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대자보와 현수막 배틀

대자보나 현수막은 곧 대학생의 드러난 절규다. 70~80년대엔 민주주의 쟁취를 위한 직선적이고 전투적인 성격을 띠었다면, 21세기인 현재는 부당한 대학을 꼬집는 진정성과 더불어 특유의 재치가 뒤섞여 있다는 게 특징.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고, 대학생은 살아서 대자보와 현수막을 남긴다.

Type 1 화를 내봤어


종이 한 장은 혁명의 수단이 된다. 2010년 당시, 고려대 학생이었던 김예슬 씨가 쓴 대자보는 ‘자격증 장사 브로커’로 전락해버린 대학을 거부, 자퇴한 것으로 큰 화제를 몰고 온 바가 있다. 잇따라 서울대 학생인 유윤종 씨, 연세대 학생 장혜영 씨가 학교를 그만두었다. 지나치게 상업화된 학교의 모습을 보다 못해 높은 대학교 등록금 인상률을 비판하는 학생의 대자보 역시 확인할 수 있다.

Type 2 언어유희를 해봤어


위의 현수막은 학교 이름으로 언어유희를 한 경우이다. 눈으로만 봐서는 알 수 없다. 현수막 문구를 따라 읽어봐야 재미가 배가 된다는 사실!
체육대회 때 각 과에서 내건 현수막을 보라. 과 이름의 특징을 잘 살려 구호를 만든 경우다. 기계제어공학부는 “니네 정말 우리 이’기계’?”, 산업정보디자인학부 줄여서 산디과는 “달려야 ‘산디'”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아마도 전전과라 불리는 전산전자공학부는 “너희는 ‘전전’하라.”라는 위엄 있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인하대 유대부 대자보는 이미 기발하고 웃긴 아이디어로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YouDobe’, ‘맨체스터 유도나이트’에 깨알같이 들어가 있는 ‘유도’라는 단어를 찾아내는 것이 그 백미! 경쟁 선상에서 연세대와 포항공대 대자보는 언어유희를 통해 상대 학교를 재치있게 제압했다.

Type3 패러디를 해봤어


노래나 영화 포스터, TV 프로그램의 한 장면을 재밌게 패러디한 현수막과 대자보 모음도다. 역시눈에 띈다. 인하대는 대자보의 지존 경이다. 아이유 <좋은 날>의 음정에 따라 저절로 개사한 가사를 불러볼 것. 영화 <푸른 소금>의 포스터를 붓으로 패러디한 대자보 역시 무릎을 탁 치게 하는 경우다. 인천대 역시 <여행을 떠나요>, <한오백년> 등 노래 제목을 이용해 모교와 총장을 풍자했다. 같은 목적의 카이스트는 색다르게 TV 프로그램의 한 장면을 패러디했다.

Type4 특색을 살려봤어


각 학교의 특색을 잘 살린 현수막들이다. 카이스트 총장 퇴진 촉구를 내세운 현수막은 이과 학생만이 이해할 수 있다는 게 함정이긴 하지만. 유니클로 현수막은 일본 우익 기업의 제품을 불매하자는 의도에서 내건 경우다. 선동적인 멘트 없이 사실만을 적었다는 점이 오히려 신선하다. 미대로 유명한 홍대는 학교의 특성을 잘 살려 학생들이 직접 청소부 어머니를 그린 현수막을 제작했다.

Type5 그 외를 모아봤어


축제를 향한 유혹, 성균관대는 현수막으로 시작했다. 실제로 좋아하는 사람에게 연락을 받은 이가 몇 명이나 될지는 몰라도, 속아도 좋은 경우다. 2, 3 현수막은 같은 학교 다른 동아리에서 건 대자보다. 너무 유명해진 바람에 재탕하지 못한다는 투정이 귀엽기만 하다. 동문회를 둘러싼 미묘한 연세대 안의 배틀도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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