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에서 공부하는 자ㅣ기남대학교 김한나의 중국 적응법

전국 각지의 대학생에게 학교에서 가장 많이 본 교환학생은 어느 나라 사람이었냐고 물으면 백이면 백, ‘중국’이라 대답한다. 우리 주변엔 이렇게 중국에서 교환학생을 온 친구들이 많은데, 한국에서 교환학생을 간 친구들은 다 중국 어디로 가버린 걸까? 광저우에 꼭꼭 숨어있던 교환학생 세 명을 소채리가 만나보았다. 광저우 교환학생 A to Z!

기획1_화남사범대학교 조정민ㅣ중국에 온 덕분에 바라왔던 일들이 하나하나 이뤄지고 있어요!
기획2_화남사범대학교 학식 특별편ㅣ이건 맛의 대잔치! 중국대학교 학슐랭
기획3_기남대학교 김한나ㅣ어떤 환경에서도 적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어요!
기획4_광둥외어외무대학교 송가연ㅣ모든 것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법을 배웠어요!

Who’s 한나? 한 줄 프로필
숭실대학교에서 언론홍보를 전공하고 있으며 광저우 기남대학교 중문과에서 뜨거운 교환학생 시절을 보냈다.

기남대 메인 빌딩과 메인 빌딩의 뒷벽. 각국 학생들이 온 나라의 언어로 해놓은 낙서를 볼 때마다 다른 나라라는 것을 다시금 실감하곤 한다.

Q. 왜 중국이었나요?
고3 때는 대학생이 되면 제 눈앞에 정말 별천지가 펼쳐질 줄 알았죠. 그런데 막상 대학교에 다녀보니까 대학 생활 참 별거 없고 지루한 거예요. 뭔가 일상에 새로운 변화를 주고 싶어서 대만으로 첫 해외여행을 갔는데 청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여름 분위기부터 마냥 좋았어요. 제가 중화권에 대해 갖고 있던 ‘촌스럽고 냄새 난다’라는 편견이 싹 사라지던 순간이었어요. 그때 중국어를 배우고 싶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한자 시간에는 제대로 보지도 않던 문자였는데, 어찌나 예뻐 보이던지!

Q. 중국 대학교 VS 한국 대학교를 비교한다면?
통학러는 중국의 기숙사 시스템이 너무 부럽습니다. 땅이 넓어서 그런지 학교에 기숙사가 많아서 학생 대부분이 기숙사에서 생활할 수 있어요. 그리고 중국은 학교가 공휴일이라 쉬면, 주말에라도 그날 수업을 보충해요. 실제로 일요일에 수업을 들으러 꽤 갔어요.


캠퍼스 건물보다 먼저 친해진 기숙사 옥상. 기숙사가 너무 넓어 처음엔 빨래하고 돌아오다가 매번 길을 잃었다고.

Q. 중국의 수강 신청법과 친구 사귀기는 어때요?
생각보다 ‘중국인’ 친구 사귀기가 쉽지 않아요. 교환학생이다 보니 다양한 나라 친구들을 만나긴 하는데, 그들도 사실은 중국어를 배우러 온 타국인들이라 의외로 진짜 중국인이랑 친해질 기회는 많이 없었어요. 중국말을 쓰면서 지내야 실력이 확 느는데, 다들 실력이 비슷하니까 어느 정도 한계가 있어서 그건 좀 아쉽더라고요.
또 하루는 수강 신청 사무실에 갔는데, 딸랑 종이 한 장 주면서 여기서 고르라는 거예요. 그런데 어떤 수업을 들어야 하는지, 어떤 수업이 학점 인정이 되는지 도통 모르겠는 거 있죠! 이런 건 현지 Buddy(교환학생이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현지 학생이 도와주는 것) 친구들도 잘 모르는 데다가, 한국학교에서 먼저 기남대로 온 선배도 없어서 모든 걸 혼자 해결해야 했어요. 게다가 광저우는 정보도 가물에 콩 나듯 있잖아요. 광저우 교환학생, 그중에서도 기남대에 관한 정보는 극도로 없어서 내가 과연 이곳의 어떤 기숙사에서 무슨 수업을 들으며 어떻게 지내게 될지 전혀 그려지지 않아서 참 힘들었어요. 나중에는 이곳이 진정 실존하는 학교인가 의문이 들더라고요.


입학 첫날 마주했던 당황스러운 수강 신청 종이(왼쪽). 아니나 다를까 교양과목에 문제가 있어 직접 취소하러 가던 길, 중국은 심지어 수강 신청도 찾아가서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Q. 이것 만큼은 잘 챙겨왔다!는 건 뭔가요?
약이요. 중국 생활 초반에는 음식 적응이 안 되니까 항상 예상치 못한 순간에 체하고, 배가 아픈 거예요. 그런데 한국에서 가져온 약이 있으니까 바로 해결이 돼서 좋았어요. 또 한국 화장품도요. 물론 중국에서도 살 수 있긴 한데, 이 가격 주고 여기서 사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싸더라고요. 립 제품 같은 경우는 잃어버리기도 쉬우니까 여러 개 쟁여가면 좋겠죠? 마지막으론 다들 챙겨가는 샤워기 필터요! 피부 트러블 걱정 심한 분들은 필수입니다. 미세먼지 마스크는 다다익선이에요. 광저우는 특히 심각해요. 어떨 때는 미세먼지가 너무 심해서 하늘이 보라색이 될 정도랍니다.

