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도시 뭄바이에 뿌리내린 LG의 힘












한국의 교통체증은 감사할 정도로 꽉 막힌 인도의 도로를 뚫고 찾아간 LG전자 뭄바이 오피스. 아직 채 완공되지 않은 내부에는 새 건물 특유의 시멘트 냄새가 가득했다. 2002년에 인도휴대폰 사업에 진출한 후 델리에서 업무를 담당하다 지난 2003년 4월에 뭄바이터를 옮겼고, 최근 이곳으로 신축 이전했다고 한다. 깔끔하게 잘 정비된 사무실 내부. 반가운 표정으로 맞아주시는 현지 판매지사 직원 분들을 보니 요란한 크락션 소리에 받았던 스트레스가 한방에 날아가는 듯 했다.
GDP성장률 8%. 구매력을 갖춘 인구가 3억 이상인 거대한 시장. 사회주의의 영향으로 경직적이던 인도 정부가 이동전화 사용료를 내리고 민간 회사에 사업을 개방하면서 인도의 이동통신 시장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 노키아, 모토로라, LG, 삼성 등 휴대폰 생산 업체들이 시장에 뛰어 든 것은 당연지사. 2002년 이 험난한 개척지인 인도 시장에 첫 발을 내민 LG 휴대폰은 3년 만에 CDMA 시장 점유율 60%를 달성하며 입지를 굳혀갔다. (휴대폰의 통신 방식은 CDMA와 GSM의 두 가지가 있으며, 음성품질, 통신 보완성 등에서 차이가 난다)







LG 뭄바이 오피스의 주요 업무는 천만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인도의 대표 통신사 ‘릴라이언스 인포컴’ , 200만 가입자를 보유한 ‘타타’ 등을 상대로 기기를 납품하는 일이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인도 기업과 좋은 신뢰관계를 쌓는 것은 사업 확장의 필수 요건. 그들은 철저한 제품 테스트와 저렴한 납품가를 원하는 통신사 측의 요구를 맞춰주기 위해 끊임없는 기술 개발을 하였다. 뭄바이 오피스의 신성기 과장은 인도기업의 ‘싸게! 싸게!’ 독촉 덕분에 LG가 가장 저렴하게 고성능의 휴대폰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며 웃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의 손해를 감수한 보상 또한 인도 기업의 신뢰를 얻는 방법이었다고 한다.





초창기에 가입자 수를 늘리기 위해 통신사 측에서 500루피(약 10달러)를 내고 3년을 사용하기로 하면 기기를 제공하는 마케팅을 했었는데, 신용사회가 정착되지 않은 인도에서 무모했던 이 시도는 총 판매 대수의 1/3을 유실하는 실패를 가져왔다. 엄청난 금액의 적자를 LG측에서는 감수해야 했지만, 인도 시장의 장기적인 비전을 믿고 묵묵히 대응했다고 한다. 이런 무모할 정도의 과감한 전략과 인내심이 바로 오늘날 인도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다진 원동력일 것이다. 사령탑격인 백태권 부장은 물론 2년 동안 밤 11시 이전에 퇴근해 본 적이 없다는 뭄바이 오피스 직원들. 이들의 노력 덕에 모두가 까다롭다고 중도 포기했던 인도에서 1년간 독자 판매를 하고 시장을 선점할 수 있지 않았을까. 비단 휴대폰뿐 만이 아니다. 전력 상황이 좋지 않은 인도에는 휴대폰은 고사하고 전화기를 보유한 가정의 수도 적다. 여기서 착안한 FWT(Fixed Wireless Terminal) 일종의 무선전화기인 이 기기는 현재 90%의 독보적인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제품이다. LG전자의 철저한 현지 시장조사와 고객 needs의 파악이 이루어낸 성과인 것이다.








