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 vs 하숙 vs 기숙, 세 가지 삶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대학생의 집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자취생, 하숙생, 기숙생 각자의 실제 거주지를 훔쳐보니, 속사정은 이러했다.

새 학기가 시작된 대학생들에게 치솟는 등록금만이 골칫거리가 아니다. 계속 치솟는 주거비 걱정은 물론, 비교적 구하기 쉬웠던 하숙집도 이제는 대다수 원룸 형태로 리모델링하면서 공급이 줄고 있다. 캠퍼스에는 국제화 바람이 불면서 외국인 유학생이 이미 기숙사를 꿰차버렸다. 이런 연유로, 정상적인 주거형태를 거부하는 대학생의 움직임마저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난 밖에서 잔다, 꿈꾸는 슬리퍼 참고 http://www.lgchallengers.com/value/popup_news/slipper)

집과 학교의 거리가 먼 대학생에게 주어지는 자취와 하숙, 기숙이란 세 가지 선택권. 각각의 선택권을 거머쥔 이 시대 청춘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자취생의 속사정 : 혼자만의 공간이 좋지만, 가끔은 외롭기도 하다

두 학기째 원룸에서 자취 중인 곽동욱(한국외대 경영학과 09) 씨의 방. 한참 모기를 잡는데 여념이 없는 그를 제치고 눈에 띈 것은, 취사시설을 기본으로 냉장고와 세탁기, 심지어 다용도실까지 갖춘 신혼집 수준의 원룸이었다. 비록 2년 계약에 6천만 원이라는 큰 전셋돈이 나갔지만, 이는 목돈이 빠져나가도 월세보다는 전세가 낫겠다는 부모님 판단의 결과였다.

2년간 기숙사에서 살다가 독립(?)했다는 그는 여러 명과 함께 살고 대부분 취사시설이 없는 기숙 생활과 비교했을 때 사생활이 보장되는 대신 외로움을 느낄 때가 많다고 고백했다. 그래서일까. 그는 인터넷마저 끊어버리고 방에 박혀 있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려고 애썼다. 심지어 혼자 살다 보니 더욱 망가지기 쉬운 자취생의 단점을 극복하고자, 인스턴트 음식보다는 직접 장을 봐서 요리도 해먹고, 세 끼를 꼭꼭 챙겨 먹는 습관마저 생겼다.

자취를 시작하는 대학생에게 부지런해지라고 말하고 싶어요. 방 안에만 있으면, 고립된 기분이 들거든요. 전 혼자 살면서 오히려 자기 관리에 더 신경 쓰게 되었어요. 가령 운동을 꾸준히 한다는 식으로요. 외국에서는 성인만 되면 집에서 독립하잖아요. 자취하면서 이런 독립심을 길러 더욱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게 된 것 같아요.

하숙생의 속사정: 타지에서도 느끼는 가족의 情, 하지만 공용이란 불편함도 있다

하숙은 자취와 비교했을 때 보증금이나 공과금으로부터 자유롭고, 무심코 그리운 집 밥마저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최근 많은 하숙집이 원룸의 모습으로 탈바꿈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학가에 있는 상당수의 주택에는 ‘하숙’이라는 푯말이 걸려 있다.

오상훈(한국외대 경영학과 07) 씨가 사는 하숙집은 보증금 없이 월세 36만 원이다. 강원도 강릉이 고향인 그는 집에서 혼자 나와 살면서 부모님의 권유로 하숙생활을 시작했다. 한 지붕 아래 옥탑방에서 생활하는 주인집 할머니와 5명의 학생이 오손도손 살아가는 중. 이곳은 복도와 화장실, 부엌을 함께 이용하고, 각자의 방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의 하숙 생활이 호락호락한 건 아니다. 공용 화장실을 사용해 비위생적으로 느끼거나 샤워를 눈치 보며 해야 하는 경우가 잦기 때문. 게다가 방문 하나를 경계로 다른 하숙생과 함께 살고 있기 때문에, 친구를 데려와서 시끄럽게 떠들고 노는 것은 상상조차 어렵다. 한번은 옆방에 살던 다른 하숙생이 여자친구를 데리고 며칠간 동거하듯 지내 여간 불편하지 않았다는 그의 고백이 있을 정도. 물론 친구를 데리고 와서 자는 것이 금지된 사항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하숙생만이 누릴 수 있는 정서가 있다. 바로 주인과 세입자가 마치 부모와 자식처럼 지내는 분위기가 그것. 일례로 그는 어느 날 하숙집 주인 할머니가 그의 방문을 두드린 기억을 떠올렸다. 한동안 그가 하숙집 부엌에서 식사하는 걸 못 본 할머니가 그의 끼니를 걱정했던 것. 할머니는 밖에서 맛있는 것을 사 먹으라며 2만원을 손에 쥐여주기도 했다. 한가위가 다가오던 8월의 어느 날에는 용돈 쓰라며 고이 접은 현금을 내주셨을 정도. 그가 고향에 가 있는 동안 이불과 베개를 빨아놓을 테니 마음 편히 쉬다 오라는 할머니의 말씀을 들을 때는 눈시울이 젖기도 했다. 정작 가족이 없는 당신이 홀로 쓸쓸히 명절을 보내는 것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가끔 주변에 주인집이나 다른 하숙생과 마찰을 겪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지만, 저는 매우 만족하며 지내고 있어요. 주인 할머니도 무척 좋고, 이곳에 사는 다른 사람과도 가족처럼 식사도 같이 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때면 새로운 가족을 얻은 기분이죠. 자취냐 하숙이냐는 개인적인 취향이나 가정 형편 등을 고려해볼 일이지만, 요즘 하숙집은 인터넷은 기본이고 각종 편의시설도 잘 갖추고 있어서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아요.