Q. 중국에 와서 크게 깨진 편견이 있다면요?
정말 깨끗하다는 거요! 시내 어디든 쓰레기통이 놓여있어서 길거리엔 쓰레기 하나 없어요! 길거리뿐만 아니라, 어디를 가나 깨끗해서 소소하게 놀라곤 했어요. 처음엔 길거리 음식 사 먹으면 배탈 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지내다 보니 아무리 길거리 음식 먹어도 그냥 건강하더라고요(웃음).
그리고 또 하나는 중국인들의 품성이요.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들 도와주고자 하는 자세가 내재되어 있달까요. 대륙의 ‘’자가 마음씨를 뜻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요. 제가 친구에게 배낭여행 간다고 했더니 혼자 다니면 심심하니까 여행가는 지역에 사는 본인의 친구에게 가이드를 부탁했던 친구부터 외국인이라 은행 업무 처리가 어려울 거라고 새벽에 일어나서 먼저 은행에 가자고 나서준 친구까지 다들 참 친절하고, 마음이 넓었어요.


하굣길에 매일 사 먹었던 기남대 지앤빙(왼쪽), 구이린 현지 투어를 마치고, 중국분이 사 주신 마음마저 따뜻해지는 구이린 전통 국수

친구들은 더 말할 필요도 없고, 다른 광둥 지역 분들도 무슨 일이든 적극적으로 도와주려고 하더라고요. 무슨 용기인지 현지인들만 가는 패키지 투어를 신청한 적이 있는데, 말을 못 알아들어 힘들어하니까 어떤 남성분이 흔쾌히 옆에서 시간도 알려주고 투어 내내 이것저것 중국어(굉장히 쉽고 느린)로 설명해주신 기억이 나요. 남은 여행 잘하라고 저녁도 대접해주시고요.


기남대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맞춘 반 티를 입고 한 장 찰칵!

Q. 교환학생을 하며 얻은 게 많을 것 같아요!
내가 알고 있던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눈으로 보고 느꼈다는 게 교환학생을 하며 얻은 것 중에 가장 컸어요. 굉장히 여러 가지의 사는 방식이 존재하고, 제가 사는 방법만 옳은 게 아니라는 것도요.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과 지내다 보니까 그들이 사는 방식도 존중할 필요가 있더라고요. 느리게 사는 친구, 빠르게 사는 친구, 걱정 없이 사는 친구…… 정말 다양했어요. 경쟁이 심한 한국 사회에선 항상 열심히 뭐든지 완벽하게 해야 좋은 인생이라고 생각했는데, 꼭 그런 건 아니더라고요.


기남대에서 제일 예쁜 서문길(왼쪽, 가운데)과 기숙사 가는 길. 학교에서 어려운 중국어에 잔뜩 두드려 맞고 오면 위로해 주던 공간이다.

Q. 다시 교환학생 준비 기간으로 돌아간다면 뭘 준비하고 싶나요?
중국 드라마나 영화를 좀 더 많이 보고 가고 싶어요. 가끔 중국인 친구들과 대화할 기회가 생기면 ‘그들이 한국 문화에 대해 아는 만큼 저도 중국에 대해 아는 게 많았다면 더 대화가 잘 되지 않았을까, 할 말이 더 많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거든요. 맨날 K-POP 아이돌, 한국 드라마에 대한 질문과 저의 답으로 이루어진 한 방향의 대화가 가끔 식상하다 느꼈기 때문이에요. 다시 돌아가면 폼 나게 아는 척도 하고 싶고, 노래방 가서 중국 드라마 OST도 불러주고 싶고 그래요.


캠퍼스에서 보이는 광저우의 아름다운 야경 때문에 기남대학교를 선택했다고.

Q. 광저우라는 대도시에 대한 인상은 어땠나요?
광저우에서 지내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여기 정말 살기 좋다’ 였어요. 저만의 생각인지 모르지만, 필요한 생활 인프라부터 지하철, 대중교통까지 무척 잘 갖춰져 있어요. 남부지방이라 억양도 부드러워서 말을 알아듣기에도 크게 어려움이 없고 음식도 너무 맛있고 게다가 학교도 괜찮으니까 중국어 공부하고 싶을 때 돌아와서 다시 한번 지내보고 싶어요. 그 정도로 괜찮은 도시예요. 광저우에서 지내고 귀국한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다 광저우를 너무 그리워해요. 그러니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고민할 시간에 얼른 교환 신청하고 회화 연습 좀 더 하는 게 남는 장사 같습니다!

Q. 관광객으로서 중국 VS 학생으로서 중국?
관광객으로서 중국은 매력적이지만 쉽지 않은 도시 같아요. 중국만이 가진 분위기, 화려한 야경 이런 것들은 참 매력적이지만 아직 메뉴판에 영어 표기가 없는 식당도 엄청 많아요. 중국어를 모르면 음식 주문조차 어려울 듯해요. 학생으로도 6개월이나 살았지만, 여전히 쉽지 않아요. 상하이같이 외국인 유학생이 많은 도시는 어떨지 몰라도 광저우는 아직 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한 체계가 많이 없어서 대부분의 유학생이 굉장히 헤매고 힘들어해요. 그래서 대학교에서 외국인을 위한 프로그램도 많이 준비해줬으면 좋겠어요.


중국에 와서 가장 큰 변화는 많이 걷게 됐다는 것. 걷다가 육교 위에서 탁 트인 풍경을 보는 것은 답답할 때 최고의 만병통치약이다.

Q. 20대를 중국에서 보낸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어떤 환경에서도 적응할 수 있다는 자신감. 한국엔 중국에 대한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보니 무사히 살아 돌아올 수 있겠냐는 걱정도 종종 들었어요. 그런데 그런 것들을 들으면서도 일단 가서 지내보겠다는 결심 자체가 일종의 ‘도전’이라고 생각해요. 결국 잘 적응해서 좋은 추억만 남기고 돌아왔다는 결과 자체가 제가 이룬 하나의 성취니까요.

한장으로 보는 광저우 기남대학교 교환학생 꿀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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