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 전공자, 우리는 상경 계열을 원한다!

굳이 옷 속에 비상하게 숨긴 카메라도 필요하지 않았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버젓이 횡행하는 대학교 내 안타까운 현실을, 럽젠 추적 60분이 따라갔다. .


정현경(연세대학교 경제학과 07학번) 씨는 수강신청 때마다 전공과목 신청을 위해 전쟁을 치른다. 학생 수에 비해 개설된 강의 수가 부족할 뿐 아니라 경제학 과목은 타과 학생에게도 인기가 높아 정작 전공자가 신청을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인 것. 경영학과는 대다수 과목을 전공생이나 이중 전공생 우선제도를 실시하는 반면, 경제학과는 이런 전공자의 수강 권리가 보장되어 있지 않았다.

인터넷으로 수강신청을 할 때 성공하는 학생은 소수에 불과하고, 개강 후 1~2주간 각 강의실에서 4~50명씩 줄을 서서 교수님께 강의를 듣게 해달라고 부탁해요. 교수님께서 받아주더라도, 강의실 내 수용 가능 인원이 넘어서 불편한 환경에서 수업을 들어야 하죠. 교수님께서 거절할 땐 아예 수업조차 못 듣게 되니까, 학기 초에 계획 없던 휴학을 하는 학생도 종종 있어요. 또한, 많은 수의 학생이 전공 학점이 모자라 초과 학기를 다니고 있고요.

이렇듯 두 개의 전공에 대한 학위를 인정받을 수 있는 복수 전공 제도는 최근 학생들의 선호도가 상경 계열로 몰리면서, 그 순수한 취지가 퇴색되어 가고 있다. 복수 전공 때문에 원 전공자와 복수 전공자 모두 불편함을 토로하게 된 지금, 이대로 가도 괜찮은 것일까?

상경 계열 쏠림 현상, 생각 이상이다

단국대학교(죽전캠퍼스)와 아주대학교는 총 12개 학부가 있는데 이중 상경계열 전공으로 복수 전공을 신청한 학생이 총 복수 전공 신청자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한양대학교는 절반까지는 아니더라도 1/4 정도의 학생이 경영대학 복수전공을 원했고, 정치외교학과, 행정학과 등의 학과가 포함된 사회과학 대학이 그 뒤를 이었다. 연세대학교는 복수전공 신청자의 절반이, 총 16개 학부 가운데 상경 대학과 경영 대학의 학과를 지원하였다.
이처럼 많은 학생이 상경 계열 복수 전공을 1순위로 꼽고 있으며, 상경 계열 다음으로는 신문방송학과, 행정학과 등이 속한 사회과학 대학이 인기를 끄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인문대나 이공계는 복수전공 신청자가 많지 않았다. 연세대학교는, 공과대학 10개 학과 중 6개 학과는 복수전공 지원자가 없었다. 한양대학교 역시 자연 대학이나 음악 대학은 복수전공 지원자가 거의 없었다.

왜 그토록 상경계열을 원하는가?

기본적으로 학문의 특성상 상경 계열이 여러 학문과의 연계성이 높기 때문에 복수 전공을 원하는 학생이 많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학생들이 상경 계열로 몰리는 더 큰 요인은, 대학생 대다수가 취업을 원하기 때문이다. 전문 기술을 요하는 직무가 아닌 이상, 대부분 기업의 채용 공고에서 많은 직무가 상경 계열을 우대하거나 상경 계열만 지원할 수 있는 편애 현상이 나타난다. 상경 계열에서 배우는 것이 기업 경영과 연관이 있는 만큼 업무에 대한 이해 속도가 빠르고, 돈을 벌기 유리한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이런 현상 속에서 순수 학문 전공자는 ‘경영학과 복수전공’이라는 타이틀을 꼭 가져야만 하는 것. 결국, 사회적 요구에 따라 대학생의 전공 또한 맞춰나가고 있다.

제가 경영학과를 복수 전공한 이유는 간단히 취업하기 위해서였어요.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그 말이 정말 맞는 것 같아요. 인문학의 수요도 줄고 있고, 취업 시장에서 어문계열은 아예 지원하지 못하는 곳이 많으니, 경영학과 복수 전공을 당연히 생각할 수밖에 없었어요 – 경영학과를 복수 전공한 김은지(한국외국어대학교 불문학과 07학번)

복수 전공자의 불만도 끊이지 않는다

현재 복수 전공으로 인해 원 전공자 외에 복수 전공자의 피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국외국어대학교는 원 전공과 이중 전공 수업이 따로 나뉘어 원 전공자에게 더 다양한 과목이 열리고, 원 전공자의 신청이 다한 후 복수 전공자는 남은 자리에서 무한 경쟁을 하는 식인 것. 결국, 학기마다 수강 신청을 못해 쩔쩔매는 학생들이 많아지는 결과를 빚어내고 있다.

추가로 수강신청을 하려고 교수님 사인을 받으러 가기도 하죠. 그땐 제 앞에 50~100여 명이 줄을 서 있곤 해요. 이것마저도 4학년 2학기 졸업반 학생들 위주로 허락하다 보면, 결국 수업을 놓치고 제 계획이 다 틀어지게 되는 경우도 생기죠.– 김은지(한국외국어대학교 불문학과 07학번)

지금처럼 ‘돈 버는 일’이 중요시되는 시대에 ‘돈 버는 학문’인 경영학 등 상경 계열이 인기 있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 때문에 단순히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의 일환으로 상경 계열을 복수 전공으로 정하는 대학생을 나무랄 힘은 없어 보인다. 다만, 취업만을 위해 복수전공 학과를 선택하는 이 현실은, 대학이 학문의 장이 아닌 취업 학원으로 변질하여 가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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