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다이닝] #4. ‘나다움을 찾아라’ 조중현 디자이너와의 만남

지금 여러분이 보고 있는 이 화면, 핸드폰, 혹은 입고 있는 옷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그래픽 디자인의 결과물이라는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이 세상 모든 것은 각자의 디자인이 있습니다. 모양, 색깔, 글씨체 등 형태를 구성하는 모든 것들이 디자인이죠. 그래서 디자인은 좁게는 세상을 그리는, 넓게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일 일지도 모릅니다.

마음을 다해 꿈을 좇지만 길을 몰라 방황하는 청춘을 위해 LG블로그LG챌린저스가 준비한, 파도를 먼저 넘은 인생 선배와의 특별한 다이닝. 네 번째 파인다이닝은 조중현 그래픽 디자이너디자이너를 꿈꾸는 청춘들의 만남입니다.

세상 곳곳 가치를 불어넣다, 그래픽 디자이너 조중현

조중현 디자이너는 현재 국내 IT기업의 디자이너 겸 기획자, 2인조 스튜디오 ‘독스(dogs)’, WKSP WKSP 워크샵 운영진, 공동 작업실 ‘저수지’ 멤버 등 정말 다양한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가 이처럼 바쁘게 움직일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재미있으니까!

“디자인은 무언가를 예쁘게 포장하는 개념보다, 어떤 것에 철학을 불어넣고 기획하는 등 하나의 프로세스를 완성하는 과정 전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어떤 영역이든 디자인적으로 접근할 수 있죠. 세상 구석구석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에 디자인은 참 재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조중현 디자이너에게 디자인 작업은 일종의 놀이입니다. 대학 시절부터 시작한 스튜디오 독스(dogs)공동작업실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으며, 사람들에게도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성수동에서 시작한 작업실은 현재 이태원으로 옮겨, 다양한 분야의 디자이너들이 함께 어울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친한 후배와 만든 독스는 디자인 스튜디오라 불리긴 해도 엄청 거창한 집단은 아니에요. 전시회부터 포스터나 스티커 제작 등 다양한 문화 예술 활동을 하고 있어요. 가벼운 마음으로 놀이하듯 운영하고 있죠. 남들은 직장생활 하면서 개인 작업까지 꾸준히 하면 힘들지 않냐고 하는데 저는 이게 노는 거예요. 재미있는 작업을 하고 친구들이랑 만나면서 웃고 떠들고 쉬는 거죠.”



공동작업실의 시작 성수동. 이곳은 치열한 작업 공간이 되기도 하고 친구들과의 화합의 장이 되기도 했다.

이 중 조중현 디자이너가 가장 관심 있는 디자인 분야는 바로 타이포그래피입니다. 타이포그래피(typography) 란 문자 또는 기호를 중심으로 한 2차원적 표현의 모든 범주를 뜻합니다. 조중현 디자이너는 특정 형태의 글자가 주는 영향력과 메시지의 힘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하는데요. 특히 서체에 대한 관심LG글로벌챌린저로 이어졌습니다.

조중현 디자이너(가장 오른쪽)와 LG글로벌챌린저 19기 <서체로드> 팀원들

조중현 디자이너는 우리나라 공공에서 사용되는 서체의 정체성을 세우고, 미흡한 타이포그래피 시스템에 대한 해결방안을 해외 탐방을 통해 고안하고자 LG글로벌챌린저 19기에 지원하였습니다. 친구들에게, 지인들에게 디자인을 잘 한다 하여 ‘조중현자’라는 별명이 붙여진 조중현 디자이너를 중심으로, 3명의 친구들이 모여 ‘서체로드’ 라는 팀을 꾸렸고, 타이포그래피와 디자인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즉흥적으로 팀을 이뤄서 지원을 했어요. 그런데 (디자인이라는) 같은 관심사를 공유한 친구들과, 한가지 주제를 탐방하다 보니, 어느새 디자인에 대한 열정이 살아나더라고요.

저희는 팀원들과 함께 네덜란드, 독일, 영국을 탐방했어요. 세 나라 모두 타이포그래피를 선구적으로 잘 하고 있는 나라들이죠. 네덜란드는 특히 서체 운영에 있어서 브랜딩을 매우 잘하는 나라예요. 모든 관공서에서 공통으로 쓰이는 폰트가 있죠. 독일 역시 철도청에서 만든 공통 서체를 모든 도로 표지판에 적용하고 있어요. 그래서 표지판을 잘못 읽어 일어나는 사고를 최소화하고 있죠. 영국은 워낙 잘 알려진 디자인 강국이라 꼭 들러야 했고요.

