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학자 이승현ㅣ 곤충으로 인생 직진

이유도 사절하고 뭔가에 푹 빠졌을 때 취미로 남기거나 업으로 삼거나. 삶은 늘 선택의 기로다. 곤충에 미쳤던 그는 곤충 계통분류학을 연구하는 자신을 택했다. 열정은 그에게 심히 허가된 단어였다.

채집한 곤충이 들어있는 작은 지퍼백을 입에 꼭 문 채 푸르디푸른 강원도 방태산에서.

Q. 곤충을 좋아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어렸을 때부터 곤충을 좋아했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낚시를 자주 다녔는데, 곤충이 자연스레 눈에 들어오더라. 물속에서 곤충이 움직이는 걸 유심히 보는데, 그게 엄청 신기했다. 그리고는 동네에서 곤충을 이것저것 잡았다.

Q. 생각보다 이유가 사소한데

사소한 것 같지만… 아마도 어떤 계기였든 곤충을 좋아하게 되었을 거다. 왜냐하면, 내 눈에는 이유 없이 곤충이 예쁘다. 그냥 곤충에 미친 것 같다.

Q. 곤충에 미친(!) 사람이 흔한 편은 아니다. 곤충에 관심을 둬야 할 이유가 있을까

나는 사람들에게 곤충에 관심을 두라고 이야기했던 적도 없고, 시도하지도 않을 것 같다. 그런데 곤충도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지구의 구성원이다. 곤충이 정말 생각보다 엄청나게 다양하다. 실제로 지구에 존재하는 생물의 종에서 곤충이 차지하는 비율이 84%라는 이야기도 있다.

Q. 어떤 이에겐 곤충은 두려움의 대상인데

곤충은 동물 안에 포함된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동물은 좋아하는데 곤충은 좋아하지 않다고 이야기한다면, 사실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 거다.
종으로 이야기했을 때 84%이고, 개체 수로 이야기했을 때는 훨씬 압도적일 거다. 매일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는 새로운 곤충만 해도 엄청나다.


나무를 쪼갰는데 달주홍하늘소가 ‘뙇’하고 나왔다. 깜짝 놀라 소리 질렀던, 달주홍하늘소와의 첫 만남.


화천군 재안산의 한 참나무 고목에서 큰벌하늘소를 찾고 있다.

Q. 곤충 중에서도 유독 하늘소에 집중하는 이유는 뭔가

보통 곤충을 좋아하기 시작하면, 장수풍뎅이나 사슴벌레와 같은 큰 곤충부터 관심을 둔다. 나 또한 처음에는 사슴벌레에 집중했다. 대학생 때야 비로소 하늘소가 눈에 들어왔다. 곤충 채집을 나갔다가 우연히 나뭇조각 하나를 가지고 왔는데, 거기에서 몇십 마리의 하늘소가 나왔다. 그때! 이건 정말 엄청나다는 생각을 했다.

Q. 하늘소는 어떤 곤충인가

하늘소는 전 세계에 약 2만 5천 종 정도가 있다. 죽은 혹은 살아있는 나무를 파먹는 종도, 그냥 풀을 먹는 종도 있다. 그래서 임업상의 해충이라고 하는데, 그건 사람 입장에서의 정의다. 어떤 곤충이나 마찬가지겠지만, 하늘소도 충분히 자연에서 본인의 역할을 하는 곤충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름다운 곤충이다.


서울대학교 곤충계통분류학 실험실 내 있는 표본실.

Q. 좋아하는 것을 넘어 ‘곤충 연구’의 매력은 어디에 있나

일단 곤충 채집을 취미로 할 때는 이미 발견되어 도감에 기재된 것을 하나하나 모으는 재미가 있었다. ‘포켓몬고’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연구할 때의 매력은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데 있다. 쉽게 말해서 개척해 나가는 재미가 있다.

Q. 곤충과 관련해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2012년 루리하늘소를 발견한 거다. 당시 이의 발견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었고, 큰 이슈였다. 그간 북한 쪽에만 있다고 기록된 까닭이다. 다만, 남한에도 표본이 하나 있어 막연하게 희망을 품었다. 깊은 산속 완벽히 맑던 어느 날, 한 마리의 루리하늘소를 잡았다.


루리하늘소와의 첫 대면. 날씨도 완벽했다.

Q. 이후 루리하늘소를 또 보았나

곤충은 생태만 알고 있으면 조금 쉽게 볼 수 있게 된다. 가령 몇 월의 어느 지역, 어떤 나무에, 몇 시부터 몇 시까지 등 환경을 파악하면 얼추 만날 수 있다.

Q. 1983년 <천우지>라는 저서를 발간한 이후 <하늘소 생태도감>을 세상에 냈다. 책을 만들면서의 가장 큰 즐거움은?

그 자체가 정말 즐거웠다. 연구의 동기는 외부에서 오는 경우가 많은데, <하늘소 생태도감>은 외부적인 요인이 아니라 정말 내적으로 하고 싶은 일이었다. 그래서 모든 과정이 재밌었다.


동료와 함께 펴낸 <하늘소 생태도감>. 우리나라에서 발견한 3백57종의 하늘소를 만날 수 있다.


미얀마 만달레이(Mandalay)의 Ya Ne village. 전화는 물론 그간의 편의는 먼발치에 있던 이 산골 마을에서 그는 5일간 곤충채집을 했다. 옆의 아이는 그를 잘 따르던 현지 꼬마.

Q.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생각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끌고 나가는 사람도 많아졌다. 그런 이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누군가에게 함부로 도전하라고 이야기하기가 참 그런 현실인 것 같다. 그런데 이미 도전한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있다. 스스로 좋아하는 것을 일로 삼는 것이 생각했던 만큼 로맨틱하지 않아 관두고 싶은 시기가 분명히 올 것이다. 그땐 왜 이것을 시작했는지, 초심을 생각하는 게 좋은 것 같다. 결국, 스스로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므로.

LG Social Challenger 151264
LG Social Challenger 이승준 생각을 멈추고, 바로 행동하는 크리에이터 작성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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