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수┃겸손과 포부의 이중주

– 편집자 주

아마도 이번 달 잡지사와 신문사, 방송사 등의 각종 언론 매체는 연신 밴쿠버 올림픽의 주역 인터뷰를 따느라 골머리를 앓았을 게 분명합니다. 그 사이 럽젠은 스피드 스케이팅과 쇼트트랙으로 차디찬 빙판에서 열정으로 불을 뿜던 5명의 무법 청춘에 집중했습니다. 럽젠은 그들의 뛰는 심장에 주목합니다. 지극히 사적으로.

“안녕하세요.” 어색한 인사를 건네며 인터뷰할 적당한 장소를 찾는 이정수 선수의 모습은 밴쿠버의 큰 빙상 경기장에서의 날쌔고 박력 있는 쇼트트랙 선수라기보다 수줍고 풋풋한 소년 같았다. 귀에 꽂은 이어폰을 빼며 조금은 피곤해하던 그의 저변에는 세계무대를 향해 반짝이는 포부가 숨겨져 있었다. 외유내강, 그에게 딱 맞는 사자성어다.

늦깎이 데뷔를 무색하게 만든 가능성

올림픽이 끝난 지 얼마 안 됐는데 태릉선수촌에서 여전히 훈련하는 이정수 선수의 모습은 의외였다.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는 것도 잠시, 곧 있을 201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와 2010 ISU 세계 쇼트트랙 팀 선수권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서였다.
다른 쇼트트랙 선수에 비교하면 늦깎이 데뷔를 한 그의 스케이트와의 첫 인연은 초등학교 4학년 때다, 약한 체력을 보강하기 위한 아버지의 의지가 스케이트를 처음 탄 이유. 그는 근처 스케이트장에서 재미로 타다가 링크에서 열린 초등부 300m 대회에서 상을 받으면서 스케이트에 푹 빠져버렸다. 이후 빙판에 목숨을 걸었다. 그 결과 빠른 성장을 보이며 2006년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1개와 은메달 1개를 목에 걸면서 개인종합 1위를 차지해 쇼트트랙 유망주로 떠올랐다. 그 기세를 몰아 2008년 대표 선발전에서 첫 태극마크를 달기까지, 데뷔 시기보다 빛의 속도로 메달을 휩쓸었던 건 바로 좋아하는 것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승부를 겨루는 뚝심에서 비롯됐다. 스케이트에 대한 짝사랑, 그보다 더한 이가 있을까.

“경기할 때는 제 모든 능력을 경기장에 쏟아내겠다는 마음으로 시합해요. 죽기 살기로 결승점을 향해 달리는 거죠.”

사랑하는 쇼트트랙, 그 이하로 좋아하는 것들

긴장감이 감도는 빙판 밖에선 그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쉴 틈 없이 이어지는 훈련과 시합 속에서 대학생으로서의 일반 활동은 자연스레 금기(!)시되었으니 말이다.

“대학교는 초등학교나 중학교, 고등학교 때처럼 일정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자유로운 편이잖아요. 그래서 그 시간 동안 보통 대학생처럼 과제로 리포트도 쓰고, 제가 하고 싶은 공부도 하고∙∙∙ 이런저런 내 시간을 자유롭게 쓰는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어요.”

조곤조곤한 목소리와 미소년 같은 그에게선 오직 민들레 같은 스케이트 사랑만 있을 줄 알았는데, 그에게도 취미는 따로 있었다.

“평소에 좋아하고 관심 있는 건 윤기랑 비슷한데요. 저도 옷이나 패션에 관심이 많아요. 윤기랑 스타일은 많이 다르지만요. 윤기는 개성이 강한 편인데 저는 좀 무난하면서. 음··· 심플한 스타일을 좋아해요. 또 고기요! 청량리에 칠갑산 쌀을 보내주시는 아빠 친구 분이 계신데, 그 동네 한우 고깃집을 가면 정신 없이 먹기 바빠요.”

걱정은 접고 세계 무대로 껑충!