인도에서 7~8만원 정도하는 LG 핸드폰은 월 300~500대 정도 팔린다고 한다. MP3, 카메라, 동영상 등의 기능이 첨가된 30만원 이상의 고가폰도 그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100루피(약 2달러)가 만원의 가치를 지니는 곳에서 대단한 사치품에 속하는 핸드폰. 10억 인구에서 이러한 사치품을 구매할 수 있는 인구는 3억 정도라고 한다. 우리나라 인구의 6배 정도 되는 시장이니 실로 어마어마하다.
길거리 전광판에 크리켓 게임 기능이 첨가된 LG의 핸드폰 광고가 보인다. 2003년 300만 가입자에서 그 수가 최근 5 천만명으로 증가한 인도. 발전의 속도가 빠른 만큼 변화의 가능성도 무궁무진한 곳이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서 노력하고 있는 LG전자 뭄바이 오피스. 내년 또 내후년에 어떠한 소식을 우리에게 들려줄 지 사뭇 기대가 되었다.

LG전자 정보통신사업본부 뭄바이 오피스를 방문하고 예상보다 늦어진 시간을 조금은 염려하며 LG화학 인도법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들 퇴근했으면 어쩌나 하는 우려에서였다. 하지만 왠걸.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전 직원들과 허연진 상무까지 모두 나와 일일이 악수를 청해주시고 반겨주시는 것이 아닌가. 너무도 극진한 환영에 조금 머쓱해지기까지 했다.






LG화학 인도법인은 냉장고, 오디오, 컴퓨터 등 무수한 가전제품과 포장 용기 등의 제조에 사용되는 폴리스틸렌을 생산하는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만년 적자를 기록 중이던 현지 석유화학 공장을 인수하여 대내적인 의식 개혁 운동과 공정개선 활동 및 구조조정 등으로 공장 인수 1년 만에 연간 200만 달러 이상의 흑자를 거두는 성과를 기록했다. 이름하여 ‘Clean company’ 캠페인 도입의 결과였다. 비효율적인 자산을 정리하고 공정한 의사결정시스템을 도입하여 직원들에게 신뢰감과 소속감을 심어준 것이다. 적자의 늪 속에서 패배주의 문화에 젖어 들고 있던 직원들은 눈에 보이는 성과들에 자신감과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지도자와 신뢰할 수 있는 직원. 허연진 법인장은 ‘투명한 기업문화’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일념으로 과감한 혁신활동을 단행하였고, 그 결과 이상적인 조직문화를 구축한 것이다.





과거 외국계 회사에 대해 까다로웠던 규제를 인도 정부가 완화시키면서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의 진출이 활발해 지고 있다고 한다. ‘정부와 계약한 문서는 서류로 받고, 인도 회사와의 합작보다는 단독 투자를 하라.’ 오랜 인도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이 인도에 진출하려는 기업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는 허연진 상무.
그는 직원들의 능력에 따른 임금 인상제도, 조기 승진제도 등을 정착시키는 한편 자녀들의 학비를 지원해 주는 등의 복지제도를 통해, 현지 직원들에게는 기업에 대한 소속감을 부여해 준다고 하였다. 또한 쓰나미 피해 복구기금을 정부에 전달하고, 저소득 층 자녀들을 위한 장학금을 꾸준히 지급하는 등 대외 활동을 펼치는 등 인도인들에게는 좋은 브랜드 이미지 구축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하였다. 인도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 알아 두어야 할 것들이 많이 있지만, 결국은 인도인에게 사랑 받을 수 있는 기업이 되는 것이 곧 성공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학생기자 개개인에게 유쾌한 농담을 건네시며 많은 질문에도 상세하고 명쾌한 답변을 해주신 허연진 상무. 늦은 저녁시간 2시간 남짓의 프리젠테이션은 너무 짧게 느껴졌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인사를 하고 회의실을 나오는데 우리를 맞아 주시던 현지 인도 직원 분들이 사무실에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를 배웅해 주기 위해 기다리셨다니.. 기념촬영을 하고 버스에 올라 떠나는 우리에게 손을 흔들며 배웅을 해주는 LG화학 현지법인 분들. 그들의 모습에선 사람을 대하는 진심어린 마음과 따뜻한 배려가 느껴졌다. 아마도 이런 따뜻한 인간미가 오늘 날 이들이 낯선 인도 땅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이 아니었을까.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보이는 어스름한 저녁 풍경이 무척이나 포근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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