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헌터┃말발의 귀재가 되는 법

토론 헌터┃말발의 귀재가 되는 법

토론 공포증에 헤드록이 걸린 당신을 위한 구원의 손길이 여기 있다. 작년 여름, 대학생 지성의 축제인 TVN <대학토론배틀>에서 번쩍이는 아이디어와 토론 스킬로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던 전설의 토론팀 ‘토론 헌터가 말한다. 대화의 주도권을 잡는 전쟁에서 살아남는 법!

사진_이윤애/제17기 학생 기자(서강대학교 사학과)

왼쪽부터 황귀빈 (연세대 의류학과 06학번), 이혜린 (연세대 경영학과 10학번), 송지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07학번), 권오혁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05학번)

전반전! 백전불패의 토론 준비과정

STEP 1 _ 입장stance을 정하고 선별적 자료 찾기에 천착하라

일장일단 팽팽하게 맞서는 토론 주제가 정해지고, 찬성과 반대로 팀이 나뉘었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일단 주제와 관련된 신문기사, 논문, 토론 주제와 관련된 TV 토론프로그램 등 모두 섭렵하는 것은 필수 사항이다. 이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입장stance를 정하는 것! 이는 논의 범위를 확실히 정하는 것과 같은 이야기다. 이는 토론의 핵심을 놓치지 않아 논리적 일관성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가령 ‘포털, 언론을 병들게 한다.’라는 주제로 토론할 시, 본인이 찬성 측에 있더라도 ‘포털을 통한 여론의 획일화’, ‘댓글을 통한 인신공격’ 등 포털의 문제점에 동의할 수 있다. 하지만, 토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논리적 일관성이기 때문에, 아무리 공감하는 부분이 있더라도 토론 시 이 부분을 인정하면 안되는 것. 따라서 정확한 입장stance를 잡고, 자료를 수집하는데 전념해야 한다. 만약 이를 지키지 않으면, 상충된 이야기를 반복하고, 상대의 논리적 지적을 피할 수 없다.

STEP 2 _ 공신력이 높은 자료를 수집하라

입장stance에 따라 이제 본격적인 정보 수집에 나선다. 이때 중요한 것은 어떤 기관의 자료를 이용하느냐의 문제. 여러 기관의 자료가 존재하지만, 그중 상대적으로 공신력과 신빙성이 높은 정부 및 정보와 연계된 조사기관의 자료를 이용하는 것이 설득력이 높다. 물론 주제에 따라 민간조사 기관의 자료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토론헌터’가 주로 이용하는 자료 사냥터

공감코리아 홈페이지. 공신력이 높은 정부 사이트의 자료를 수집해야 입장stance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정부사이트 공감코리아
http://www.korea.kr/newsWeb/index.jsp
정당 정책연구자료 민주정책연구원
http://www.idp.or.kr/index.htm
한나라당정책위원회
http://center.hannara.or.kr/
노동당정책브리핑
http://kdlp.org/policy

단, 이 세상에 100%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자료는 없다. 이미 자료 자체에도 주관이 담겨 있기 때문. 또한 토론 중 자료만 계속 던지면 오히려 설득력이 떨어진다. 따라서 자료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소재 정도로 생각하고, 자료를 맹신하진 말아야 한다.

 

STEP 3 _ 토론 과정의 큰 그림을 그려라!

토론은 ‘전투’가 아닌 ‘전쟁’에 비유되곤 한다. 크게 보지 않고 세부적인 근거만 가지고 토론하면 지엽적이게 되고, 중요한 쟁점을 놓칠 우려가 있다. 따라서 큰 틀에서 주제를 보고 어떤 쟁점들이 크게 부각되는지 미리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핵심 근거와 주변 근거를 구분하고, 토론 중 전략적으로 세부적인 근거는 상대 패널에게 양보하더라도 절대 놓칠 수 없는 핵심 근거를 사수할 수 있다.

 

STEP4 _ ‘스파링(연습토론)’을 통해 충분히 연습하라

입장stance과 자료조사를 끝낸 뒤에도 준비한 주장과 근거가 자연스럽게 나오도록 언어화하는 과정을 충분히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 찬성과 반대 측의 가상 패널 팀을 만들어 여러 번 토론 연습을 한다. 이 과정에서 비문을 바로잡고 좀 더 쉽고 효과적인 단어, 문장을 찾는다. 특히 ‘단어’를 선택할 때 청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용어를 선택한다. 왜냐하면 토론은 학술대회가 아니며, 청중은 주제 관한 깊은 조예가 없을뿐더러 정보도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한편 토론 연습 중 팀원 간의 역할을 분배해, 각자 맡은 내용이 등장하면 대응하는 것이 팀원 능력의 효율성을 높이고 토론을 매끄럽게 진행하는 방법이다.

 

STEP 5 _ 자신의 경험과 시사에 대한 관심은 토론의 좋은 무기이다

토론은 100% 준비한 대본에 따라 진행되지 않는다. 따라서 토론에 등장할 수 있는 다양한 변수들은 평소에 내재한 경험과 지식을 통해 풀어가야 한다. 주로 토론 주제가 시사 영역과 관계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시사와 관련해 읽고 쓰는 연습이 크게 도움이 된다. 또한 평소 자신이 느꼈던 경험을 토론 주제와 연관지어 생각하는 것도 청중에게 큰 울림을 주는 설득의 무기가 될 수 있다.

