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역 주변 골목길 ┃ 그 따스함을 가슴에 데려다 주네

햇살이 부서지던 어느 날, 타는 목마름으로 목적지 없이 골목을 거닐었다. 인적 드문 그곳에서 나의 발걸음을 이끌었던 건 바람일까, 추억일까. 따스함을 가슴 속에 아로새기던, 경복궁역 에서부터 시작한 골목길 산책.

아날로그 헌책방, 가가린

헌책방이라 하면 으레 들어서자마자 퍼지는 낡은 종이 냄새를 맡으며 미로 같은 책장 사이를 넘나들고 배불뚝이 주인아저씨의 침묵에 떠다니는 먼지와의 대화가 생각난다.
부암동에서 첫 도착지 헌책방 가가린은 나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회원제로 운영되며 자신의 책이나 물건 등을 위탁 판매할 수 있는 헌책방으로, 이름은 최초 우주인인 ‘유리 가가린’에서 따왔다. 처음 이 동네에 살던 몇몇 친구들이 이 장소를 빌리게 되었는데 무엇을 할까 고민 중 서로의 책을 바꿔 읽는 공간으로 활용하다가 점점 확장되어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하지만, 위탁으로 받는 수수료로는 이익이 남지는 않아 언제까지 운영될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책의 가격은 원가의 50% 이하로 책 주인이 책정하며 주로 디자인 서적, 아트서적, 잡지와 소설, 다양한 소품, CD, DVD 등이 판매되고 있다.
손때 묻는 책과 물건들을 사고 팔면서 사람들의 정서와 온기, 문화까지 나누는 이곳은 온라인상에서는 운영되지 않는다고 해 더욱 아날로그적인 모습을 지키고 있다.

Location 경복궁역 3번 출구 직진, 후지 필름에서 우회전해서 왼편
Open 오후 12시 30분~오후 7시30분, 월요일 휴무
Price 1년 회원비 2만 원. 평생 회원비 5만 원. 책값은 원래 가격의 50% 이하
Info 02-736-9005
“어디 찾으세요?”
가가린에서 나와 뜨거운 햇볕 아래 방황하고 있던 기자에게 어느 아저씨 한 분이 먼저 와서 말을 걸었다. 외국인인 줄 알았다며 친절하게 다음 목적지를 추천해주고는 유유히 사라진 그가 마치 신기루처럼 여겨졌는데… 골목을 빠져나와 걷던 중 왠지 길을 잘못 들어선 듯 외딴곳에 덩그러니 남았다. 그때 내 앞에 나타난 노란 문 하나.
새하얀 갤러리, 아트가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말을 주제로 한 그림이 걸려 있다.
‘아트가’ 건물은 일제시대 지어진 일본식 건물로 원래는 떡집이었는데 프랑스에서 건축을 전공한 주인이 수리하고 페인트칠을 하여 다시 갤러리로 태어났다. 당시 검열 도장이 찍힌 목재의 모습이 그 증거.
2008년 3월에 오픈한 이곳은 하얀색 외관과 신진 미술가들의 전시로 지나가는 많은 사람의 발걸음을 멈추게 해 거리의 운치를 더해주고 있었다.
이 ‘아트가’ 바로 앞에는 해공 신익희 선생의 옛집을 가리키는 푯말이 있다. 호기심에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집 앞에 다다랐다.
독립운동가였던 신익희 선생님 옛집 앞에 걸린 태극기는 유난히 빛나 보였다. 바로 옆집에는 이런 팻말도 있었다. ‘옛날에 남촌에 살려 한 것은 좋은 집터 찾으려 함 아니고 마음씨 고결한 사람들 많다기에 아침저녁 그들과 즐기려 함이었네’ 라는 도연명의 시 한 구절이 액자에 걸려 있었다.
독립운동가를 키워낸 그 골목, 그리고 시 한 구절, 길을 알려준 친절한 아저씨까지 우연이라 하기엔 따스함이 너무 많은 곳에 숨어져 있다.

