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신청의 지옥에서 우릴 구제해달라

한바탕 전쟁을 치렀다. 수강신청의 전쟁에서 귀환한 대학생에게 남은 건 ‘광클’로 부르튼 손가락과 막막하고 답답해진 가슴뿐. 대학교에 올라오면 있을 거란 수업 선택권은 현재 부재다. 각 대학교여, 이 마음을 알고는 있는가!

까보았다, 우리나라 수강신청 제도

우리나라 대학 수강신청 시스템은 보통 비슷하다. 고학년부터 저학년 순으로 하루 정도 차이의 날짜순으로 수강신청 시스템이 열린다. 학년별로 수강신청이 가능한 시간은 하루나 되지만 대부분 수강신청은 열리는 그 순간 0.001초 안에 결정된다. 딴짓 하는 사람은 찾을 길 없이 다들 젖 먹던 힘을 다해 집중해서 클릭하지만, 한 끗 차이로 누군가는 수강신청에 성공하고 누구는 실패한다. 정정 기간이라고 달라지지 않는다. 정정도 찰나의 순간에 다 이뤄지기 때문.
본인 전공을 우선 신청할 수 있는 제도는 학교마다 다르다. 문제는, 시행되든 안되든 단점이 있다는 것. 예를 들어 이 제도가 시행될 때, 경영학 같은 인기과목을 복수 전공하거나 부전공하는 학생들은 본 전공 학생들이 이미 다 찬 상태에서 정정 기간에만 수강신청을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졸업반이 될 때까지 계속해서 수강신청을 자연스레 미루게 되고, 결국 추가로 돈을 내 계절학기를 듣거나 교수님에게 메일을 보내 사정해야 한다. 시행되지 않는 경우도 전공자가 1초 상간으로 전공 수업을 신청하지 못하는 말도 안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수업이 물밑거래가 되는 현실

이런 수강신청 시스템 아래 무자비한 선착순의 상황을 악용하는 학생들도 종종 보인다. 이 악용 사례는 NYU 법학대학원에서 생긴 사건이 기사화되면서 이제야 표면에 드러난 것. 얘기인즉슨, 뭇 대학생이 본인이 듣고 싶은 수업보다 인기 있는 수업을 먼저 수강 신청한 후 성공하면 이 수업을 타 학생에게 비싼 값에 파는 것이다. 수강신청에 목메는 이들에겐 부르는 대로 값을 치르는 게 순리다. 하지만, 이를 꼭 나쁘다고 할 수도 없다. 도덕적으로 보면 나쁜 일이지만, 경제학적으로 따지면 거래나 계약을 할 때 동반되는 비용이 없을 경우 재산권 분배만 확실하다면 최종적으로 자원은 효율성에 의해 분배된다는 ‘코스의 정리’에 딱 부합하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게 된 이유를, 무조건 양심이 없는 학생 탓으로 돌릴 수 있을까? 혹 대학생을 괴롭히는 학교의 비합리적인 수강신청 제도 때문은 아닐까?

그래도 희망은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

숙명여자대학의 유연한 선착순 제도


숙명여대의 수강신청제도는 타 대학교보다 많이 알려졌고, 특이한 점이 많다. 선착순이라는 기본 바탕은 같지만, 무작정이 아닌 독특한 기준을 가진 선착순이어서 주목받는 것. 우선 숙명여대는, 다른 학교와 달리 대다수 교과목에 인원 제한을 두지 않고 모든 사람의 신청을 받는다. 인원 제한이 없는 까닭에, 타 대학교가 인원이 넘치거나 부족해서 받는 피해를 해결해주는 것. 숙명여대는 학생들의 요구에 따라 유연하게 수강 스케줄을 조정한다는 장점이 있다. 다음으로는 1학년→4학년→3학년→2학년 순으로, 교과목의 인원수만큼 인원을 줄인다는 점이다. 만약 같은 학년이면 제 1전공자를 제일 우선순위로 두고 복수전공자, 부전공자 순으로 인원을 줄인 다음에 수강을 확정시킨다.
물론 숙명여대의 이 같은 수강신청 제도는, 학생의 편의를 많이 봐 주는 편이긴 하지만 인원이 탈락하는 경우가 번번하고 교과목 우선 학년 중 가장 마지막 학년인 2학년은 학점을 채우지 못해 전공수업도 밀려서 나중에 듣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평균적인 수강신청보다는 좋은 제도이지만, 아직 선착순의 테두리 안에서 못 벗어난 까닭으로 분석된다.

