 타버린 해수욕장. 생각보다 많은 인파로
북적거린다. 내일의 아쉬움도 뒤로한 채 어느결엔가 모두 바다로 풍덩. 한달간의 땀방울을, 그리고 한달간의 여독을 모두
풀어볼 양 물놀이에 정신없다. 무엇에 그리도 목메었던가. 무엇에 그리 갈증이 났으며, 무엇이 그리 하고 싶었고, 무엇이
그리 그리웠던가. 넓고 깊은 푸른 동해 바다의 품에 안겨, 한껏 어리광을 부린
기분이다.해수욕을 끝내고 화진포 해수욕장 해변 청소를 하기로 했다.

우리가 다녀간 곳, 우리는 ‘국토지기’, 즉 국토 지킴이이기에 모래사장 청소를 마친 후,
깨끗하게 샤워. 그리고 텐트를 친 후, 저녁 식사하고 전체 집합이 있었다.

야영을 하는 마지막 밤.
내일이면 통일 전망대에 오를 것이고, 행사가 마무리 된다.
실제로 모든이가 함께하는 마지막 밤. 아쉽다. 아쉽다. 미칠 듯이.. 아쉽다. 어두운 밤, 해변에서 보이는 달과 별,
바닷바람과 얕게 일렁이는 파도 소리와 함께 우리의 아쉬움을 토로해본다.

각자의 한마디씩..
‘우리는 국토지기입니다. 젊습니다. 이 젊음을 바탕으로 대장정을 끝낸 우리는 이 시대 최고의 청년입니다. 이러한 자부심을
바탕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우뚝 설 수 있는 자랑스런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철민이의 한마디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내일이면 도착할 통일 전망대.
어떠한 느낌들이 우릴 기다리고 있을까.
몹시도 뒤척인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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