Location 경복궁역 3번 출구 파리바게뜨 골목에서 우회전 해서 왼편에 위치
Open 오전 11시 ~ 오후 6시, 월요일 휴무
Price 관람료 무료
Info 02-722-6404 / www.artga.net
재해석된 이태리 맛깔, 6.1.4.

골목을 나와 좀전에 만난 친절한 아저씨가 가르쳐준 목적지로 향했다.
카페 6.1.4.가 바로 그곳. 6.1.4.라는 이름은 ICIF라는 이태리 북부 요리학교를 수료한 6기, 14기 두 명의 셰프가 바리스타인 친구와 함께 카페를 낸 데에서 지어진 이름이다. 서로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한적한 곳에 본인이 만들고 싶은 음식을 선보이고 싶었던 것.
창가 한쪽에 놓인 책은 세 명의 친구가 직접 보는 요리 이론 책, 요리 만화책 등 요리와 관련된 책들이다. 그들은 정통 이탈리아 음식을 고집하는 게 아니라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이탈리아 음식을 만들고 있다.
요일마다 색다른 음식이 나온다는 점도 특이하다. 파스타 등의 요리가 메인이지만 튀김 등 애피타이저도 인기가 많다.

Location 경복궁역 3번 출구 파리바게뜨 골목에서 우회전 골목 끝나기 바로 전 왼편 진명1길에 위치
Open 오후 11시 30분~오후 10시30분, 월요일 휴무
Price 파스타, 피자 등은 2만 원 내외, 음료는 8천~9천 원
Info 02-720-6143
거리를 나와 이번에는 반대방향인 경복궁 돌담길을 따라 걸었다. 사람 한 명 없는 끝이 보이지 않는 그 길. 그곳을 따라 걷다가 영추문을 지나 길 건너 어떤 골목길로 난 화살표를 발견했다.
사진가의 오아시스, 류가헌

따라가 보니 ‘류가헌’이라는 사진위주 갤러리가 보인다.
‘함께 흐르면서 노래하는 집’이라는 뜻으로, 꿈과 끼는 많은데 돈 없는 사진가와 함께하기 위한 공간을 만들려는 주인의 마음이 담겨 있다.
한옥을 개조한 이곳은 잔디가 깔린 마당에 왼쪽에는 북 카페와 사무실이 있고 오른편에 전시실이 있다. 북 카페의 차와 음료는 3천 원 정도로 저렴한 편이다.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한옥 특유의 정갈함에 매력이 솟구친다.
사진에 대한 하나의 다큐멘터리가 되고 싶다는 이곳에서 사진과 가까워지기도 하면서 산책으로 지친 몸을 잠시 쉴 수 있었다.

Location 경복궁역 4번 출구 청와대 방향 플라타너스 가로수길, 동의파출소와 진 아트갤러리를 지나 ‘메밀꽃 필 무렵’ 옆 골목
Open 오전 11시~오후 7시, 월요일 휴무
Price 전시실 관람은 무료, 음료는 3천 원 내외
Info 02-720-2010
발길 닿는 대로 걸으면 골목 사이사이로 볼거리가 숨겨져 있고 함께 나누려는 마음과 옛 모습을 잃지 않으려는 사람이 남아 있는 이곳. 북적이고 혼잡한 일상을 떠나 시간이 멈추어 버린 것 같은 숨어 있는 통의동 골목을 찾아 떠나 보는 건 어떨까. 혼자 가더라도 햇빛을 가려주는 가로수의 그늘과 탐스러운 꽃들이 반겨줄 것이다.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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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 아날로그헌책방인 가가린에 가보고 싶은걸요?
    우선 유리가가린의 이름에서 따 온 점도 헌책방이란 이미지를 고급스럽게 표현한것같고
    정말 저렴한 가격에 운영되는 곳이라 더 가보고싶고 홍보하고싶은 생각이 들어요 ㅋㅋ
  • 이주현

    학교 오고가는길, 거의 매일같이 들리는 이곳에
    이렇게 숨겨진 곳들이 많았다니!!
    하루 날잡아서 카메라 손에들고 찾아가 봐야겠네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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