활동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네덜란드 둠바 스튜디오였어요. 둠바 스튜디오에서 네덜란드 정부의 통합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 서체 디자인 작업을 했거든요. LG라는 이름을 달고 관계자들과 직접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었죠. 제가 우상으로 생각하는 디자이너와 맥주 한 잔도 하고 제 포트폴리오를 보여주며 서로 작업물을 교환했는데, 제가 디자이너로 살아가는 데 있어 큰 양분이 된 시간이었어요.”


LG글로벌챌린저 19기 <서체로드> 활동 당시의 모습

조중현 디자이너는 LG글로벌챌린저 활동을 통해 인생에 뜻 깊은 값진 경험을 했다고 말합니다. 탐방을 통해 넓은 세상을 이해하고, 본인의 꿈과 목표의 방향을 찾았습니다. 구체적으로 그래픽 디자이너라는 꿈이 확고해졌고, 국내 서체를 체계적으로 운영해 보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습니다. 네덜란드나 독일처럼 국가, 도시에서 사용되는 공통된 서체를 만들고 브랜딩하는 것이죠.

지금도 그 꿈을 위한 과정은 현재진행 중입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WKSP WKSP 워크샵’이 바로 그 활동인데요. 학생들에게 디자인 실무 경험을 쌓으면서 동시에 놀이처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자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디자인을 업으로 삼고, 개인 작업을 통해 끊임없이 ‘놀이’하는 조중현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일까요?

좋은 디자인‘나다운 디자인’이라고 생각해요. 사회적 지위, 경제적 풍요 같은 가시적인 성과가 당장 나타나지 않더라도 나다운 디자인을 계속하면 내가 더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이 열려요. 그리고 그것들이 쌓여 궁극적으로 좋은 디자인이 될 거고요.

모방은 창작의 어머니라는 말도 있지만 저는 동의하지 않아요. 학생들이 창작이 너무 어려우니까 종종 외국 디자인을 따라 하는 경우가 있어요. 작업 마지막 단계에 시각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참고하는 정도는 괜찮지만, 거기에 파묻혀서 다른 디자이너의 스타일을 그대로 답습하는 건 절대 안 돼요. 어렵더라도 나다운 디자인을 찾아가길 바라요.”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일단 도전해보세요!

햇살 좋은 4월 어느 주말 아침, 그래픽 디자이너를 꿈꾸는 청춘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이들은 조중현 디자이너와의 만남을 앞두고 개인 작업물까지 들고 오는 열정도 보였습니다.

창작의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어려운 길을 택했기에, 참가자들은 현실적인 고민과 막연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 그동안 고민하고 있던 이야기를 나누며 조중현 디자이너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집중했는데요. 이들은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살펴볼까요?

Q. 디자인할 때 어디서 영감을 얻으세요?

“사실 그 시작은 열등감이었어요. ‘저 사람은 잘 하는데 나는 왜 이렇게 못 하지?’ 이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거기에 사로잡히면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고 작업이 잘 풀려도 정신적으로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내려놓고 나다운 것을 찾다 보니 마음이 편해졌어요.

또 저는 작업할 때 논리적인 개연성을 의식하지 않으려고 해요. 당위성만을 쫓기 시작하면 애매모호한 결과물이 나오거든요. 작업할 때 작은 부분이라 해도 우연히 생각나는 것들이 있어요. 그럼 일단 해봐요. 여러분도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이리저리 시도하면 영감이 떠오를 거예요.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고 작은 것이라도 해보세요.”

Q. 디자인을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으신가요?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학교 다닐 때 우스갯소리로 ‘디자인과 와서 디자인 안 하는 게 최고 행복’ 이라는 말이 있었을 정도로 디자인은 쉽지 않아요. 그런데 그만두고 싶다고 그만둘 수 있는 건 아니에요. 다들 이미 알고 있겠지만, 디자인단순히 뭔가를 그려내는 스킬이 아니라 우리 안에 체득된 사고 과정이자 방식이에요. 그래서 다른 분야 일을 하게 되더라도 디자인 프로세스로 움직이고 디자인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그만둘 수 없을 거예요.

디자인보다는 특정 프로젝트를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은 종종 해요. 슬럼프죠. 그럴 때는 우선 ‘마감 버프’를 노리거나 다른 작업을 해봐요. 그래도 정 안 된다 싶으면 그냥 포기하는 것도 방법이에요. 붙잡고 있다고 해서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것은 아니거든요. 디자이너마다 잘 할 수 있고 잘 맞는 일이 다르기 때문이죠.”

