럽젠톱텐 _ 겨울밤의 책 한 권 2

눈발 날리는 창가는 기말 고사를 치룬 하교길처럼 시립니다. 럽젠에서 추천하는 책과 음악, 영화 시리즈가 여러분의 가슴을 앗아 감성을 흔들어놓습니다. – 편집자 주


사랑이라••• 잘 모르겠다. 부모와 교육은 사랑이 무언가를 자세히 알려주지 않았고, 에디뜨 삐야프나 존 레넌이 죽은지도 너무 오래되었다. ‘사랑’은 판타지적 뉘앙스를 가득 안은, 손에 잡히지 않는 무형의 단어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하지만, 밀란 쿤데라의 ‘사랑’은, 과장되지 않은 우리가 하는 사랑 그대로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사회와 동떨어져 사랑할 수 없다. 그들은 마치 세상에 둘만 남은 듯 순식간에 세상을 지워버리는 사랑의 힘을 알고 있기도 하다. 그 가운데 밀란 쿤데라는 사랑이 두 사람 사이의 그 어느 것도 연결하지 못한다는 진리를 담백하게 풀어낸다.
아마도 이 책은 너무 깊었던 그(그녀)와의 감정 때문에 스스로를 미워하게 된 젊음에 힘을 북돋우는 친구는 될 수 없을 거다. 그렇다고 세상이란 원래 그렇다는 염세적인 입장을 일관하지도 않는다. 그저 책장을 넘길수록 이렇게 외로운 것이 우리가 사랑하는 방법임에 숙명처럼 동의하고 만다. 사회나 개인의 이기심과 떨어져서 우리는 사랑할 수 없다는 것, 사랑은 판타지가 아니라 우리가 하는 모든 것이라는 것, 그것을 아는 것에서부터 사랑을 배워나가길 비는 마음으로 이 책을 추천한다.


난 세계문학 전집류의 고전이 아닌 이상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는 작가의 서적엔 인색하다. 무명작가의 글을 읽을 때 느껴지는 쾌감에서 비롯된, 기이한 독서 습관 때문이다. 나 홀로 간직하고 싶은, 아무에게도 권하고 싶지 않은 심정이 만든 결과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는 이런 고집스러운 독서 습관을 깬 첫 타수다. 이 책은 매우 소설 같은 소설이다. 소설이 보여줄 수 있는 상상력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그 가늠할 수 없는 끝에 도전하는 책이다. 다양한 소재와 기발한 문장은 물론 SF에서 판타지까지 자유로이 넘나드는 주제로, 하나의 글이 맛깔스럽게 버무려졌다. 읽는 이마다 호불호가 갈릴 저마다의 이야기가 담긴 13편의 단편으로 이뤄진 이 책. 기나긴 겨울 밤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기에 딱 알맞은, ‘보증된 이야기꾼’ 김영하 세계로의 초대장이다.


겨울은 일 년 중 ‘난 뭘까’, ‘대체 왜 살까’,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거지?’ 등 밑도 끝도 없는 의문들이 가장 많이 떠오르는 시기가 아닐까. 소설 <다다를 수 없는 나라>는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은 주지 못해도, 적어도 사고의 초석을 던져주는 책이다. 짧은 분량 내내 고독 이야기만 늘어놓지만, 위에서 세상을 조망하는 듯한 담담한 문체 덕분에 그리 우울하진 않다. 18세기 프랑스의 성직자들이 포교를 위해 베트남으로 먼 여행길을 떠나는 것이 이 이야기의 시초다. 이 책은 프랑스와 베트남,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잊혀져 버린 성직자들이 스스로의 신앙을 의심하고 고독에 빠져들고, 또 그를 벗어나려 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그리고 있다. 이 책은 성직자들과 함께 마음의 평안을 찾아가는 여행과도 같다. ‘세계는 속이 빈 조가비’라는 책 속 한 구절처럼, 모든 번민을 훌훌 털고 나서야 성직자들이 얻게 된 소박한 평화를 이해한다면, 적어도 겨울이 주는 엉킨 실타래 같은 의문에 당당히 맞설 수 있을 거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외로움을 느낀다. 옆에 누군가가 있더라도, 고독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이런
혼자라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는 비법은? 역시 ‘이열치열’이다. 외로움을 외로움으로 해결하는 것. 상황은 외롭고 혼자라는 생각이 드는 겨울밤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세상의 모든 사람이 이런 나와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면? 그 상황 자체가 나에게 큰 위로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변신>은 제목에서 느껴지는 기괴한 기세와는 달리 읽는 이를 평화의 세계로 데려다 준다. 주인공이 겪는 뼛속까지 시린 고독을 가슴에 부둥켜안는 순간, 인간의 고독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위안을 얻게 된다. 도리어 가족 혹은 친구를 넘어 인간에 대해 애정 어린 시선까지 생길지도 모른다.


과거에 아름다웠던 사랑의 추억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만약 당신이 이별을 경험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 겨울바람이 이상하리만큼 매섭다면 이 소설을 권한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츠지 히토나리와 에쿠니 가오리의 <냉정과 열정 사이>와 비슷한 구조다. 남성과 여성의 시각에서 본, 사랑하는 순간과 그 후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이 책이 <냉정과 열정사이>와 가장 큰 다른 점은 한국 작가와 일본 작가가 만나 서로 같은 이야기이지만, 다른 문화적 정서와 필체로 새로운 책을 만들었다는 것. 공지영 특유의 시원시원한 느낌과 히토나리의 아기자기하게 여린 느낌의 공존은 이 책의 몰입도를 더욱 증강해준다. 이 책은 남성이라면 츠지 히토나리의 책을, 여성이라면 공지영의 책을 먼저 읽기를 권한다. 공감 후 의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랄까. 그런 묘한 재미난 감정을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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