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 점퍼의 진화설

과 점퍼의 물이 바뀌었다. 한때 복학생의 상징이자 패션 테러리스트의 전유물로 인식된 과 점퍼
가 스타일링을 위한 히트 아이템으로 전격 신분 상승한 것. 녹록지 않은 세월의 흔적이 과 점퍼를 바꾼 걸까. 혹은 과 점퍼를 활용하는 대학생의 패션 수준이 높아진 걸까. 그 유래부터 인기의 진상까지, 과 점퍼의 진화를 파헤쳤다.

과 점퍼, 그 고귀한 시작

과 점퍼의 정식 명칭은 스타디움 점퍼. 몸판과 팔의 소재와 색상이 다른 것이 특징으로, 미국과 영국에서 운동선수들이 입던 단체복에서 유래했다. 이것이 일반대중의 스포츠웨어로 확산되었는데, 특히 아이비리그 대학생들이 맞춰 입은 것이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들은 가슴과 왼쪽 소매 부위에 로고를 붙인 스타일을 전통으로 확립시켰다. 가슴에는 팀이나 소속 학교 또는 학과를 상징하는 이니셜을, 왼쪽 소매에는 졸업 년도의 숫자를 넣어 자신들의 소속감을 부각시키면서 말이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1980년대 말 체육대학 학생들의 단체복으로 활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패션을 위한 옷이라기보다는 단결을 위한 유니폼이었다. 이후 2000년대에 들어 스포티브 스타일이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일반 학과로까지 번졌고, 지금에 이르렀다.

과 점퍼의 진화, ‘이유 있어요’

학생들이 과 점퍼를 입는 가장 큰 이유는 실용성이었다. 두터운 기모 소재에다가 어느 아이템과도 매치하기 쉽다는 것이 최대 강점! 과 점퍼의 디자인이 다양해진 것도 학생들이 장점으로 꼽은 요인 중 하나다. 몇 년 전만 해도 학교별로 거의 동일한 색상과 형태의 점퍼가 소비되던 것과 달리 요즘은 색상과 재질, 박음질되는 문자 및 교표 등을 학생이 자율적으로 선택한다.

하지만 이런 과 점퍼의 디자인에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었다. 바로 단체복이라는 점. 과 점퍼는 대부분 학과 학생회에서 디자인을 결정하고 일괄적으로 주문하는데, 학생회 입장에서는 구성원 다수를 고려한 무난한 디자인을 추구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획기적인 디자인이 나오기 어렵고, 소재나 로고의 색상을 차별화하는 정도에서 마무리한다.

몇몇 학생들은 이런 한계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스타일을 추구한다. 일부러 남들이 택하지 않는 색상을 선택하거나 자신이 직접 디자인하기도 한다. 일종의 스페셜 에디션을 만드는 것. 그들에게 과 점퍼는 단순한 옷이 아니라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하나의 표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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