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렙젠리뉴얼 이벤트)행복의 향기가 나는 아빠,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열심히 공부하렴. 그리고 오늘 아빠 생신 잊지 말고.”


“…….”


집을 나서는 내 발걸음은 다른 때보다 무거웠다.


‘어떻게 하지? 아직 아빠하고 화해도 하지 않았는데. 이런 마음으로 생신 축하한다는 편지를 쓸 수도 없고.’


1층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의 속도가 무척이나 느리게 느껴졌다.


아빠, 아빠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지 벌써 나흘째가 되어간다. 아빠가 나에게 말을 건네는 것이 바로 나를 이해해준다는 뜻으로 알고 아빠가 말을 건네기 전에는 나도 절대 말을 하지 않겠다면서도 이렇게 날짜를 세고 있는 내 자신이 어이없어 나는 혼자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나흘 전, 그날 밤을 떠올렸다.


“그렇게 대충 공부해서 어디 장학금이라도 타 보겠니? 너처럼 시험공부한


다면서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면 장학금 주는 대학교도 있냐?”


“…….”


오늘따라 공부 이야기를 꺼내는 아빠의 표정이 사뭇 심상치 않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재수했으면 됐지, 아직도 정신을 못차린 거야? 누가 날 위해서 공부 하라는 거냐? 다 너를 위해서 공부하는 거지. 너, 지금 이 순간부터 아 빠를 위해서라면 절대로 공부하지 마라. 알았냐?”


“…….”


“왜 대답이 없어? 알았어? 몰랐어?”


“네. 알았어요. 아빠를 위해서는 절대로 공부하지 않겠어요.”


나는 처음으로 아빠를 똑바로 쳐다보며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일어나 내 방으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


“뭐라고? 아니, 저저…….”


“아유, 그만 해요. 저도 답답해서 그런 모양인데…….”


밖에서 들려오는 아빠의 당황한 표정과 사뭇 말리는 엄마의 목소리를 듣지 않으려는 듯 나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올려 덮고 눈을 감아 버렸다.


아빠는 늘 이런 식이다. 평소에는 내 눈빛만 봐도 내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내 목소리만 들어도 내 마음이 어떤지 다 알고 있을 정도로 자상하시면서도 학생은 머리를 묶고 다녀야 하고 옷은 단정하게 입어야 하며 언제나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등 그야말로 빈틈없이 고지식하다. 나도 그런 아빠의 딸이니만큼 어느 정도는 아빠의 바람을 별 무리 없이 따라하고 있는 편이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학교에 오고갈 때나 휴일 날 외출을 할 때면 머리를 질끈 동여 멨고 옷도 단정히 입고 다녔으며 나름대로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 나도 물론 다른 친구들처럼 머리를 풀고 다니고 짧은 치마도 입고 싶지만 그렇게 해서 괜히 아빠와 부딪히기 보다는 그저 웃으며 생활하는 게 좋다는 생각에 짐짓 모른 척 하고 있는 데 그런 내 마음도 몰라주고 아빠는 나도 내 나름대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할 줄 아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계시는 것 같다.


특히 내가 컴퓨터 앞에 앉아 있거나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내고 있는 모습만 보시면 표정이 금방 굳어버리시는 아빠를 보면 어쩔 수 없는 세대 차이를 절감하곤 한다. 사실 컴퓨터 앞에 앉아있어도 내가 하는 것이라고는 고작 친구들과 쪽지를 보낸다거나 메일 확인을 하는 정도이고 휴대폰을 쥐고 있어도 눈에 거슬릴 정도를 하는 것도 아닌데…….


그 날도 컴퓨터 앞에 앉아 이메일을 확인하다가 고등학교 때 친구의 보고 싶다는 메일을 보고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고 다른 때보다 심하게 말씀하시는 아빠에게 처음으로 반항했던 것이다. 목구멍에서 맴도는 속마음을 털어놓아 속이 시원하다는 생각은 잠시뿐, 시간이 흐를수록 죄송하다는 생각에 내 잘못을 후회하고 있다. 더구나 오늘이 바로 아빠 생신인데…….


솔직히 말하면 아빠와의 세대 차이를 만드는데 나도 한 몫 한 건 사실이다. 친구들과는 컴퓨터 인터넷으로 메일을 주고받으면서도 한 번도 아빠에게는 이메일을 보내지 않고 휴대폰으로 수없이 문자를 주고받으면서도 아빠에게는 내가 필요한 일 이외에는 문자를 보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거야 아빠는 늘 곁에 계시고 자잘한 것들에는 신경 쓰지 않기 때문이라고 위안을 삼지만 아빠는 가끔씩 나에게 메일을 보내기도 하고 문자를 보내시는 것을 보면 나보다 넓은 마음을 갖고 계시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입으로는 세대 차이를 운운하고 있으니…….


학교에 도착하고 나서도 수업시간에도 그리고 수업이 다 끝날 때까지 나는 아빠와 화해할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 계속 마음이 무거웠다. 마음 같아서는 그냥 아빠 품에 안겨 어리광을 부리며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지만 실제로 무뚝뚝한 성격 탓에 영 자신이 없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속에서 나는 앞에 앉아 계시던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지 웃음을 보며 갑자기 좋은 생각을 떠올렸다.


“아, 우리 손녀가 글쎄 반에서 1등을 했다는 구려. 그럴 줄 알았어요. 워 낙 영특해야지. 하하하…….”


그 할아버지는 휴대폰으로 손녀에게서 온 문자를 확인하시고는 아무 상관도 없는 주변 사람들에게 내용을 알리며 꽤 능숙한 솜씨로 손녀에게 축하한다는 문자를 보냈다.


나는 휴대폰을 꺼내 과 친구들에게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나 희아야. 오늘 우리 아빠 생신이거든. 네가 생신 축하 문자 좀 보내 드려. 그리고 네가 아는 친구들한테도 부탁한다. 내일 아이스크림 먹게 해 줄게.”



“다녀왔습니다.”


“그래. 어서 오너라.”


“아빠는?”


내 물음에 활짝 웃으시며 가리키는 엄마의 눈빛을 따라가 보니 소파에 앉아 계시는 아빠는 휴대폰 문자를 확인하고 계셨다.


“안녕하세요? 희아 친구 영지버섯이에요. 생신 축하드립니다. 희아 아 버님, 안녕하세요? 생신 축하드립니다. 태규 올림…….”


‘딩동딩동’ 문자를 읽는 동안에도 계속 들어오는 문자에 아빠는 어쩔 줄 몰라 하시며 좋아하셨다.


“아, 영지버섯이 바로 제 단짝 영지에요. 그리고 태규는 우리과 대표이 고…….”


“희아야, 네 친구들이 이렇게 많아? 거의 30통은 온 것 같은데? 얘들한테 일일이 답장하려면 오늘 아빠 잠도 제대로 못 자겠는 걸? 아무튼 고맙다. 아빠한테 특별한 선물을 해 줘서.”


“아빠, 생신 축하드려요. 그리고 지난번 일은 제가 잘못했어요.”


친구들이 보낸 문자에 마냥 좋아하시는 아빠의 웃음에 코끝이 싸해지는 것을 느끼며 나는 어린아이처럼 아빠 품으로 파고들었다. 내 마음을 다 알고 있다는 듯 아빠는 내 등을 토닥거려 주셨다. 아빠 품에서는 향기로운 냄새가 났다. 행복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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