서울대 MBA의 가상화폐 제도


서울대 MBA는 이번 학기부터 수강생에게 가상화폐를 지급해 이로써 최고 입찰자 순서를 매겨 정원을 채우는 방식을 채택했다. 미국의 예일대, 스탠퍼드, 시카고, MIT 등 해외 명문 MBA에서는 이미 시행하고 있는 방식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다.
가상화폐 제도를 채택하는 이 방식은, 수강신청에서 가장 해결하기 애매했던 부분을 해결해준다. 학생들의 수업에 대한 선호도를 반영하는 것! 기존의 수강신청 방식에서는 누가 먼저 전산망에 접속하는가, 누구의 인터넷 속도가 빠른가로 신청 성공 여부를 판가름했다면, 가상화폐 경매제도에서는 각자 원하는 강좌에 많은 금액을 제시하는 방식을 통해 학생들이 듣고 싶은 강좌가 어떤 것인지를 잘 알 수 있게 된다. 이 방식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시장 원리를 수강신청에 직접 응용한 거로 볼 수 있다.
훗날 이 수강신청 방법 역시 어떤 폐해가 일어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 도입된 수강신청 방법 중 가장 획기적이고 효율적인 것으로 알려진 이 제도를 통해 대학마다 최소한 이성적인 방법이 속출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 뿐이다.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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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강신청때 시간이 되기 전에 준비하였다가 시간 되고 바로 클릭하면 페이지 오류나 하거나 기다리다가 새로고침하면 이미 자리는 다 차있죠. 그 다음부터는 계속 F5만 누르면서 혹시나 빈자리 생기지 않나 계속 기다리다가 운 좋게 자리 차지하면 왠지 좋지만 그게 쉬운일은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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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소연 기자

    오 그래도 F5의 희망은 있으시네요 ㅎㅎ 저희 학교는 그런거 없이 미리 남의 자리 언제 받기로 하거나 하지 않으면 왠만해선 운 좋게 자리차지하기도 힘든데 ㅠㅠ 아무튼 수강신청 선착순 제도는 정말 개선이 필요한 것 같아요~

  • nns_45

    수강신청 할때마다 느려지는 인터넷, 겨우겨우 로그인이 되면 페이지 표시없음이 뜨죠. 그때마다 마음을 가라앉히며 '내가 잘 안되면 남들도 잘 안되고 있을거야' 하면서 침착하게 하나하나 수강신청을 한답니다. 여태까지 수강신청은 그래서 80% 성공했어요!! ㅋㅋ 제 첫번째 수강신청은 100%성공이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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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소연 기자

    공감공감~ 수강신청 시간만 되면 페이지 표시없음 뜨고 정말 답답해요~ 앞으로도 수강신청 다 성공하시길 바래요 ^^

  • 저때는 학구열이 그렇게 지나치지않았던 시기에 학교를 다녀서 그런가 수강신청 대충대충하고 넘어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암울한 대학생활을 보낸건 눈물이.. ㅠㅠ
    예나지금이나 교육을 받고자하는 학생들의 열망이 대단하군요. 저도 저시절로 돌아가면은 괴롭지만 그래도 즐기고 열심히 할텐데 ^^ 대신 지금하는일은 정말 즐기면서 하고있습니다. 모두들 화이팅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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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소연 기자

    수강신청 성공하려는건...교육을 받고자 하는 열망도 있겠지만 제때 졸업을 하고자 하는 열망 + 수업선택의 기본권 보장받고싶은 마음이 더 클 것 같아요 ㅎㅎ 비슷한가? 일을 즐기면서 하시는 모습 보기 좋아요! 탱구님도 화이팅~

  • 한양대학교 다니고 있는데요~ 제 학교는 무조건 선착순이라서 오전 10시까지 컴퓨터 앞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어야 해요 ㅠㅠ 1학년 때 1학기는 학교에서하고 2학기는 집에서 했는데 둘 다 광속으로 탈락해서.. 시간표를 망쳤었죠. 실패 이유를 생각해보니 10시를 딱 맞춰서 들어가는게 아닌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59분 45초에 접속을 시도했는데 창이 바로 딱! 과목번호를 딱! 시간표가 딱! 나오는 거 있죠 ㅋㅋㅋ 원하는 강의 모두 신청했습니다.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제 학교는 약간 서버를 일찍 열어놓나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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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소연 기자

    와~ 이제 서버 일찍 여는거 아셨으니까 수강신청 무조건 성공하시겠네요 ㅎㅎ 제가 다니는 학교는 어찌나 칼같이 여는지 1초라도 일찍 들어갔다간 다시 로그인해서 무조건 망하게 되있어요 ㅠㅠ

  • 수강신청...전 매번 성공하는 편이예요~!! 왜냐하면.. 학교에 전화를 100번도 더 하거든요~
    꼭 듣고 싶은 수업이 있으면 그 수업을 듣게 해 줄때까지 학교 과사무실, 행정실, 교수님, 심지어 총장님께도
    전화통화 한적이 있어요~! 그래서 듣고싶은 수업은 거의 다 들을 수 있었답니다! ^^ 의지의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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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소연 기자

    켠왕님의 의지에 박수를 ㅎㅎㅎ 학교에 전화까지 해 볼 생각은 못해봤는데 다음에 해 봐야겠어요 ㅎㅎ 이것도 나름 좋은 해결방안인 것 같아요 ㅎㅎ 의지를 기르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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