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은 현재 범람 중

굳이 옷 속에 비상하게 숨긴 카메라도 필요하지 않았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버젓이 횡행하는 대학교 내 안타까운 현실을, 럽젠 추적 60분이 따라갔다.

선행 학습 반? 새 학기 전 기초 다지기 2주 완성? 중•고등학교 때 지겹게도 파묻혀 지내던 사교육 방학 특강에서 드디어 벗어났다고 생각했을 때, 대학생의 사교육이 복병처럼 어두운 고개를 들어 올렸다.

간호학과 사교육 현장 취재 1 _ 문과와 이과, 그 뿌리로부터의 괴리

이문과(가명, 20세, k대학교 간호학과) 씨는 입학하자마자 벌어지는 실력 차이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고등학교 문과 출신이기에, 기본 생물 강의를 들어본 적도 없었다. 입학하자마자 생물 공부라니, 그녀의 눈은 핑핑 돌아갈 지경. 그런데 본인 옆자리 친구의 왈, 한 달은 기초 공부니 좀 수월하겠단다.

럽젠Q :왜 이런 상황이 일어난다고 생각하죠?

간호학과는 특성상 고등학교 내 문과와 이과 학생이 모두 지원할 수 있어요. 대부분 이과 출신 학생들은(학과 내 50% 차지) 생물 기초가 튼튼해 학과 공부하기에 어려움이 적은 편이죠. 반면, 문과 출신 학생들은 1학년 1학기 때 크게 덴(!) 후 방학 때 선행 학습을 해요. 스터디도 병행하고요. 처음 기반의 차이가 큰 괴리를 만드는 거죠.


럽젠Q : 선행 학습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죠?

인터넷 강의를 듣죠. 간호학과 학생들의 졸업 시험을 위한 강의를 미리 다운받아 방학 때 공부하고 가요. 수업 땐 아는 내용을 다시 공부하게 되어서 좋죠.

럽젠Q : 학교에서 제도적인 지원은 없나요?

딱히 있지는 않아요. 교양에 생물 기초 과목이 있으니, 그걸 들어보라는 선배의 조언만 있을 뿐. 하지만, 대학 생물과 동시에 진행되다 보니, 두 강의를 병행하는 건 더욱 쉽지 않은 일이에요. 그걸 한 학기 내내 듣느니, 2주 만에 완성되는 인터넷 강의를 택하죠.

건축학과 사교육 현장 취재 2 _ 생각을 그림으로 풀어내는 ‘경쟁’ 대전

과 사무소 아르바이트생인 양건축(가명, 26세, H대학교 건축학과) 씨는 매일 벽보에 붙는 학원 전단에 골치가 아프다. 과 사무실에서는 가차 없이 떼내라고 하지만 학원 전단을 떼는 양건축 씨에게 높이는 학생의 불만은 하늘을 찌른다. 일명 ‘고급 정보’를 왜 자꾸 못 보게 하느냐는 것.

럽젠Q :건축학과 학생들이 학원을 꼭 다녀야 하는 이유가 있나요?

건축학과 전공자는 보통 고등학교 때 이과를 전공했던 학생들이에요. 그런데 대학교에 오면, 예술적인 감각으로 대부분 작품을 평가하는 상황과 마주하게 되죠. 생각이 아무리 좋아도 표현하지 못하면 좋은 학점을 받지 못해요. 결국, 디자인 툴이나 그림 실력이 성적과 직결되는 거죠. 방학 중 대부분 전공자가 단기 완성반에 많이 다니는데, 유명한 학원은 수강 신청이 일찍 끝나요. 곧 이런 정보 역시 성적과 직결되는 거죠.

럽젠Q :학교에서는 관련 수업이 없나요?

물론 1학년 때 미술 실기 수업이 있고, 3학년부터 디자인 툴 수업이 있어요. 그런데 수업에 집중한다고 해서, 그 과목을 잘하는 건 아니죠. 일주일에 한 번만 수업이 있는데다가 상당히 많은 양의 진도를 나가기 때문에, 수업 땐 작업 방법을 배운다기보단 교수님의 클릭을 바쁘게 따라갈 수밖에 없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수업에 참가했다간 필기는커녕 따라가기조차 힘들죠.

럽젠Q :학생이 모두 같은 입장이니까, 별문제가 아니잖아요?

디자인 툴 수업을 배우기 전인 1, 2학년 때부터 미리 학원에 다녀와 멋진 그림을 만들어내는 친구들이 있어요. 그들이 짧은 시간을 투자해서 좋은 학점을 받고, 공모전에서 수상까지 하게 되니 서로 경쟁심이 생겨서 “나도! 나도!” 하는 거죠. 방학 중 디자인 툴 학원에 다니는 것이 영어공부처럼 당연하다는 생각이에요. 학원에 다니면 학교 과제 중에도 찾아가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좋고요. 물론 눈썰미가 좋은 친구들은 독학하기도 해요.

