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가셨어요? 자유전공학부

자유전공학부(자율전공, 자유전공학과 등 다양한 이름으로 통용됨)는 지난 2009년부터 신설된 학과로, ‘융합 학문’과 ‘통섭’을 가능하게 하는 선진국형 시스템을 표방하며 등장했다. 올해로 시행 만 3년 차, 자유전공학부는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가?

자유전공학부는 학교마다 이름이나 학과적 특성은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융합 학문’을 공부할 수 있는 학과를 의미한다. 이는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개설과 그 때문에 전국 주요대학에 법대가 사라진 공백을 메우기 위해 개설되었다. 과거의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주로 진학했던 법학과를 대체해,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는 것이 이 학과의 개설 배경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프리 로스쿨’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음에도, 대학은 자유전공학부를 ‘로스쿨 준비반’이나 ‘국가고시 준비반’의 형태로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기 학과로 진출하기 위한 발판인가?

서울대가 발표한 자유전공학과의 초기 로드맵은 재학 4년간 특정 전공을 선택하지 않은 상태에서 인문학과 사회과학, 자연과학을 아우른 5개 융합 트랙에 따라 자유롭게 전공을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런 시스템을 통해서 융합 학문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주목적. 그러나 2011년 발표자료를 보면, 총 3백15명의 자유전공학부 내 전공 신청자 중에서 경제, 경영 학부를 지원한 학생이 1백45명에 달했다. 무려 46%의 학생들이 인기학과인 상경계열에 몰린 결과다. 다양한 전공을 살리자는 본래 취지는 학생들의 특정 전공으로의 쏠리는 현상으로 무너진 게 사실이다.

연세대와 고려대는 초기 자유전공 입학생의 자유로운 전공 진입을 허용하려고 했지만, 자유전공 학생의 대다수가 경영학과에 지원하는 바람에 지원 초과라는 부작용을 맞닥뜨려 인원 제한의 규정을 만들었다. 비교적 오랜 시간 자유전공학부를 운영해온 홍익대는, 경영학과나 건축과, 디자인학과 등 인기 학과로 인원이 몰리면서 정작 전공법을 따른 인기학과 학생이 불만을 토로하는 실정이다. 이렇듯 많은 학교에서 자유전공학부가 인기학과에 진출하기 위한 발판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피해의 핵폭탄은 결국 학생이 안는다


성균관대는 자유전공학부 개설 초기에 3트랙을 통해서 융합 학문과 실용학을 선택적으로 교육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공공인재 트랙’과 ‘사회규범 트랙’은 로스쿨과 국가고시를 대비할 수 있는 코스이며, ‘인간문화 트랙’은 융합학문이 가능한 코스다. 하지만 얼마 전, 성균관대는 자유전공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고, 소속 학생 및 학부모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혔다. 결국 대학 당국은 폐지 결정을 철회하고 초기 운영 방안이었던 3트랙에서 인간문화 트랙을 제외한 공공인재 트랙과 사회규범학 트랙만을 유지하는 등 일정 기간을 두고 체제 변혁을 꾀하기로 했다. 이는 결국 ‘융합 학문의 도모’라는 자유전공학부 개설 초기의 목적을 져버리는 의미이기도 하다. 학교 측 관계자는 “이상적인 학문 방향을 쫓으려 했다는 점에서 무리가 있었던 것을 인정한다.“라고 말했다.

성균관대학교 자유전공학부에 재학 중인 윤건주 씨는 이런 자유전공학부 사태를 두고 “융복합학을 교육받기 위해 인간문화 트랙을 선택한 많은 학생이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라고 밝히며, 오락가락하는 제도 속에서 결국 학생들이 제1의 피해자가 되고 있음을 알렸다. 또한 그녀는 “학교와 학생들 간의 수평적인 합의를 통해서 가장 합리적이고 적절한 결론이 도출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학교 당국과 학생 간의 적극적인 의사소통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앙대는 또 다른 심각성을 자아냈다. 자유전공학부가 도입된 지 1학기 만에 상당수 학생이 이탈하는 등 제대로 자리를 못 잡는 부작용을 겪은 것. 그 후 학교는 1년 만에 제도를 전면 수정해 이를 로스쿨 및 행정고시를 목표로 하는 공공인재 학부로 개칭하는 진통을 겪기도 하는 등 여러 학교에서 자유전공학부가 ‘산으로 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시행한 지 3년 만에 갖은 고름을 만들고 있는 자유전공학부. 그 본래의 취지는 상실한 채 인기학과로 쉽게 진입하기 위한 발판이거나 ‘고시반’ 혹은 ‘로스쿨 대비반’의 형태로 운영되어 버렸다. 애초에 선진적인 융합학문의 부푼 꿈을 안고 자유전공학부에 입학한 학생은 변질한 제도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산으로 가고 있는 자유전공학부’의 제자리를 찾는, 각 학교의 의무감이 동반한 배려가 절실하다.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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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그렇군요. 우리 학교도 자유전공학부가 있었다가 폐지되었거든요. 취업이라는 거대한 녀석 앞에는 자유전공이라는 것은 다양성이 아니라, 인기학문의 하나의 발판이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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