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비르┃한국에서 피어난 네팔의 기억

사진 이주현/제16기 학생 기자(국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눈감고 들으면 한국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유창하게 언어를 구사하는 네팔인, 검비르 만 쉬레스터(이하 검비르). 홍대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면서,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며 ‘한국어를 사랑하는 모임’의 회장 역할을 톡톡히 하는 남자. 이 모든 것이 이 나라를 사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고 당당히 고백하는 그는 혹시 전생에 한국인이 아니었을까.

마법 같은 정(情)에 홀려 이방인의 땅을 밟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한국인이어도 느끼기 힘든 자국에 대한 사랑을 왜 그는 뼈저리게 느끼고 있을까?

한국인의 정(情) 때문이에요.

과연 그가 정(情)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을지 의심이 들었지만, 그는 미소를 띄우며 한국과의 인연에 관해 거침없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네팔에서 히말라야를 만나러 온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숙소 겸 식당인 김치하우스에서 일하고 있었어요. 그때 한국인을 처음 만났죠. 짧게 이야기하는 와중에 한국인의 정을 느꼈고, 네팔의 문화나 마음 씀씀이가 비슷하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한국을 더 알고 싶었어요. 한국어까지 배우게 되었죠.

한국에 대한 정이 날로 커지던 어느 날, 네팔에 취재 온 방송국과의 만남을 통해서 한국땅을 밟을 기회를 얻게 된다. 드디어 신비의 땅에 첫발을 내딛는 그. 하지만 처음 밟은 이 땅에 실망감만 안은 채 쓸쓸히 고국으로 돌아갔다.

시간 관념이 네팔과 너무 달랐어요. 보통 네팔에서는 친구가 오면 떠나기 전까지 함께 있어주는데, 한국은 그저 하루 와서 얼굴만 보고 헤어지더라고요. 또, 친구가 가령 오전 10시까지 오겠다고 약속했는데 오후 1시에 오더라도, 반가워하거든요. 한국은 1분 1초가 중요하잖아요. 아마 어느 한국인도 그때까지 기다려주는 사람은 없을 것 같아요.

결국, 그는 네팔로 돌아와 다시 김치하우스에서 일했지만 한국을 미워했다. 하지만, 여행자와의 계속된 만남을 통해 오해가 풀리고 그 미움은 더욱 돈독한 정으로 바뀌게 되었다.

다시 만난 한국인에게 그 첫인상을 이야기했더니 한국 실정을 말해주더라고요. 또, 약속했던 친구들이 모두 부산, 대구 등 지방에 사는 친구들이 많아서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것을 알게 되었죠. 한국의 자본주의 사회가 사람을 바쁘게 만들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죠. 그 후 한국인들이 점점 친형제 같아 유학까지 결정했습니다.

한국에서의 좌충우돌 생활기
한국에서 생활한 지 10년 된 그는 말투나 생각 모두 한국인 같다. 하지만, 여전히 그는 한국의 시간에 대한 관념이 풀리지 않는 숙제였다.

출근시간에 지하철을 탈 때 전 사람들이 뛰는 모습을 보고 큰일이 난 줄 알고 함께 뛰었어요. 하지만 아무 일도 없었죠. 그저 바쁘기 때문에 뛰는 것이었어요. 네팔에서는 대단한 일이 아니면 뛸 일이 없거든요. 이런 문화적 차이를 경험했어요.

그는 높은 물가와 학비 때문에,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다. 평일에는 어학당을 다니고, 주말에는 막노동 현장에서 가열차게 일했다. 그는 이때를 힘들기보다는 값진 추억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저는 20대라서 힘이 있는데도, 그곳의 어른들이 어려운 일은 안 시키는 거예요. 네팔에서 왔으니,다치면 안된다며 챙겨주셨죠. 그분들과 함께 지내며 다른 사람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마음을 배웠어요. 가끔 술을 사주면서 이야기했던 그 시간이 그립죠. 재밌게도 술 문화는 네팔과 비슷하거든요. 어른이 술을 따를 때 두 손으로 잔을 받고 고개를 돌려서 먹는 거요. 어른들이 술부터 배워왔다고 웃으셨어요.

한국 속의 네팔, 네팔문화원을 꿈꾼다

그는 막부들로부터 함께 생활하는 문화를 배운 뒤 본인의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함께 나누고자 마음 먹었다.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활동하는데다가 ‘한국어를 사랑하는 외국인 모임(이하 한외모)’을 만들어 1백 명 이상의 회원과 교류하고 있다. 이미 3백 여명의 외국인이 한외모에서 학업을 수료했다.

한국에 살지만 언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외국인이 많아요. 2005년 10월 9일 한글날, 처음 이 모임을 만들었죠. 모일 땐 전부 한국어로 대화합니다. 전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가르치고 회원들은 자국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죠. 매월 첫 번째 주 토요일에 모입니다.

그가 꿈꾸고 있는 미래의 그림은 문화교류를 뛰어넘어 네팔과 한국을 잇는 다리역할을 하는 네팔문화원을 만드는 것이다. 그가 현재 운영하고 있는 인도ᆞ네팔ᆞ티벳 전문 음식점인 예티도 문화원의 워밍업 격인 곳이다. “밖은 홍대지만, 여기만큼은 네팔입니다.”라고 말하는 그의 눈빛은 한국인임에도 그보다 못한 이의 손과 가슴을 부끄럽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불쑥난감’ 가방 파파라치
검비르의 애장품
그는 아프리카 드럼인 짐베(Djembe)을 선보였다. 해금과 같이 합주해봤다는 그에게 짐베 연주를 부탁했더니 천진난만한 얼굴로 수준급의 연주를 선보였다. 듣는 이들은 어깨와 엉덩이가 들썩이느라 정신 없었다!
“짐베를 연주하면 무조건 신나요.”

 

그를 만나고 싶다면
그는 홍대에서 인도/네팔/티벳 전문 음식점인 예티를 운영하고 있다. 네팔 현지의 재료를 공수해 오기 때문에 가격이 다소 비싸지만, 제대로 네팔의 맛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매월 첫째 주 토요일 한외모 모임을 구경하는 것도 재밌을 듯.
Info 예티 cafe.naver.com/yetifood, 02-325-0745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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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럽젠
    하하^^ 제가 동행한다고 할인이 될까요? ^^;;
    가능하다면 한외모 모임도 한 번 취재가고 싶어요 ^^
  • 야구박사신박사

    김기자님하고 동행하면 혹 할인이 안될까요? ^^
    한외모 모임에 꼬~ㄱ 참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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