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던 나눔에 관한 질문

얼마나 반가운가. 지금 세상은 ‘착한 사람되기’ 병에 걸린 듯하다. 기부할 때 필요한 건, 예전처럼 ‘억!’ 소리 날 만큼의 큰돈도 아니요, ‘와!’ 할 만큼의 능력도 아니란 사실을 깨달은 것. 기부에 대한 한 톨의 관심만 있다면, 일단 출발이다. 세상이 우리 것이듯 기부 역시 누군가의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숙제다.

지난 11월, 아름다운 재단이 창립 10주년을 맞아 나눔에 대한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나눔을 말할 때 ‘우리는 왜 누군가를 동정해야 하는가?’ ‘내가 낸 성금은 누구를 도왔을까?’ 등 누구나 한 번쯤 궁금했을 법한 질문을 통해 기부 문화의 현재를 재조명했던 시간. 4명의 명사가 우리 기부문화의 옆과 뒤, 그리고 앞의 모습에 일침을 놓았다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거리의 동냥인에게 돈을 주어야 할까?


20대 시절, 세계 각국을 여행하던 이야기로 그는 말문을 열었다. 당시 팔레스타인 혁명을 이끌었던 야세르 아라파트를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팔레스타인의 제리코 지역으로 떠났던 김어준은 그곳에서 가난한 고아를 만났다. 말도 통하지 않는 그 아이와 한참을 얘기하던 그는 몸짓, 눈빛, 그림을 통해 아이가 내전으로 부모를 잃고 굶은 지 오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자신이 갖고 있던 샌드위치 한 쪽부터 시작해 전 재산 백 불, 그리고 배낭마저 꼬마에게 주고서야 겨우 자리를 뜰 수 있었다. 단 한 번도 거리의 동냥인에게 돈을 준 적이 없었던 그가 지구 반대편의 꼬마에게 가진 것을 모두 줄 수 있었던 이유는 하나였다. 바로 공감. 그는 이처럼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면서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이 기부의 본질이 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과거의 한국 기부 문화를 돌이켜보면, 불쌍한 사람만 메마르게 보여준 채 성금을 유도하는 것이 대부분이지 않았나. 과연 보상이나 죄의식이 없다면 누구를 도울 수 없을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나눔을 강요하는 불편한 사회를 지양하고, 공감에 기초한 기부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그는 전한다.

유네스코 한국위 협력사업본부장 이선재┃정말 5백원으로 한 생명을 살릴 수 있을까?


월드컵을 뜨겁게 달구었던 대한민국의 레드 셔츠, 그 붉은 물결은 모든 경기가 끝난 후 아프리카의 아이들에게 전해졌다. 이선재 본부장인 이에 질문을 던진다. 과연 이 캠페인은 성공적이라 할 수 있을까? 언뜻 보면 티셔츠도 재활용하고 대한민국을 널리 알릴 출구로 보이는 이 캠페인의 문제는 바로 기부 대상국을 배려하지 않은 이기심에 있다. 레드 셔츠 캠페인처럼 한번에 많은 물량의 공짜 티셔츠가 해당 국가의 도시에 유입되면, 그 나라의 의류사업은 커다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 그는 기부라는 미명 하에 한 나라의 경제기반을 좌우할 수도 있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또, 그는 1:1 후원을 할 때 한 마을에 후원을 받는 아동과 그렇지 않은 아동 간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과 아이들을 불쌍히 보이도록 사진을 찍은 인권의 문제 등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해외 반대편에서 진행되는 기부, 과연 우리 생각처럼 정의로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지식채널-e 김진혁PD┃내가 도와준 사람들은 행복해졌을까? 불행해졌을까?


‘내가 기부한 돈은 어디로 갔을까? 내가 도와준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나? 그러나 우리는 알지 못한다.’ 이선재 본부장이 기부의 공정성을 강조했다면, 김진혁 PD는 기부의 피드백에 초점을 맞추었다. 강연은 내 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왜 알 수 없는가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했다. 얼마만큼의 기금이 모였고 그중 어디에 쓰였는가, 기금을 받은 이들은 어떻게 변했는지에 대한 투명성이 윤색 없이 보고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사랑의 리퀘스트’ 관련 취재를 나갔던 경험을 전하며 느낀 피드백의 중요성 때문이었다. 그가 산골 오지에서 흙집을 짓고 살던 노부부의 이야기를 촬영했을 당시, 도움을 전달하고 난 몇 달 후 할머니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했다고 한다. 이유는 할머니의 얼굴이 너무 밝아져 다른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던 것. 그때부터 그는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꼭 영상에 담으려고 노력했다. 그는 내가 도와준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 작은 미소 하나라도 변화의 흔적을 알리는 것이 제2, 제3의 기부를 탄생시킬 수 있는 동시에 건전한 기부문화의 틀이 마련된다고 전했다.

글로벌 정치경제연구소장 홍기빈┃그래서, 독거노인은 도대체 누가 도와야 하는가?


독거노인에 대한 도움은 자선의 문제일까, 복지의 문제일까. 홍기빈 소장은 남을 돕는다는 자선의 의미를 국가단위로 확대하면 그것은 복지의 문제가 된다고 전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복지는 정의의 문제이지만, 자선은 사회 구성원 간의 사랑의 문제라는 것.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에 빗대어 강의를 시작한 그는 시민사회의 구조를 언급했다. 동등한 시민으로 구성된 사회라면, 받는 사람도 가만히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 즉,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한 사람이 모자란 사람에게 무언가를 주는 일방적 행위가 되어버리고, 그 순간 동등한 지위를 잃는다. 풍족한 사람이 값비싼 선물을 주었으면, 가난한 사람은 처지에 맞게끔 대가를 돌려주는 것이 올바른 시민사회란 이야기다. 설령 그것이 마음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독거노인을 도와주는 것 또한 이런 시각에서 바라보아야 하는 게 아닐까. 60년대에는 산업사회의 성장에 한 부분을 담당했을 지금의 할머니, 할아버지의 역할을 고려해 지금 그들이 응당 받을 수 있는 가치를 계산하여 권리를 찾아주는 것이 옳은 일이라는 거다. 이는 그들이 불쌍해서가 아니라 같은 사회를 살아가는 동등한 시민으로서 마땅한 행위이며, 시민 간의 사랑의 문제이므로 이것을 자선이라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기억하자. 마음이 오고 가는 것이 먼저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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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으네요. 무조건 '그게 옳고, 좋으니까'가 아니라 사사로운 현실적 질문들에 대화하는 강연.
  • 머릿속을 스쳐갔을 지 몰라도 궁금했는 줄 몰랐던 질문들인데.. 이런 강연이 있었군요..
  • 조세퐁

    이 강연을 끝까지 듣지 못한 아쉬움이 새삼 밀려오네요. 아, 정말 괜찮았던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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