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처, 대한민국에 없던 가르침

정두홍 액션 감독이 ‘서울 액션 스쿨’을 차렸을 때, 모두들 ‘스턴트 사에 남을 큰일을 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영화 액션처럼 체계적 이론과 수없는 실습이 필요한 분야가 없음에도, 대한민국에 그걸 제공하는 곳이 단 한 곳도 없었기 때문. 아마 잘은 몰라도, 그의 학교가 생겨난 이후로 대한민국엔 더 빼어난 영화 액션 인력들이 생겨났을 것이다. 그가 한 일은 그런 일이다. ‘교육을 위한 교육’이 아닌, 진정으로 배우고자 하는 곳에 ‘꼭 필요한 지식’을 주는 가르침 말이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학문이라는 것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어떤 쓸모가 있기에 모두 그것을 배워야 하느냐’는 오랜 질문에,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답한 적이 있다. 쓸모의 문제보다, 그것을 공부하는 과정 자체가 세상을 체계적으로 파악하는 일종의 훈련이 된다고. 고등학교 꼴찌에서 카이스트의 컴퓨터 산업 인재로 거듭난 황성재 씨의 얘기가 나오기 전까지, 그 답변은 유효해 보였다. 그러면 대체, 언제까지 그 ‘연습’만 계속해야 하는 것인가? 명실상부한 인재 황성재 씨는 ‘실제적 지식’을 배울 기회를 박탈당하고, 성적표는 언제나 초라했다. 보편적 지식을 가르치는 과정은 분명 필요하지만 그렇게 모든 교육 과정을 일률화하기엔 분명 ‘전문적 지식’이 절실히 필요한 분야들이 존재한다. 일반 교육 과정에서 줄 수 없었던 교육을 제공하는 대한민국의 대안 교육 시설 세 곳을 소개한다.

◆ 서울 액션 스쿨

그 누구도 스턴트를 ‘쉽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 위험성에 대한 문제는 항상 중요하게 여기고 있지만, 탄탄한 체계가 존재하지 않았기에 매체 속 액션은 엉성하기 짝이 없었으며 사고율도 높았다. 그것이 오늘날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조금만 액션이 들어가도 ‘서울 액션 스쿨’이 꼭 끼는 이유다. 정두홍 액션 감독이 스턴트에 대한 애정과 한국 스턴트 환경에 대한 경험적 인식을 바탕으로 설립한 기관이기에 그 교육과정은 ‘꼭 필요한 것’들로만 내실 있게 짜여 있고, 과정을 수료한 스턴트맨들의 실력 또한 말할 것도 없다. 수강자는 6개월 동안의 교육 과정에서 기초 체력에서부터 기계 체조, 현대극 혹은 사극 액션에 레펠, 스카이다이빙, 카 스턴트 등 특수 액션 교육까지 액션 전반에 걸친 교육을 받게 된다. 이종연 대표는 이런 다채롭고도 체계적인 훈련이 스턴트에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했다.
“와이어 액션만 놓고 봐도 서울 액션 스쿨은 시설이 완비되어 있어 사전에 충분히 연습해 볼 수 있지만, 아직도 기관 외 스턴트맨들 중 많은 이가 와이어 연습 한번 해보지 않고 현장에 투입되는 위험한 경우가 많아요. 참 안타깝죠.”
과거, 소위 ‘몸 잘 쓰는’ 사람들이 계통 선배들에게 어깨너머로 배운 것을 활용하며 위험한 장면을 촬영했을 때와는 달리 그 체계성과 과학성, 실력에서 탄탄한 토대를 구축하다 보니, ‘스턴트맨’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대우조차 바꿔 놓았다는 것이 서울 액션 스쿨이 갖는 큰 의의 중 하나라고.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서울 액션 스쿨에서 영화 촬영 대비 연습 중인 학생들

◆ 가야 스쿨 오브 매거진

강의중인 매거진 에스콰이어의 민희식 편집장(좌)과 자체 실습중인 학생들(우)