Q. 다른 디자이너들과의 네트워킹도 중요한가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 일단 마음 맞는 친구들과 동아리를 하면서 타 대학 동아리와 교류했어요. 2~3개 학교 친구들이 모인 소규모 연합을 꾸려 같이 작업도 하고 전시회, 워크샵을 진행해보세요. 그러면 어느새 나만의 내재된 힘, 그룹이 형성될 거예요. 함께 모여서 서로의 작품을 비판해주고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일손이 필요할 때는 무급으로 도와주는 식이죠.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어요.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저희 작업실 멤버 중 한 명이 밴드 멤버예요. 작업실에 속한 동료디자이너가 밴드 로고부터 활동 콘셉트, SNS 소통방식까지 기획, 제작해주며 일종의 브랜딩을 해줬어요. 다른 디자이너들은 각자의 강점을 살려 밴드 뮤직비디오 촬영, 의상 같은 것들을 만들어주기도 했고요. 정말 ‘디자인 공동체’인 셈이죠.”

Q. SNS를 통해 자기PR을 하는 디자이너가 많은 추세인데, SNS 활동이 많이 중요한가요?

“몇 년 전까지는 유효했지만, 지금은, 글쎄요? SNS 활동을 통해서 유의미한 결과를 얻으려면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돼요.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 작업을 열심히 해서 다른 방식으로 외부에 노출해보세요. 다른 디자이너들과 협의체를 형성해서 활동하거나 잡지사에 포트폴리오를 보내는 등의 전통적인 방식도 좋습니다. 활발한 자기PR도 좋지만 무엇보다 본질이 가장 중요해요. 뭘 하든 디자인이 좋아야 합니다.”

Q. 취업할지 개인 스튜디오를 운영할지, 앞으로의 미래가 정말 캄캄해요. 용기를 얻고 싶습니다.

“많은 고민이 필요한데다 치열하기까지 한 예술 판에 뛰어든 것 자체가 큰 용기라고 생각해요. 용기란 특별한 게 아니고 자기 자신에게서 나오는 게 가장 좋아요. 정말 내가 원하는 것, 스스로 용기 낼 수 있는 분야를 찾아 길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해요.

그리고 그 용기는 꼭 큰 게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예를 들면 제가 지금 운영하고 작업실도 생각보다 적은 금액으로 마음 맞는 사람들과 즐겁게 디자인을 하는 것처럼요. 일단 도전하고 실행해보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이 생길 거예요. 그리고 거기서 자신만의 길을 찾으면 되겠죠.”

“현직 디자이너에게 듣는 이야기라 정말 좋았어요”

신봉천 멘티

학생이라 디자이너를 꿈꾸는 사람들끼리 모여 커뮤니티를 이루는 게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현직 디자이너분과 또 같이 활동하는 친구들을 만나서 좋았어요. 평소 동경하던 조중현 디자이너도 친한 동네 형처럼 편하게 말씀해주셔서 좋았습니다.

조수빈 멘티

현직에 있는 디자이너를 실제로 만나게 되어 너무 좋고, 학생들이 쉽게 알지 못하는 현실적인 이야기나 디자인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었습니다. 궁금했던 것들에 대해 얻어가는 게 많은 것 같아요. (브런치도 너무 맛있었어요!)

조중현 디자이너는 마지막으로 꿈을 찾지 못한 청춘들에게 ‘오늘에 충실하라’고 했습니다.

“꿈이라는 게 꼭 원대하지 않아도 돼요. 단기적인 목표를 이뤄 나가다 보면 장기적 목표가 생기고 어느 순간 내 꿈에 맞닿지 않을까요?”

꿈을 찾지 못한 혹은 꿈이 너무 멀다고 느껴지는 청춘들, 너무 걱정 마세요. 여러분이 이룬 ‘오늘’이 모여 꿈이 될 테니까요. 여러분의 꿈이 열매를 맺는 그 날이 오기를 LG블로그와 LG챌린저스 또한 응원하며 앞으로 더 ‘나다움’을 갖추게 될 여러분의 모습을 기대합니다.

파인다이닝 with 그래픽디자이너 조중현

간지 좔좔, 엣지 철철 파도를 먼저 넘은 인생 선배와의 다이닝, 그 사(4)탄!<#그래픽디자이너_조중현 과의 다이닝 멘토링>by 김민지 (Kim Minji), 이평등#LG챌린저스 #LG소셜챌린저 #파인다이닝 #LG

게시: LG Challengers 2018년 4월 26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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