후반전! 일장일단의 합을 겨루는 토론의 장

STEP 1 _ 훌륭한 토론자가 되기 위해 넘버링, 로드맵, 두괄식을 기억하라

언제나 토론은 발언 시간이 정해져 있다. 아무리 토론하기 전까지 조사한 자료가 책 한 권 분량이 넘더라도, A4 한 장 분량으로 토론 내용을 압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처음부터 중간, 마무리까지 말할 내용을 ‘넘버링’하여 어지럽게 분포된 주장을 정리한다. 또 상대편 주장에 어떤 내용으로 대응할지 ‘로드맵’을 작성해야 한다. 그리고 주장을 먼저 말하고 이에 해당하는 근거를 얘기하는 두괄식 표현법을 이용해야 정해진 시간 동안 자신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피력할 수 있다.

STEP 2 _ 탄탄한 질문 틀과 적절한 비유, 사례로 청중을 설득하라

토론 시, 상대패널의 논리적 오류를 부각할 수 있는 탄탄한 질문 틀을 만들어야 상대를 자가당착에 빠뜨릴 수 있다. CEDA(Cross Examination Debate Association) 토론 방식을 통해 알려진 교차조사는 상대의 논리적 허점을 공격하는데 효과적이다. 이 방법은 법정에서 증인의 죄를 증명하기 위한 유도신문 과정에서 유래되었다. 상대 패널이 답한 내용을 바탕으로 가지치기하듯 포위망을 좁혀나가면 상대는 결국 자가당착에 빠지게 된다.

‘토론헌터’ 황귀빈 씨가 교차조사 방식으로 상대 패널을 자가당착에 빠뜨린 영상

CEDA(Cross Examination Debate Association)식 토론이란?
미국 대학 간 아카데미식 토론대회에서 널리 사용되는 방식으로 토론을 스포츠화시킨 것. 논제와 관련된 자료 조사와 주장을 입증하는 증거 제시를 평가하는 형식으로, 토론자는 입문(기조연설), 교차조사(심문), 반박의 발언 기회를 가진다.

한편, 적절한 비유와 사례는 자신의 주장을 좀 더 설득력 있게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포털, 언론을 병들게 한다.’란 주제에서 포털의 악영향을 나열하기보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물에 빗대어 표현하는 게 좋다. 토론헌터 김규민(연세대 법학과 08학번)씨는 ‘콜라엔 칼슘이 2mg 포함돼 있지만 2mg의 칼슘이 몸에 좋다고 콜라가 몸에 좋다고 할 순 없다.’라며 포털을 ‘콜라’에 비유해 그의 악영향을 쉽고 설득력을 묘사했다. 단, 비유는 이해를 돕기 위한 보조자료이기 때문에, 짧고 임팩트가 있어야 한다. 장황하거나 이해시키느라 많은 시간이 드는 것은 적절한 비유가 아니다.
사례는 극단적이기보다 대표성을 띠는 성격으로 선정하는 것이 좋다. 극단적인 사례는 상대 패널에게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라는 반박을 받기 쉽기 때문이다.

STEP 3 _ ’네거티브’가 쓰여진 주장은 과감히 버려라

토론 중 자신의 주장이 반박을 당해 설득력을 잃을 경우가 있다. 이때는 과감히 그 주장을 버려야 한다. ‘프레이밍의 효과(프레임이 달라질 때마다 사람의 판단이 달라지는 것)’를 통해 한번 부정적으로 프레이밍이 된 것은 어떤 증거를 내밀고 반박해도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이번 서울 시장 보궐 선거 당시 유행했던 UCC에서도, 한번 네거티브 틀이 쓰이자 아무리 증거를 내밀고 반박해도 그 틀을 깨기 힘들다는 것을 보여준 바 있다.
이때는 상대의 반박에 당황해 말없이 가만히 있는 것보다 일부를 인정하거나 적당히 대답하고, 역으로 질문을 던지면서 주제를 전환하는 노련미가 필요하다.

서울 시장 선거 네거티브 실체 분석 UCC.

STEP 4 _ 목소리는 차분한 중저음으로. 단, 감정을 드러내라

토론의 고수는 언성을 높이며 자신의 주장을 강조하지 않는다. 열을 내며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오히려 청중의 설득력을 떨어뜨린다. 말하는 속도 또한 너무 빠르거나 느리지 않게 연습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토론 시 차분한 중저음의 목소리와 함께 강조할 부분에는 퍼즈Pause(잠깐 앞 뒤 쉬어주는 것)를 주어 호소력을 높인다. 하지만 가슴 아픈 이야기 같은 경우 진정성 있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말하는 습관은 토론 연습을 할 때나 비디오 촬영을 통해 수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STEP 5 _ 파토스(일시적인 격정이나 열정)를 자극할 수 있는 최종 발언에 신중을 기해라

청중은 마지막까지 토론 내용을 들어도, 상대적으로 토론 주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어떤 주장이 더욱 설득력 있었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때가 많다. 따라서 최종 발언은 막판 뒤집기와도 같은 절호의 기회다. 최종 발언 시, 지금까지 나온 토론 내용을 정리하면서 본인의 입장stance이 청중의 의견과 같음을 확실히 부각해야 한다.

정해진 시간 내에 논리의 일관성, 순발력, 말과 행동이 모두 노출되는 토론의 세계. ‘토론헌터’의 조언이 반드시 정식 토론 배틀에서만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상 대화나 회의 등에서도 상대방과 나의 커뮤니케이션에 길을 터주는 중요한 지표이다.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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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빛 많이 도움이 되셨다니, 정말 뿌듯하네요^^ 기사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좋은기사네요! 도움많이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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