에디터 채용 심사를 한다는 잡지 관계자에게, 에디터를 준비하려면 어떤 게 필요하냐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그는 ‘영어 점수를 보기도 하고요, 다른 언어도 할 수 있으면 좋고…’ 라며 말끝을 흐렸다. 문외한이 넘겨 짚어도, 잡지 에디터에게 가장 필요한 게 외국어 능력일 리가 없다. 그만큼 그들이 하는 일은 ‘특수화’되어 있는데,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그걸 검증할 만한 체계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잡지 에스콰이어의 민희식 편집장도, ‘에디터 커리큘럼이 없기에, 훌륭한 에디터 지원자들은 어떻게 자신의 역량을 기를 수 있을지 못 찾고, 우리 입장에선 훌륭한 에디터를 고를 수 있는 조건을 못 찾는 구조적 문제가 있었다’며 가야 스쿨 오브 매거진의 설립 동기를 설명했다. 가야 미디어와 명지대 사회교육원이 손잡고 2009년 봄에 발족하여 올해로 2기 양성 과정에 있는 ‘가야 스쿨 오브 매거진’은, 이름처럼 에디터의 업무 전반에 더해 잡지 기획의 메커니즘 전체를 가르치고 있다. 각 기수의 과정은 편집장, 발행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디자이너, 스타일리스트 등 잡지를 구성하는 다양한 전문가들에게서 실전 이론을 배우는 한 학기에, 실습을 하는 나머지 한 학기를 더하여 1년으로 구성되어 있다. 1기를 수료하고 이제는 Esquire에서 정식 에디터로 일하고 있는 김진호 씨는 ‘사실상 오리무중이라 막막했던 에디터 입문의 길을,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으로 실무 전문 지식을 쌓는 것으로 안내해 주었다’며 가야 스쿨 오브 매거진이 대한민국 에디터 지망생들에게 갖는 의의를 전했다.

◆ 한국 항공 전문학교

한국 항공 전문학교 수강 과정

흔히 항공사에 취직한다고 하면, 스튜어디스나 기장을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너무나 다양한 직업군이 항공업계에 종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인천 공항의 확대나 관광 산업의 부흥 등 환경의 변화에 따라 더 세부화될 전망이다. 한국 항공 전문학교는 비단 스튜어디스나 기장과 같은 대표적 직업뿐 아니라, 경영에서부터 각종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항공과 숙박 산업 전반의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기관이다. 다방면의 권위자인 교수진과 다양한 업체와의 산학 협력을 통한 ‘실제적 능력’을 그 키워드로 내세웠다. ‘나머지는 배제하고, 실제 사업장에서 일하는 데에 필요한 실제적 능력 함양에 몰두한다’고 학교를 소개하는 신대현 학장의 말에서부터 그 의지를 느낄 수 있다. PR을 담당하는 이형열 씨는 항공 계열만큼 실습 교육이 필요한 분야가 없는데도 이론만을 공부하게 되는 기존 대학 교육을 한국 항공 전문학교의 설립 목적으로 들었다.

전세기에서 실무 교육을 받고 있는 항공운항과 학생들

“항공 정비만 해도, 일반 대학 커리큘럼을 보면 모두 역학분야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현장에서 필요한 것은 미적분 등의 수학적 지식에 바탕한 것이 아닌, 전체 작동원리와 계통인데 말입니다. 실습 수업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거죠.”

그 ‘실무 교육’만 해도 학기 구분 없이 2년 내내 해도 부족해 취업 후에도 계속해 실무 교육을 제공한다고 하니, 일반 교육 기관에서 항공 전문가를 육성해 낸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인 것이다.

인천국제공항에서 견학중인 항공보안과 학생들(좌)과 바리스타 초청 세미나 중인 와인&바리스타 과 학생들(우)

우리는 너무도 많은 젊은이들을 프랑스의 제빵학교로, 스위스의 호텔학교로, 이국의 전문학교들로 수출하고 있다. ‘교육’보다 ‘객관적 등수’를 주는, 1등부터 꼴등 학교까지 일렬로 서열화된 대학 시스템에서, 직업 학교가 홀대를 받는 것은 이제 사견이 아닌 현실이다. 오늘도 무작위적으로 세워지는 넘쳐나는 대학 중 매거진 에디터가 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시설은 하나도 없으니, 지방 대학에선 지원자가 없다고 쩔쩔 매고 한 켠에선 외국 직업 학교로 학생들을 수출하고 있는 것도 이상해 보이진 않는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세상을 해석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게 교육의 근간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진정으로 배우고자 하는 곳에 진정 필요한 가르침을 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전문가 육성 부진이라는 결과보다 원통한 것은, 이 현실이 ‘배울 수 없다’는 말로 생경한 분야에 뜻을 품은 학생들을 보편화된 일반 대학으로 밀어 넣는다는 사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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