일어일문학과 사교육 현장 취재 3 _ 해외파와 非해외파의 현격한 기본 차

일본 만화의 감성에 푹 빠져 학창시절을 보낸 최만화(가명, 22세, D대학교 일어일문학과) 씨. 제2외국어 역시 일본어를 선택했던 터라 자신감과 설렘만이 가득하던 그녀에게 닥친 날벼락, 30명의 학과 인원 중 11명이 일본에 거주한 경험이 있다! 게다가 2명은 교환 학생인 일본인이다! 아, 그녀의 A+는 어디로 갈까?

럽젠Q :기본 일본어 실력이 학과 성적에 크게 상관이 있나요?

학교 공부가 매우 바쁘지 않는 저학년 땐 크게 상관없었어요. 살다 온 친구들이 놀 시간에 시험공부를 더 하면 되니까요. 문제는 작문과 회화 수업이 심화하고, 학과 공부가 바빠지면서부터에요. 제가 하룻밤 꼬박 새서 쓴 일본어 일기가 그 친구들이 20분 만에 쓴 것보다 못해 좌절감은 점점 심화하였죠.

럽젠Q :결국 좋은 학점을 얻을 길은 없는 건가요?

학점도 학점이지만, 문제는 공부 자체에 흥미를 잃게 되는 학생들이 많다는 거예요. 아무리 공부해도 내가 ‘재능’이 없다는 느낌이 들면서, 점점 학과 공부가 재미없어지죠. 그래서 선배들이 항상 하는 말이 있어요. “너 전공을 끝까지 지키고 싶다면 어학연수를 다녀오던지, 학원을 꾸준히 다녀라.

럽젠Q :학원 공부가 확실히 도움되나요?

제2외국어 학과 학생에게 학원 공부가 크게 도움되는 이유는 두 가지에요. 첫째로 비 해외파 출신들이 가장 힘든 독해나 작문 과제를 학원 선생님들께 보여 드리면 첨삭의 기회가 있다는 거죠. 둘째로, 생각보다 해당 언어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학과 수업보다 좀 더 실용적으로 언어를 사용할 기회가 많다는 거예요.

작곡과 사교육 현장 취재 4 _ 인맥을 사냥하는,

최작곡(가명, 27세, s대 작곡과) 씨는 평균 3.0학점을 기록하는, 이 시대의 평범한 남자 대학생이다. 졸업 시기가 다가오자 1학년 때 꿈꾸던 젊은 나이의 화려한 데뷔는 고사하고 작은 일자리라도 붙잡고자 ‘잘나가는’ 친구에게 하소연했는데, 친구의 답변은 의외다. “XX가 운영하는 학원에 다녀봐.”


럽젠Q :예술을 공부하는 4학년이 학원에 다녀야 한다니, 좀 의외인데요?

우리나라엔 유명한 작곡가가 운영하거나 영향력 있는 사람과의 인맥을 돈독히 한 작곡 학원이 상당히 많아요. 그 학원에서 커리큘럼을 수강하고, 능력을 인정받으면 학원 내에서 취업의 길이 열릴 가능성이 있죠.

럽젠Q :이런 역할을 하는 곳이 학교가 아닌가요? S대 교수님도 굉장히 유명하신 분으로 알고 있는데요.

전공 자체가 ‘감각’에 치우친 분야잖아요? 보통 2, 3학년 때부터 될 성싶은 아이들은 교수님의 ‘애제자’가 되기 마련이에요. 좋은 자리나 데뷔의 기회는 적은데, 그것마저 이들의 독차지죠. 결국 작곡학과 학생에게 학원이란, 학교에서 기회를 놓친 학생을 위한 ‘제2의 학교’라고도 볼 수 있죠.

럽젠Q : 이 문제의 근원이 뭐라고 생각하나요?
대학교 입시 때도 면접을 보는 교수에게 과외를 받아야 뽑힌다는 등의 루머가 많았는데, 취업도 마찬가지라니 한숨만 늘어요. 문제는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없는 예술 분야 자체에 있겠죠. 결국 인맥이 정당화될 수밖에 없는 분야잖아요?

제도에 맞춰진 고3 생활을 지나, 적성과 자신의 재능에 맞는 전문 분야를 배우게 되는 찬란하고도 소중한 대학 생활이다. 어느 때보다도 자유롭고, 주관적이고, 창의적일 수 있는 기회다. 사교육의 범람을 단지 한국 사회에 만연한 공부 과열로 할지, 혹은 고등 교육에서의 제도적 문제가 이젠 대학교에까지 미치는 것인지 진중히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후자라면, 과연 대학교가 우리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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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그랫 꼼꼼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저 역시 건축학도로써 이러한 문제점들을 직접 직면하는 학생 중 하나인데요, 학교의 조금의 배려만으로도 상황이 많이 달라질 것 같아 희망점이 보이면서도, 정체되어 있는 현재 상황에 참 속상해요 ㅜㅜ
  • 잘 읽었습니다. 이러한 사항들을 학교측에서도 신입생에게 공식적으로 미리 알리고 근본적인 구조자체를 바꿀 수 있는 커리큘럼의 및 시스템을 정비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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