기숙생의 속사정: 통금이나 벌점 제도가 없다면••• 안전상에선 최고다

대부분 부모님, 특히 딸을 둔 부모님의 마음은 주택가에서 혼자 사는 자취나 하숙보다는 캠퍼스 내에 관리인까지 있는 기숙사를 선호하는 법. 사감이 통금까지 일일이 확인하고 벌점 제도까지 있어, 정작 학생은 괴롭지만, 부모님의 마음은 한결 편안하다.

기숙 생활의 한계라면, 수용 인원이 제한된 점이다. 대부분 학교는 해당 학교의 지역 거주자를 제외하고 성적까지 고려해 기숙생을 선발하고 있다. 장학금이 나올 수준의 성적이 되어야 기숙사 입성이 가능하다는 말이 들릴 정도로 기숙생이 되기 위한 경쟁은 치열하다. 올해 1, 2학년만 허용되는 신축 기숙사에 사는 정민금(고려대 식품영양학과 10) 씨, 정민주(고려대 건축학과 10) 씨도 역시나 기숙사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전’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그들은 기숙사 내의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고, 관리실이 따로 있어 불편 사항이 생겼을 때 바로 해결할 수 있는 점. 아침 식사는 한 달에 45회가 의무화된 기숙사 식당에서 챙겨 먹을 수 있는 것도 손꼽았다. 다만, 혼자 쓰는 방이 아니다 보니 룸메이트와의 적절한 관계 유지와 서로에 대한 사생활 존중은 필수. 그 밖에 취사 시설이 없는 것이 불편한 점 중 하나다.

자주 보면 닮는다고 했던가? 같은 학번, 같은 나이인 민금 씨와 민주 씨는 쌍둥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많이 닮았다. 자취와 하숙을 모두 경험한 이 둘은 기숙사에 살면서 서로 의지하며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 시험기간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무반주로 막춤을 추기도 하고, 엽기 사진을 찍으며 놀기도 한다고.

기숙사도 국내 대학의 국제화 바람의 일환이 되고 있다. 한국외대의 영어전용기숙사인 국제학사Globeedorm에서는 상당수의 한국인과 외국인 학생이 함께 살고 있으며, 이들은 5~12층의 기숙사 내에서 24시간 영어로 대화해야 하고, 국제전화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심지어 강원대는 국제인재양성관의 입사생 선발 시에 도내 각 시군구의 추천서와 토익 점수, 영어 인터뷰까지 시행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선발된 김아름(강원대 환경공학과 08) 씨는 기숙사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는 토익, 토플, 회화 등의 영어 수업을 매주 2회 이상 참석하고 있다. 그녀는 영어공부에 집중화된 이런 기숙사 운영에 만족하고 있다.

결국 자취, 하숙, 기숙의 선택권 문제는 각자의 취향을 비롯한 여러 제반 상황에 따라 선택하는 것. 포근한 부모님 품을 떠나 오늘도 외로이 벽을 보며 참치통조림을 뜯고, 화장실의 꼽등이를 잡아가며, 룸메이트와의 신경전으로 스트레스에 빠진 머리카락을 세고 있을 대한민국의 수많은 자취생, 하숙생, 기숙생의 건투를 빈다!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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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 작년에는 기숙사, 올해는 자취를 하고있는데요..
    자취는 자취나름의 기숙사는 기숙사 나름의 재미와 매력이 있는것 같아요!
  • 그건너

    http://me2day.net/yeswiri/2011/09/18#01:35:48
    마지막 두분 정말 자매이신듯^^깜놀!
    저도 대학가 근처에 살고 있어서 이 포스팅 절대 공감!
    다만 전 하숙은 해보지 않아 ..호기심 가득입니다!
  • 지니오빠 ㅋㅋㅋ기사 잘 읽었어요 ㅋㅋ 역시 긱사에 냉장고만 있으면 최고인둡
  • 1인 자취생 완전 공감~~ 이번에 이사해서 더 공감가는글 ㅋ 집 구하기 너무힘들어~~ ;.;
    외로울땐 퐈리~퐈리~
    근데 기숙사 완전 좋타이~ 예전에 난 4인 1실에 아~... 밤마다 돈모아 피자먹고 그랬는데...
    방팅도 가끔하고 ㅋㅋ 추억 새록새록~ㅋ
  • 오빠 기사 잘읽었어요!!!ㅋㅋㅋ어쩜 이렇게 말을 써요....?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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