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김태원┃상상력의 두 가지 조건

강의명 상상력 업그레이드
강사명 박원순(희망제작소 상임이사), 김태원(구글코리아
강의 일시 2010년 11월 3일 오후 7시
강의 장소 강남 교보타워 23층 회의실

하루 아니 순간순간 세상은 변한다. 지금의 새로움은 1시간 전의 새로움에 밀려나고, ‘낡아진’ 정보는 그 가치를 상실한다. 새 것에 대한 유통기한이 극히 짧아진 지금, 상상력은 이제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 되었다. 이 답이 없는 문제에서 사람들은 수학공식처럼 딱 떨어지는 답을 구하려 한다. 상상력을 꿰뚫을 수 있는 어떤 ‘비법’ 말이다.
희망제작소 박원순 이사와 구글러 김태원의 ‘상상력 업그레이드’ 강연은 이런 욕망의 반영이었을 것이다.

김태원의 상상력┃세상을 바라보는 ‘다른’ 태도로부터 시작된다

UI(User Interface). 이 말은 ‘사용자가 어떤 프로그램이나 기계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정하는 환경’이라는 뜻이다. 김태원은 구글러답게 이 UI의 개념을 빌려 상상력의 실마리를 풀어나갔다. 그는 구글과 네이버의 서로 다른 UI에 따라 사용자의 행동패턴이 달라지는 것처럼 세상을 어떤 UI로 바라보고, 인식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사고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UI는 ‘사고의 틀’인 것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우리가 세상을 비추어보는 UI는 한정되어 있다. 우리의 사고가 대체로 큰 틀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그가 말하는 상상력의 관건은 어떤 UI로 세상을 바라보느냐에 달려있었다.

차가 달리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엔진? 가속페달? 저는 ‘브레이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속도를 낼 수 있는 이유는 언제라도 속도를 줄일 수 있는 브레이크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브레이크가 오직 멈추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브레이크의 UI가 그렇게 만들어졌기 때문이죠. ‘브레이크는 멈추고 가속페달은 달린다’ 이렇게 겉으로 보이는 것을 조금 더 깊게 분석하다 보면 차의 모든 부품은 달리기 위해 존재한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는 다른 생각, 새로운 생각만을 상상력이라고 판단합니다. 물론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기존의 생각을 조금 더 근본적으로 고민하는 것도 상상력이 될 수 있습니다.

최근엔 사회적으로 EQ의 개념이 중요해지고, 그것이 현대 사회에서 성공을 위한 하나의 ‘스펙’으로 통용되었다. 상상력이 중요한 능력으로 부각되면서 이와 관련한 다양한 학습법도 등장했다. 그러나 과연 상상력이 학습으로 습득할 수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하며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우리는 보통 상상력을 우리가 가진 지능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논리력, 추리력 같은 것 중 하나로요. 저는 관점이 좀 다른데요. 저는 창의력을 애티튜드, 즉 태도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합니다. 모험도 싫어하고, 변화도 싫어하고, 새로운 것도 싫어하는 태도를 보인 사람에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창의력을 고민하면서 태도가 아닌 지능을 고민합니다. 그러면 창의력을 태도의 관점에서 보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바로 경험과 시간의 축적입니다.

박원순의 상상력┃함께 공생할수 있는 꿈에 자신을 쏟아 붓는다

아름다운 가게’, ‘아름다운 재단’ 등 우리 사회에서 혁신적인 사업을 끊임없이 펼쳐온 희망제작소 박원순 이사. 꽤 많은 성공을 이뤄냈음에도 그는 여전히 하루 4시간밖에 자지 못할 정도로 바쁜 삶을 살고 있다. 그의 몸은 세계를 오가며 감당하기 힘든 일정을 소화했지만, 머릿속에는 앞으로 진행할 수십, 수백 가지의 새로운 프로젝트가 자라나고 있었다. 이렇게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아이디어의 원천은 무엇일까?

상상력이라는 것은 마치 옹달샘과 같습니다. 옹달샘에서 물을 계속 퍼내면 퍼내는 만큼 물이 계속 솟아나죠. 하지만 퍼내지 않고 그대로 두면, 썩게 됩니다. 끊임없이 퍼내고,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 이것이 중요합니다.

그는 상상력을 개인적 관점이 아닌 사회국가적 차원의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대한민국의 선진화는 단순한 경제지표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고, 여러 사회적 요소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사회적 요소의 첫 번째로 상상력을 꼽았다. 여기서 말하는 상상력은 ‘생태적 상상력’.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방법을 생각하는 상상력이었다.

저는 지금 대한민국이 그토록 갈망하는 ‘국민소득 4만불’ 이라는 목표가 지금의 상황에서는 달성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경제는 경제만으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수많은 사회적 요소들. 생태적 상상력, 문화적 풍요, 정신적 여유, 소통과 화합. 이런 것들이 함께 어우러져야 진짜 경제가 발전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박원순 변호사는 청중에게 특별히 줄 것이 없다고 고백했다. 대신 어떤 것을 요구하겠다고 했다. 그의 요구사항은 간단했지만 단호했다. ‘큰 꿈을 꾸라.’는 것. 어쩌면 당연하고 막연하게 들릴 수 있는 말이지만 그가 말하는 꿈은 조금 색달랐고, 그만큼 깊은 울림을 남겼다.

저는 ‘세상은 꿈꾸는 사람의 것’이라는 말을 제일 좋아합니다. 많은 사람이 꿈꿀 수 있고, 그것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죠. 그런데 그 속에 끼지 못하는 가난하고, 힘들고, 소외된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는 그들까지 껴안을 수 있는 사회가 진짜 좋은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혼자 사는 세상이 뭐가 재미있겠습니까? 좋은 사람과 함께, 좋은 꿈을 꾸는 일을 함께하시면 저절로 좋은 일이 생깁니다. 세상의 변화를 위해, 내 이웃과 사회를 위해 자신의 능력을 쏟아 부으십시오.

어둠이 막 내릴 무렵에 시작된 강의는 깜깜한 밤이 되어서야 끝났다. 예정된 시간이 지났음에도 청중은 흐트러짐이 없었다. 나이가 다르고, 하는 일이 다르고, 상상력에 대한 관점이 다른 두 사람의 이야기는 각기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김태원의 이야기가 몸에 꼭 맞는 수트 같았다면, 박원순 변호사의 이야기는 오래 입은 청바지 같았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상상력에 대한 어떤 정답을 제시한 것은 아니었다. 상상력을 찾는 지름길을 알려준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두 이야기가 우리가 상상력을 찾는데 어떤 방향을 제시해 주었다는 점이다.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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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상력은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어떤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다 하더라도 뭔가 번뜩-하게 만드는 강의였던 것 같아 좋았을 것 같네요~ ^^
  • 야구박사신박사

    꿈은 꾸는 자의 몫이라고 했던가요...
    꿈을 이루는 무한한 상상은 언제라도 즐거울 것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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