G세대의 이슈 속에 그 역시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더욱 그를 주목한 이유는, 올림픽이라는 세계적인 대회에서 2관왕의 영광을 딴 것뿐 아니라 경제적으로 든든한 지원이 될 수 없는 가정 형편 속에서도 쇼트트랙이란 자신의 확고한 길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운동선수로선 악조건인 평발을 가졌음에도, 오히려 스케이트화가 발을 눌러 다행이라는 낙천적인 성격까지 드러냈다. 아직 자신은 부족하다는 겸손함 속에서 더욱 세계적인 선수의 면모를 슬쩍 내비친다.

“확실히 시대가 변할수록 사람들이 자신감 있어지는 것 같아요. 지금의 초등학생이 예전의 고등학생 같기도 하고요. 지금 제 또래를 보면 자신감 있고 스스로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품고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 세월이 지나면 이런 모습이 더 자연스럽겠죠? 많은 분이 저를 ‘G세대 대표주자’, ‘세계적인 선수’라고 말씀하시는데 저는 아직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의 좌우명은 ‘하루하루 열심히 살자.’다. 자신의 목표인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사람이 되기까지 매일의 소중함을 강조했다. 이미 세계적인 선수 같다고 코너에 몰자 또 한 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이정수 선수. 그의 마지막 말이 잊히지 않는다.

“아직 아니에요.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그냥 한순간일 뿐.”

미래에 대한 걱정을 접고 지금 현재에 전력을 기울이라는 추신과 함께 말이다.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moticon

스티커 댓글

스티커를 사용해서 댓글을 남겨보세요!

댓글달기
  • 감동
  • 부들부들
  • 눈물
  • 두근두근
  • 좋아요
  • 사랑해요
  • 멋짐
  • 하하
  • 신남
  • 행복
  • 멘붕
  • 헉
  • 시무룩
  • 하이파이브
  • 응원
  • 쓰담쓰담
  • 뽀뽀
  • 박수
  • 선물하기
  • 고마워
  • 귀여워
  • 셀카
  • 저요
  • 열공
  • 쓰러짐
  • 씻기
  • 팩
  • 이정수 선수가 스물 두살인가요? 어린 나이에 세계를 제패하고 국민들에게 감동을 준 대단한 선수죠~ 게다가 어린 선수가 저토록 성숙한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니 저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그 겸손함에 존경을 표합니다.
  • 하루하루 열심히 살자라는 좌우명처럼 매일의 삶에 충실한 이정수 선수를 보니
    대단해요. 귀여운 앳딘 외형적인 외모와는 달리 겸손하고 어른스러운거 같네요.
    외유내강이라는 사자성어가 참 잘 어울리는 선수이구요.
    이정수 선수처럼 저도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아야겠어요^^
  • 올림픽이 끝났어도 초심으로 노력하는 모습이 정말 멋져요!
    금매달을 받았는데도 자만하지 않는 이정수 선수모습에 배울점이 많아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사람이 됬지만 자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겸손함이 지금의 이정수씨를 만들어준것같아요.
    앞으로도 멋진 활약 기대되요!
  • 이정수선수... 누구나 힘든 시기는 있는 것 같아요.
    곽윤기 선수와의 우정 변치마시고,
    힘들더라도 화이팅하시길 바랍니다.
    금메달 축하드려요 화이팅~!!!

소챌 스토리 더보기

달의 저편에서 추는 화해의 춤, 로베르 르빠주 연출 <달의 저편>

내 친구의 성년식

소채리의 10가지 케렌시아 1탄
우린 이곳에서 힐링하곤 해

찬란히 빛나는 그녀, 왕후를 만나러가다

창업가의 위대한 실패 2탄
드라이플라워 연구소 <플라워랩> “미완의 상태라도 직!접!”

창업가의 위대한 실패 1탄
디자이너 패션 브랜드 <YUPPE> “간절함, 그게 있었어요.”

나랑 같이 뮤페에 갈래

전국 야행 지도

2012년, 빙의하고 싶은 영화 속 주인공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